멈출 수 없는 탈핵 운동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고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핵 발전소 사고는 아직 진행 중이다.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들은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더 많은 방사성 물질들이 누출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재난과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40년 후, 일본에서는 두 개의 원자폭탄이 터졌다. 인류 최초로 핵이 무기로 사용된 것이다. 핵무기는 수많은 사상자와 피폭자를 남겼다. 재앙과 재난은 반복된다. 1986년에는 인류 최초의 핵발전소 사고가 났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이다. 핵의 평화적 사용이라던 핵 발전은 인간의 실수로 다시금 핵무기로 바뀌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체르노빌 인근 수만km2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인간은 자신이 완벽할 것이라 믿고, 재난에 관해서는 항상 긍정주의자다. 2011년에는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었다. 우리는 그 광경을 TV 생중계로 목격했고, 재난은 아직 진행 중이다.

오랫동안 탈핵 운동을 해오신 최수미 선생님과 함께 세미나를 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친구들의 단톡방에서 핵발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무려 원전 사고였다!

다행히 원전 사고 소식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해당 원전에 대한 흉흉한 소식은 계속되고 있었고, 최근 들어 카더라의 형태로 사고 소식이 퍼지고 있었다. 공포심과 분노를 일으키는 찌라시를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 궁금하고 화도 났지만, 반면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서 원전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속살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저 『체르노빌의 목소리』 (새잎, 201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저 『체르노빌의 목소리』 (새잎, 2011)

이후 세미나에서 최수미 선생께서 추천한 책을 찾아서 읽었다. 스베틀라나 알레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이다. 체르노빌 원전 폭파 사고를 교과서에만 접했던 나에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체르노빌의 진실에 관한 수많은 목소리이자, 이야기였다. 이 책의 저자는 체르노빌 발전소가 있는 벨라루스 출신 기자이다. 20년 동안 체르노빌 발전소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과학자, 의료인, 군인, 이주민, 주민들과 만나며 그들의 일상적인 감정, 생각, 발언을 기록하고 수집했다. 거대 서사 속에 묻힌 일상의 목소리를 통해 체르노빌 사건이 무엇을 남기고,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전하고 있다.

1986년 4월 26일 밤, 체르노빌의 재앙은 시작되었다. 저자는 체르노빌의 있던 사람들이 그날 밤 새로운 역사적 공간으로 이동했다고 말한다. ‘순식간에 모든 과거가 힘을 잃어, 과거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고’, ‘새로운 현실로 건너왔고, 그 현실은 우리의 지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념보다도 더 거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p. 11)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고 이후 사람들은 현실을 설명할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한다. 이 책은 언어화되지 않은 그들의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벨라루스 사람들은 재난으로 자신의 일상과 함께 자신의 철학과 국가에 대한 신뢰도 무너져 내렸다. 유물론을 바탕으로 세워졌던 과학에 대한 신화는 사고 이후 종교에 대한 믿음으로 대체됐고, 그동안 안전하다고 강조하던 국가의 선전 또한 거짓임이 드러났다. 더욱이 체르노빌 사건이 있고 몇 년 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은 붕괴되고 만다. 무너져 내린 공백을 채운 것은 자연의 언어와 서로에 대한 사랑이다.

체르노빌 사건 이후 핵심 관련자들은 최고 10년형이라는 미미한 처분을 받는다. 누구도 적절하게 책임지지 않았고, 개인이 책임질 수도 없다. 국가는 단지 사고를 수습하고 감추려 했을 뿐, 설명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재난 후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었다. 재난은 국가와 정부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재난은 항상 비슷한 모습을 한다.

‘나는 과거에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p. 8)라는 저자의 말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체르노빌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핵 발전소 사고는 아직 진행 중이다.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들은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더 많은 방사성 물질들이 누출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탈핵 운동을 해왔거나 평소 핵발전과 관련된 고민을 해왔던 사람이 전혀 아니다. 부끄럽지만 핵발전으로 인한 달콤한 열매만 취해왔던 한 사람이라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이런 나도, 또는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도 언제든지 핵발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이야기한다. 되돌릴 수 없는 국가의 결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 결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참여와 목소리이다. 재난과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있고,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

최정훈

예술가·기획자 콜렉티브인 ‘피스오브피스’의 멤버이자 뉴딜일자리 노동자로, 현재는 지역 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한량을 꿈꾸나 성격이 소심하여 마음껏 놀아본 적 없고, 더욱이 제대로 놀 줄을 모른다. 식물과 커피, 햇살 좋은 날 자는 낮잠을 좋아한다. 요즘은 ‘공동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품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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