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멸종”, 일상이 되어버린 경고 – 『인간의 종말』을 읽고

지구는 더러워지고 또 더워지고 있고, 인간은 위험해 처했다. 넘쳐나는 경고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대멸종을 경고하는 최전선의 지성들은 경고를 남발하는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이미 우리 주변엔 많은 경고와 대안들이 있다. 온전히 종이 위에 말이다. 대안을 현실로 바꾸는 건 결국 우리 인간의 몫이다.

디르크 슈테펜스・프리츠 해베쿠 저 『인간의 종말』(해리북스, 2021)
디르크 슈테펜스・프리츠 해베쿠 저 『인간의 종말』(해리북스, 2021)

우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정말 알고 있는가. 이 책 『인간의 종말』을 읽고 있는 동안 머리에 맴도는 질문이다. 우리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는 책들이 점점 서가에 넘쳐나고 있다. 자연이 파괴되고 있고 가장 큰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책을 읽지 않아도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엄청난 정보들을 손안에 화면으로 충분히 접했을 것이다. 넘쳐나는 경고를 경고로 인지하지 않고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요즘의 풍경 아닌가.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에 매일 아침 울리는 재난 문자같이 말이다. 보지도 않고 확인 버튼을 누르며 ‘아 헷갈리게, 아침부터’라고 중얼거린다. 경고만 계속 울리니 떠오르는 소년이 있다. 양치기 소년. 누가 양치기 소년이 된 걸까. 우리가 정직한 소년을 양치기로 만들었을까.

작년 코로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판된 이 책은 환경파괴의 관점에서 코로나19에 관해 다룬다. 코로나바이러스와 환경파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것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2년째 되어가는 지금은 바이러스와 환경파괴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점차 알아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위협적인 파괴(동물서식지의 파괴를 말한다-인용자)를 여전히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는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새로운 병원체가 우리 인간에게로 넘어올 조건들을 창출한다. 저 바깥에는 160만 가지 이상의 바이러스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아는 바이러스는 약 1,000가지에 불과하다. 그중 몇몇은 가장 위험한 병원체다.”(p.131) 인간들이 동물들 사는 곳을 다 뒤집어 놓으니, 그곳에서 오랜 시간 동물들과 적당히 잘 지내던 바이러스들이 서식지 파괴로 떠난 동물 대신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을 거처로 삼게 된다. 그게 인간에겐 감염이겠지만 말이다. 침입종은 어쨌든, 인간이다.

침입종은 어쨌든, 인간이다. by Larry Li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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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종은 어쨌든, 인간이다.
사진 출처 : Larry Li

그러면 인간은 ‘침입’하지 않아야 하는가. 침입하지 않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는 팽창이 생물학적으로 내재화되었다고 한다. “팽창은 처음엔 생물학적으로, 정착 생활 이래로는 물질적으로도. 그것이 호모 사피엔스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우리의 게놈에 깊이 새겨진 그 특징은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겪은 초기 역사의 유산이다. 아프리카에서 우리는 여러 차례 물결처럼 퍼져나가 처음에는 아시아와 유럽을, 나중에는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손에 넣었다. 그때 이후 우리는 모든 원시림을 탐사하고 모든 산에 오르고 모든 사막을 횡단해야 직성이 풀린다.”(p.75) 종이 생존하려다 보니 이렇게 생겼다는 이야기다. 팽창은 경계를 넘고 그것은 침입이 된다. 이 침입은 다양한 생물들의 생존공간 파괴로 이어지고, 쫓겨난 생물들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다른 생태계 파괴에 대한 예들은 이 책 말고도 그 사례들이 엄청 많으니, 즐겁지는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장면 장면을 떠올리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이러저러한 사례들로 결국 이 책이 주지하는 바는 짧게 이야기한다면,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면 기후 변화도 일어나고 지구의 복원력도 상실되며, 결국 대멸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그렇다. 넘쳐흐르는 경고. 다시 소년이 등장했다. 선한 양치기 소년은 대멸종을 경고한다.

다시 소년이 등장했다. 선한 양치기 소년은 대멸종을 경고한다. by Markus Spiske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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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년이 등장했다. 선한 양치기 소년은 대멸종을 경고한다.
사진 출처 : Markus Spiske

대멸종을 피하는 방법도 없진 않다. 강(江)에게 법인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 오염을 직접 유발하는 자에게 세금을 부여하는 것. 책에 소개된 대략 두 가지 정도의 대표적인 대응 방법이 있다. 저 두 가지 방법도 이 책에서 처음 고려된 것도 아니다. 환경에 약간의 관심만 가지고 있는 나도 몇 차례 스친 듯 들어본 듯한 대안인데, 보다 전문적이거나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에겐 이미 대응 리스트 안에 포함된 것들일 테다.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이야기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경고.

안타깝지만 이 새로운 인류세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어찌 끝나든지 슬프거나 거짓말쟁이가 된다. 경고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진실 혹은 거짓이 된다. 소년은 어쨌든 비극적 결말의 주인공이다. 반복되는 경고는 거짓된 경고와 혼동되어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어간다. 그런데 경고가 현실이 되어버린다면, 그 현실은 모두에게 비참 그 자체일 것이다. 진실이 된 경고는 파국이다. 양치기 소년은 더 이상 한 소년이 아닌 묵시록적 예언자가 되어버린다. 경고가 현실이든 아니든 인류세 시대 양치기 소년은 행복할 수 없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다. 그래도 소년의 덜 비극적 결말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양치기 소년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 경고가 현실이 되지 않게 하는 것. 양치기 소년을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의 행동에 달렸다.

김영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만 하다가 2, 30대가 지나가 버린 아저씨. 살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아내와 아이들이 옆에 있는 경기도에 사는 지구인. 행복을 찾아 아직도 고민 중인 호기심 많은 호모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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