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마음의 배치 변화를 알아채는 방법

마음 상태는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의 배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명상이 있다.

지난 3월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짐의 일부를 도둑맞았다. 이삿날 밤 씻고 잠들기 위해 칫솔을 찾는데, 칫솔이 들어있던 이사 박스가 통째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화가 났다. 잃어버린 이사 박스는 한 개가 아니었는데, 그중에는 대학 생활 내내 들은 강의 자료와 필기, 드로잉북, 직접 인화한 필름, 가장 아끼는 LP 바이닐 7장, 친구가 만들어 준 달력, 10년간 수집한 각종 문화생활 티켓과 감상평, 전시 리플렛 등이 포함되어 있다.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범인을 잡았는데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었다. 지류는 이미 고물상에 다 넘어간 뒤였다. 돈 주고 살 수도 없는 기록물을 대거 잃어버려서 너무 억울했다. 특히 강의 필기는 대학 생활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지나간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다시 찾을 수 없는 물건에 대한 미련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화를 낸다고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마음을 어떻게 추슬러야 하는지. 절망적이었다.

‘배치 바꿔 마음 바꾸기’라는 주제를 듣고 떠오른 최근의 사건이다. 잃어버린 짐은 찾을 수 없다. 신기하게도 절망 뒤에 찾아온 감정은 시원함이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잃어버리고 나니 소중한 것이었더라도 짐은 짐이었구나. 나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 동시에 꺼낼 일이 거의 없는 것. 시간을 물질화해서 짊어지고 다녔던 것 같다. 여태 나는 지나온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지나간 것은 보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보냈지만.
어쨌든 사건에 대한 느낌이 바뀐 이유는 사건의 자리가 마음속에서 변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절망감을 느낄 때 그것이 지나간 자리, 잃어버린 자리, 미련의 자리에 배치돼 있었다. 관점을 바꾸어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아직 남아 있는 것에 집중하니 후련했나 보다. 이처럼 마음 상태는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 못 하더라도, 그 일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배치를 바꾸어 마음을 바꿀 수 있다.

마음의 배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명상이 있다. 심리학 용어사전에 따르면 명상이란 초월의 상태를 실천하려는 것이다. 초월이란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내면 세계로 몰입하는 것이다. 명상의 사전적 의미를 읽으면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수행하는 명상자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어떤 활동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은 일종의 명상적 활동이다. 사진제공 : 보배
어떤 활동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은 일종의 명상적 활동이다. 사진제공 : 보배

하지만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려 하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까 걱정부터 된다. 명상의 본질은 가만히 있는 것이라기보다 나를 외부의 자극들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집중하고 싶은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다른 자극들은 흘려보내는 연습이다. 머리가 아닌 신체를 이용한 반복적 활동을 하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필자는 한지공예, 등산, 뜨개질, 요가, 농사 할 때 이런 경험을 하곤 한다. 한지공예 문양을 파면서 칼끝에 온 감각을 집중하는 것, 등산길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끝에 온 감각을 집중하는 것, 코바늘이 실을 통과하는 것에 온 감각을 집중하는 것, 요가를 할 때 양쪽 몸의 차이를 감각하는 것, 김매기를 할 때 땅에 온 신경을 쏟는 것 등등… 내 행동에만 집중하면 어지러운 고민거리가 잠시 먼일처럼 느껴진다. 어떤 활동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은 일종의 명상적 활동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감각이 전부인 시간이 명상이 된다. 따라서 운동, 요리, 멍 때리기, 호흡, 걷기 외에도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든 행위는 명상적 활동이 될 수 있다.

명상의 또 다른 본질은 긴장 끝에 완전한 이완이다. 완전한 이완은 생각보다 어렵다. 심지어 자는 동안에도 이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어쩌면 ‘완전한 이완’을 연습하는 것이 명상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이완은 근육의 신체적 이완뿐만 아니라 감정의 정신적 이완을 포함한다. 명상은 신체의 한가지 감각에 완전히 몰두함으로써 마음을 텅 빈 상태로 만든다. 감정이나 생각이 떠오르면 흘려보내고 다시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만약 호흡에 집중한다면 인중을 타고 나왔다 들어가는 공기를 느끼는 데 온 감각을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이완이 되면 근육과 마음의 배치가 유연해진다. 마음을 비우면 나를 괴롭히는 어떤 생각과 관계의 배치를 바꾸기 쉬워진다. 설령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사건으로 내가 힘들지 말지는 재배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사건이든 관계든 감정이든 개념이든 존재를 이루는 것들 간의 배치를 통해 나를 구성한다.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졌으며 정체성은 무엇인지……. 동시에 배치들은 자리 바꾸기를 할 수 있다. 배치는 계속 변한다. 때로는 의식적으로 배치를 바꾸기도 하고(내가 이삿짐을 잃어버렸을 때처럼), 때로는 무의식에서 배치를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생각과 마음의 변화, 몸의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살아있음이며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배치 바꾸기를 명상(적 활동)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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