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죽을까봐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비 갠 아침

짙푸른 하늘 사방 폭발하는 뭉게구름이

눈에 가득 차 눈물 흘렸다

이 아름다움 차마 나누지 못하고

죽을까봐

카라코람 국경 넘어

아리 들판 은하수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밤도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살찐 마못들 사는 초원 지나

산토끼가 뛰어간 언덕에서 마주한

카일라스의 만년설

어쩌면 일만 년 전에도

나는 죽을까봐

두려웠는지 모른다

몇 날의 폭설 뒤

소나무 푹푹 꺾이고 쓰러진 천성산 얼음 숲

산호의 황홀

누구와도 나누지 못한 채

죽을까봐

두려웠다

그리웠다

열 두 계곡 마디마디 울리던 물소리와

잎잎 맺힌 물방울 떨구고

날아간 꾀꼬리처럼

외롭게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때가 오면

사랑한 것들과

사랑하지 못한 것들과 기쁘게

이별하고 싶었다

천성산 풍경. 좌:지프네작은폭포, 우/위:유리경, 우/아래:설경. 사진제공 : 심규한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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