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며 겸손으로 사는 길 – 『실패예찬』을 읽고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실패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하는 본질적인 요소다. 성공은 부차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뿐 그리 많은 걸 밝혀내지 못한다. 오히려 실패에 관여하는 방식이 우리를 규정한다. 성공 없이 살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고 불완전하며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합의를 못 한다면 사는 의미가 없다. 실패는 이 전부를 깨닫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내일의 성공을 위하여 현재를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래의 자산인 자연은 착취당하며 황폐해져 가고 있고, 지구촌은 불평등과 전쟁으로 하루도 평화로운 날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실제로는 성공이라는 환상이 아니라 ‘실패’에 있다고 말한다. ‘실패’는 우리의 불완전성에서 기인하는데, 이것은 바로 인간인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실패,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

코스티카 브라다탄 저, 『실패예찬』(시옷책방, 2024)

저자에 따르면 성공은 부차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뿐 그리 많은 걸 밝혀내지 못한다. 우리는 성공 없이 살 수 있지만,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고 불완전하며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합의하지 못 한다면 사는 의미가 없다. 실패는 이 사실 전부를 깨닫게 한다.

저자는 순수주의와 완벽주의가 오히려 폭력과 공포를 유발한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면서, 성공에 대한 일념보다는 실패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다음의 성공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겸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자기 자신을 놓고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로 상상하는 병적인 방식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에 우리 인류는 다른 종들의 진가를 모를 뿐 아니라 그들을 집어삼키기까지 했다. 지구라는 행성을 이용만 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모조리 없애고 쓰레기로 채우고 남용하여 다발적이고 큰 규모의 자연재해 원인을 제공하기까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아닌 세상보다 더 위대할 것도 없다는 새로운 겸손을 갖는다면, 타자에 대한 연민을 가질 수 있으며, 이것은 어느 성공보다도 우리 사회를 더욱 밝은 곳으로 안내할 수 있다. 겸손은 모든 가치 가운데 실천하기 어렵고 핵심적인 윤리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가 겸손함만 제대로 갖춘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물적 욕망으로 인한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겸손에 대해 말하면서도 교육을 통해 겸손을 배울 수 있다는 인문학자들의 생각은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생각, 모든 교육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틀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비로소 교육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냉혹한데, 아직도 우리의 교육은 겸손이 아니라 타자 위에 군림하려는 목적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겸손이 필요한 자리

우리는 삶 속에서 성공을 강하게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치와 죽음에 관한 것들이다. 정치에 대한 예로, 인류의 역사에서 비민주적인 정권은 완벽주의를 추구하여 많은 사람을 탄압하는 공포 정치를 만들어 냈다. 반면에 민주적인 정권은 항상 불완전성을 포용하며 실패를 인정하는 정치를 유지해 왔다. 인류가 완벽한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겸손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 즉, 실패를 위한 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죽음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은 삶이란 ‘최선을 다해 살았다’거나 불쾌하거나 우울한 것에 무지한 채 행복하게 보내는 삶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우리의 연약함과 죽음을 핵심에 두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수용 능력에 대한 것이다. 실패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타인보다 재산과 권력을 더 많이 가지려는 강한 경쟁 욕구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삶은 서로를 힘들게 할 뿐이며, 여기서는 누구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오직 겸손만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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