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① 멸종 애가(哀歌)_사라지는 것들의 이름 부르기- 절멸한 종들과 60종의 멸종위기 생물들을 기억하며

〈월간 기후송〉의 ‘작곡 일지’. ‘월간 기후송’의 다른 이름은 ‘달달이 기후송 만들기 프로젝트’, 줄여서 ‘딸기송 프로젝트’. 그 첫 번째 곡은 ‘멸종 애가’라는 곡으로, 한국의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의 이름을 가사로 하여 만든 곡.

저는 오랫동안 1인조 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을 가지고 싱어송라이터로 음악활동을 해왔습니다. 6개의 개인앨범과 2개의 밴드앨범을 발매하고, 기타 다양한 앨범들에 참여했었어요. 누구보다 노래의 힘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기후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관련된 노래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1인조 인디밴드 ‘하늘소년’. 사진제공 : 김영준
1인조 인디밴드 ‘하늘소년’. 사진제공 : 김영준

그리고 언젠가 내가 작곡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이러다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지난 달 일을 저질렀어요. 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매달 한 곡씩 기후송을 작곡하는 ‘월간 기후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거였어요. 스스로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밀어 넣은 것이죠.

곡을 만들게 되면 어떻게 발표를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생태적지혜연구소가 생각났어요. 이 지면을 빌어 발표하면 더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고, 노래뿐 아니라 작곡의 과정을 기록한 ‘작곡 일지’ 방식이면 재미도 있고 좋은 기록물이 될 것 같았어요.

계획대로 무사히 진행된다면 올해 12월까지 총 11번의 연재를 할 수 있을 텐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독자들께서 저를 채찍질해 주시면 가능할지도 모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ㅎㅎ

노래를 만들기까지

저는 현재 기후환경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생태환경 강의를 맡아 진행했었어요. 여러 환경주제를 다루었는데, 그중 하나가 ‘생물다양성’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본격적인 기후환경 강의로는 2년차, 일반학교 강의는 1년차였기 때문에 저에게 수업준비는 곧 학습이기도 했었는데요. 생물다양성 파괴의 문제를 알고는 있었지만, 알면 알수록 상황이 정말 심각함을 깨닫게 되었어요.

예를 들면, 인류의 등장 이전에는 생물이 10년에 1종 멸종했다고 해요. 그런데 놀랍게도 인류 등장 이후에는 10년에 1000~10000종이 멸망하고 있었습니다. 무려 1만 배나 빠른 멸종속도. 그러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를 ‘6번째 대멸종’이라고도 부르더군요.

EBS 키즈, 《함께 지켜요, 생물다양성》 유튜브 갈무리.

그런데 지금까지 있었던 5번의 ‘대멸종’은, 보통 100만년 이내에 일어나는 매우 긴 멸종의 과정이었는데, 현재의 6번째 대멸종은 겨우 100년 이내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였어요.

지난 50년 동안 전지구의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개체수 약 70%가 사라졌고, 2050년까지 생물종의 25%가 멸종될 것이라니, 대체 인간은 자연과 생물들에게 어떤 짓을 한 것일까요.

한눈에 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2017년_개정).pdf 한 생물 당 2페이지 정도로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니 한 번 살펴보세요. 관심가는 동물부터 살펴보실 수도 있는 참 좋은 자료입니다. 출처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https://species.nibr.go.kr/endangeredspecies/rehome/report/report_view.jsp?bbs_sno=374&page_count=&sch_gbn=report&middle=3&minor=2&bbs_man_sno=16
한눈에 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2017년_개정).pdf 한 생물 당 2페이지 정도로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니 한 번 살펴보세요. 관심가는 동물부터 살펴보실 수도 있는 참 좋은 자료입니다.
출처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그러다 갑자기 우리나라의 상황이 궁금해졌습니다. 이미 멸종한 생물들과, 멸종위기종들이 얼마나 되는지 말이죠. 한국에는 현재 총 267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있고, 이중 60종은 멸종위기 1급, 207종은 2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어요.

1급, 2급이야 인간 기준의 분류일 테고,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물이 없겠지만, 그래도 당장 시급한 멸종의 위기에 놓은 1급 위기종들이 더 눈에 들어왔어요.

이들의 이름을 쭉 보면서 생전 처음 들어본 이름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우면서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러다 혹 이들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이름 한번 불러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위 시에서처럼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상대에 대한 관심이고, 관계 맺기이고, 더 나아가 사랑의 행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독교 성서 ‘창세기’에 보면, 아담이 수 많은 생물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신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 그 인간이 이름을 붙여 생물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신-인간-생물의 연결성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오는 장면이에요.

이 장면을 생각하니 멸종위기종에 대한 나의 이름 부르기는, 그저 단순한 이름 부르기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물의 이름을 짓는 아담. 사진 출처 : 미 의회 도서관
https://www.loc.gov/resource/pga.05754/
생물의 이름을 짓는 아담.
사진 출처 : 미 의회 도서관

저는 이런 강렬한 깨달음이나 충동을 받게 되면 노래(예술)로 표현하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는데, 바로 그때가 그때였어요.

특히 소재와 컨셉이 분명했기 때문에, 곡을 쓰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어요.

작사

처음에는 267종의 모든 생물들의 이름을 부르는 노래로 만들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그건 너무 무리한 일이 될 것 같아서, 아쉽지만 결국 60종의 멸종위기종 1급 생물들로 한정했어요.

포유류(12), 조류(14), 양서•파충류(2), 어류(11), 곤충류(6), 무척추동물(4), 육상식물(11)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가사도 이 순서 그대로 나열했어요.

그러다보니 이름이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어서 음절이 꽤 들쑥날쑥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노래는 일정한 음절을 지켜야 귀에 잘 들어오고, 따라 부르기도 쉬운데 그런 면에서는 조금 친절하지 않은 노래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곡은 일부러 단순하게 만들었어요. 노래의 3요소라 불리는, 멜로디, 화성, 리듬 각 요소의 난이도가 적절해야 하는데, 한 요소가 어렵거나 복잡하면 다른 요소는 조금 쉬워야 대중적인 곡, 좋은 곡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가사

바다사자가 사라져 분노하시는 하늘이여
사라져가는 산호에 슬퍼하시는 바다여
독도강치가 사라져 분노하시는 하늘이여
사라져가는 꿀벌에 슬퍼하시는 대지여

사라지고 나서야 이름을 알았네
모두가 소중한 자매형제들

사라지는 것들을 바라보네
되살아날 것들을 기다려
사라지는 것들을 지켜보네
되살아날 그때를 기다려
사라지기 전 이름을 부르네
그 곳에서 다시 만날 자매형제들

늑대, 대륙사슴, 반달가슴곰 / 붉은박쥐, 사향노루, 산양, 수달 / 스라소니, 여우, 작은관코박쥐 / 표범, 호랑이, 비바리뱀, 수원청개구리 / 붉은점모시나비, 비단벌레 / 산굴뚝나비, 상제나비, 수염풍뎅이 / 장수하늘소, 귀이빨대칭이, 나팔고둥 / 남방방게, 두드럭조개, 검독수리 / 넓적부리도요,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 매, 먹황새, 저어새, 참수리 / 청다리도요사촌, 크낙새 / 호사비오리, 혹고니, 황새 / 흰꼬리수리, 감돌고기, 꼬치동자개 / 남방동사리, 모래주사, 미호종개 / 얼룩새코미꾸리, 여울마자 / 임실납자루, 좀수수치, 퉁사리 / 흰수마자, 광릉요강꽃, 금자란 / 나도풍란, 만년콩, 비자란 / 암매, 죽백란, 털복주머니란 / 풍란, 한라솜다리, 한란.

사라지기 전 이름을 부르네
그 곳에서 다시 만날 자매형제들

● 악보

작곡

처음 이 곡은 기독교인이라는 제 정체성에 기반해, 종교적 의미의 곡으로 쓰여졌어요. 하지만 최근 ‘딸기송 프로젝트(월간 기후송)’를 선언하고 나서, 가사를 조금 고치고 곡을 다듬어 일반곡 버전으로 다시 정리를 하게 되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곡을 만드는 데 불과 3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던 것 같아요. 불러야 할 이름이 있었고, 또 그게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가사였으니까요. 남은 건 후렴구와 도입부의 가사였는데, 이것도 다행히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요.

실은 일요일마다 아주 작은 교회 구성원들과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데, 제가 음악을 하다 보니 노래(찬양) 선곡과 진행(반주)을 맡고 있어요. 당시 예배 전날인 토요일, 갑작스레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발동했고, 이내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고 악보까지 만들게 되었는데, 일요일 예배 때 함께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가급적 따라 부르기에 어렵지 않은 멜로디와 리듬을 고려했고, 또 가사와 어울리는 분위기를 고민하다 보니 지금의 곡이 만들어졌어요. 3/4박자의 전형적 왈츠 느낌의 곡이에요. (악보는 편의상 6/8박자로 만들었어요.)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 구간이 길었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 위해 키를 두 번 올렸어요.

초초안 데모 버전으로 녹음한 이 음원은, 애플사의 맥이나 아이패드, 아이폰에 기본으로 깔려있는 ‘개러지밴드’ 앱을 활용했고, 제가 직접 연주한 기타 외에는 앱에 있는 자동반주를 최대한 활용했어요. 제가 건반연주를 잘 못하다 보니 좀 단순해도 자동연주가 도움이 되더라고요.

말 그대로 초안 음원이니 그냥 분위기 정도를 느껴주세요. 제가 아직 미디(컴퓨터 음악)에 약해서 음원 퀄리티가 떨어지지만, 앞으로 시간되는 대로 배워서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보려고 해요.

● 노래 듣기

※ 멸종 애가(哀歌)_사라지는 것들의 이름 부르기

밤에 집에서 조용히 불러야 하다 보니 노래도 아쉽고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게다가 제가 평소 부르는 스타일의 노래도 아니다 보니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그냥 걍 편견 없이 편하게 들어주세요.

어쩌면 멸종위기종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존은 ‘이름 부르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 곡을 들으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비인간 동물, 생물들의 이름을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 하늘소년

– 밴드앨범 2개(oneband 디지털싱글 1집, 살림꾼 1집) 발매
– 개인앨범 6개(하늘소년 EP1집~5집, 싱글앨범 1집) 발매
그 외 ‘에코페미니즘 동요앨범’ 등 다수 앨범에 기획, 작곡, 편곡, 연주, 보컬 등으로 참여

김영준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

- 예술가(음악가)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P앨범, 싱글앨범)

- 종교인
모태 신앙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정치인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를 만들어 기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기후환경강사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기후환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과 아빠
아내와 두 아들(6세, 3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댓글 8

  1. 이름부르기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이 시작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월간기후송 응원할게요~ 저희도 공동체에서 함께 불러봐야 겠어요^^

    1. 공감과 응원 감사해요! 공동체에서 불릴수 있다면 넘 좋겠네요~~ 다는 아니겠지만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 또 만들어볼게요! ^^

    1. 감사드려요~~ 아무 주제든 좋아하시는걸로 월간땡땡 한번 도전해보세요!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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