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구조주의 철학에서의 기후정의] ④ 분열분석과 기후정의

이 글은 2019년 환경정책평가원에서 발주된 기후정의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포스트구조주의에서의 기후정의 - 가타리의 ‘구성적 기후정의’ 개념의 구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이다. 이 글에서는 국제사회에 닥친 ‘기후정의’(Climate Justice)라는 시급한 과제를 접근하는 방법론으로 펠릭스 가타리의 구성주의, 도표주의, 제도적 정신요법, 분열분석, 배치와 미시정치, 소수자되기, 생태민주주의, 볼 수 없는 것의 윤리와 미학 등을 적용해 본다. 기후정의의 문제는 기후위기에 책임이 거의 없는 제 3세계 민중, 탄소빈곤층, 소수자, 생명, 미래세대 등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대응과 적응 방법을 찾고자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에 적용되는 펠릭스 가타리의 철학 개념은, 이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하는 필사의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가타리의 분열분석은 그 개념이 가진 난해함으로 인해 상당히 오해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분열분석은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처럼 해석, 동일시, 전이, 가족주의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무의식의 작동양상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동시에 분열분석은 욕망이라는 분열적 흐름이 어떤 방향성과 행로에 따라 굴절되고 왜곡되고 협착되는지를 지도제작하는 방법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분열분석의 방법론을 통해 기후불평등과 기후부정의 등과 같은 분열의 맥락과 이중구속(double bind)적인 맥락이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를 진단할 수 있고, 동시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초맥락적 증후군에 해당하는 기후정의 제도를 생산할 수 있다. 분열분석의 방법론적 유효성은 그저 분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향한 방향성조차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분열분석을 통해 기후위기 해법의 방향성을 찾아야

환경을 걱정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비행기 여행을 다녀오는 어른들의 분열 앞에서 한 10대 학생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선다. 
사진 출처 : Anthony Quintano
환경을 걱정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비행기 여행을 다녀오는 어른들의 분열 앞에서 한 10대 학생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선다.
사진 출처 : Anthony Quintano

분열분석의 기반이 되는 이중구속(Double Bind)이론은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son)에 의해서 창안되었는데, 이중구속을 설명하는 데 있어 어느 선사가 선 수련을 하는 제자들에게 “꼼짝하면 때릴 것이야”라고 하면서, 동시에 “꼼짝 안 해도 때릴 것이야”라고 지팡이를 들고 불호령을 내려서 쩔쩔 매도록 만드는 상황이 사례로 제시된다. 더불어 아버지가 “나처럼 되지 마라, 나를 넘어서라”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면서 그렇게 쿨하게 말하는 자신을 존경해줄 것을 은근히 바람으로써 아이들로 하여금 쩔쩔 매게 만드는 상황의 사례도 갖고 있다.

이렇듯 분열의 논리학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게 되는 상황을 내부에 갖고 있는데, 그 극단에 서 있는 질환인 정신분열증은 분열의 논리에 대한 협착(狹窄)과 폐색(閉塞)을 특징으로 한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라캉에 의해서 조명된 환유연쇄가 있다. 환유연쇄는 “~도 아니고, ~도 아니고”라는 형태로 경찰 앞에서 본질을 적시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둘러대는 도둑의 상황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런 라캉에 따르면, 환유연쇄 즉, 협착분열을 벗어나는 것은 아버지, 국가, 신, 사법적인 코드 등에 예속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으로 설명된다.

이에 반해 들뢰즈와 가타리의 분열생성론은 “~이거나 ~이거나”라는 형태로 여러 모델을 횡단하고 이행하고 변이되는 욕망의 과정에 따라 자신의 다양한 선택지를 개척하는 분열의 흐름을 적시한다. 이를 테면 어떤 공동체에서 다양한 의견들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라캉의 환유연쇄에 따르면 협착분열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분열생성론의 입장에서는 공동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로서의 특이점을 개척해내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분열적 흐름으로서의 욕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망을 억압함으로써 협착되어 쩔쩔 매게 만드는 정신분열증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는 분열생성의 특징을 갖는 욕망의 흐름을 발생시키면서도, 소비, 이익, 계급이해라는 고정점으로 수렴시키려 들기 때문에 협착분열 양상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는 정신분열증과 상동성을 갖고 있다.

분열생성론 : 협착되어 쩔쩔 매는 상황을 넘어서는 방법론

분열의 맥락은 탄소정의와 기후정의의 분열로 표현된다. 즉,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1세계 국가가 아닌 기후변화에 책임이 거의 없는 3세계 국가가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열의 맥락이 그것이며, 탄소감축에서의 ‘역사적 책임’과 ‘현재의 책임’간의 분열이 그것이다. 사실상 국제사회는 신기후체제 이전까지 분열의 논리학에 따라 논쟁을 벌려오면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 왔다. 그러나 분열의 맥락을 극복하는 것은 초맥락적 증후군, 즉 분열의 이중구속의 “A냐? B냐?”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색다른 자기원인을 가진 전체를 조망하는 맥락이 등장함으로써 가능하다. 탄소감축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현재의 책임’을 넘어서는 또 다른 맥락이 필요한 것이다. 분열의 논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4가지 정도로 그 작동방식을 보이고 있다.

코드에 고정된 기존의 인간은 기후위기의 분열적인 상황의 해법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출처 : https://www.piqsels.com/ja/public-domain-photo-fblsr
코드에 고정된 기존의 인간은 기후위기의 분열적인 상황의 해법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 piqsels.com

㉠ 베이트슨의 초맥락 증후군 : 어떤 사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그것을 응시하는 상위의 마음이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초맥락증후군은 ‘마음을 응시하는 마음’처럼 맥락 위에 탈맥락이, 그 위에 초맥락이 있음을 의미한다. 분열의 과정에서는 맥락적 사유 사이에서의 모순만이 있지만, 상위의 탈맥락과 초맥락의 사유의 설립은 이를 전체론(Holism)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대안을 낳는다. 일단 기후정의와 탄소정의가 분열되어 있었던 상황 즉 역사적 책임과 현재의 책임간의 분열의 상황에서 신기후체제와 같은 보다 상위의 거대계획이 제출되었던 바는 초맥락 증후군에 해당된다. 이를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제 3세계에 대한 녹색기술, 기후펀드, 재생에너지 등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 스피노자의 삶의 내재성과 자기원인 : 협착된 부분 이외의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협착을 푸는 열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분열된 원인에 직면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외에 가게를 가거나, 세탁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의 다른 일을 함으로써 점차 자기결정력을 가진 영역들을 확대하여 최종적으로 협착의 사슬을 푸는 것이다. 이는 기후정의와 관련해서는 협착지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다른 자기원인의 영역을 개척하는 바에 따라 협착의 사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테면 기후정의가 협착의 문제로 작동할 때, 재생에너지와 녹색기술, 자원재생, 친환경 유기농업, 친환경 자동차 등의 무수한 자기원인을 가진 영역을 작동시킴으로써, 협착의 사슬로부터 점차 벗어나게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 가타리의 분열생성론 : 협착분열을 능가하는 예술, 과학, 혁명의 분열생성으로 표현된다. 다소 거칠 게 말하자면, 미친 사람보다 더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구속이 만들어낸 협착 지점보다 더 강렬한 미침과 생성의 에너지가 생겼을 때, 사실상 협착된 지점은 무력화된다는 관점이다. 기후정의를 촉구하는 시위나 인류멸종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운동, 청소년들의 기후행동 등 협착의 사슬보다 더 강렬한 기후행동 등이 벌어질 때, 이에 따라 기후정의의 미해결의 문제에 사로잡혔던 협착의 사슬이 풀리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열생성의 에너지가 협착분열을 얼마나 능가하느냐가 관건이다.

㉣ 공동체의 배치요법 (~일 수도 ~일 수도) : 협착을 횡단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서로 모순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경우의 수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배치와 관계망이 있어서 모순된 지점들을 횡단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제출되어야 한다. 여기서 기후정의와 관련된 여러 모델과 여러 담론, 여러 방법론 등을 수많은 경우의 수나 선택지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하나의 모델이 답이 될 수 있다는 환상으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모델을 횡단하는 공동체적인 배치에서의 “~일 수도, ~일 수도”의 방법론을 전개하는 것이다.

분열자의 에너지 :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인간!

분열분석의 또 하나의 측면은, 분열증자 자체를 초월적인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생각의 전제조건에는 실존주의가 말하는 자신의 죽음과 끝을 응시하는 실존이 직면하게 되는 무의미, 무위(無爲), 무상성, 전락성, 유한성 등의 특징이 있다. 특히 전락성 개념처럼 가장 밑바닥에 이르렀을 때 놀랄만한 주체성 생산의 가능성이 열리는 실존의 양상이 분열증자이다. 동시에 분열자는 자신의 끝과 한계, 죽음으로서의 유한성을 응시하기 때문에 다가올 미래세대를 위해 공동체의 판을 벌이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는 ‘실존주의를 넘어선 실존’으로서의 분열자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가타리의 분열생성론을 통해서 입구와 출구 사이의 간극에서 지도를 역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엄청난 생명에너지와 활력이 내재해 있음을 응시하는데, 이는 주체성 생산을 가능케 할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후부정의와 관련하여 협착된 지점을 넘어서는 기후정의에 대한 강렬한 시민사회운동과 활력의 배치가 잠재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미래세대의 차원이 완전히 다른 판 위에서 설립되어야 하며, 기존 세대의 시대 인식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이는 초월적인 맥락에서 분열자를 바라보는 것과 동등한 심급에 있다.

– 다음 편에 계속

본 연구는 2019년 환경정책평가원의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정책 개선방안 연구〉라는 연구과제에 제출된 연구보고서입니다.

신승철

지혜와 슬기, 뜻생명의 강밀도에 따라 춤추길 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락(共樂)하고자 합니다.
바람과 물, 생명이 전해주는 이야기구조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하는 글쟁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