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금융

2015년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당사국에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출 및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은 ‘돈’이 필요합니다. 경제학의 기본은 ‘가치중립의 돈’입니다만, 기후위기 시대를 위한 ‘가치 창출의 돈’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기후금융’이라는 새로운 대안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들이 많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저탄소사회를 지향하는 녹색기술 혁신이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라면, 산업계에서는 그린마케팅이라고 하여 공급망을 통틀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경영관리 활동, 이른바 <미션 제로 Mission Zero> 활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정책적으로는 <그린 뉴딜>과 같은 종합적인 거시경제 대책들이 국가 및 지역 공동체의 상황에 따라 준비되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이미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기획하는 그룹들은 기존의 기계적인 발전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대안적인 자원 할당 방법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실험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자본의 투자도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 모델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런 대안적인 자본의 투자 방식을 <녹색 금융 Green Finance>, 혹은 <기후 금융 Climate Finance>으로 통칭합니다. 이에 대한 배경 및 사례를 살펴 보고, 비교적 소규모로 실행해 볼 수 있는 대안들을 찾아 보겠습니다.

기후금융 트렌드

2015년 파리조약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후금융의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위급한 상황인 만큼, 대규모의 금융 사업들이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점입니다. 기후금융은 친환경 사업에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금융을 제공하는 <녹색 채권 Green Bond>과 탄소배출 감축을 유가증권으로 전환시켜 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Carbon Emission Trade>가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분야입니다.

  • 전세계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2017년 기준 2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발행기관도 기존의 국제 기구 중심에서 민간과 금융권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의 성장세가 확연한 데, 세계 녹색채권의 30% 이상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민간기업 중시으로 채권이 발행되고 있고, 한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중심입니다.
  • 유럽은 200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이후, 다양한 파생상품이 등장했습니다. 현재는 전체 배출권 거래의 90%가 파생상품에 몰려 있을 정도로 발달했습니다. 일본은 배출량 감축에 대한 신기술을 수출하면서 추가 배출권을 획득하는 양자탄소제도(Joint Crediting Mechanism)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중국은 배출권의 최대 수출국 위치를 활용해 파생금융상품계약서에 중국어를 병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 중이며, 활성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기후금융 혁신 사례

기후금융이 생소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목표만 다를 뿐 금융의 방식은 그다지 새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분야인 만큼, 최신 금융 기술을 접목해 보려는 시도가 많은데, 블록체인을 통한 탄소거래가 그런 예입니다. 그 외 현재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표 형태로 모아 봤습니다.

거래부문 블록체인
  • 금융거래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에 분산시켜, 참가자가 공동으로 거래내역 반영 및 업데이트하는 분산형 시스템
  • 2017년 블록체인 활용 국제 탄소거래 체결
저장부문 테라루프 핀란드 벤처기업이 개발한 대용량 융합 기술로 가격 경쟁력 확보
공급부문 SIMPA 네트워크
  •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초기 투자를 바탕으로 지방 전력 미보급 가구에 태양광발전기, 조명, 배터리 세트를 대여해주는 사업을 진행
  • 사용자편의성을 갖춘 pay-as-you-go 시스템을 적용하여 연 30%씩 성장하는 성공적인 사업모델로 평가받음
재원부문 녹색채권
  • 친환경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으로 사용처를 신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 등 그린프로젝트로 제한
  • 발행 분야는 에너지(38%) 분야가 가장 크고, 다음으로 건물/산업(18%), 수송(16%) 순

표. 기후금융 확산 사례

녹색기술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소규모 후원을 받거나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소셜 펀딩 Social Funding>이라고도 합니다. 주로 자선활동, 이벤트 개최, 상품 개발 등을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합니다. 이후 투자 방식 및 목적에 따라 지분투자, 대출, 보상, 후원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지분투자. 신생 기업 및 소자본 창업자를 대상으로 엔젤투자 형식의 자금을 지원합니다. 투자금액에 비례한 지분 취득과 수익 창출이 목적입니다.
  • 대출. 인터넷 소액대출을 통해 자금이 필요한 개인 및 사업자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자를 받습니다. 온라인 마이크로크레딧, P2P 금융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 후원. 다수의 후원자들이 모금자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금전적 보상 이외의 형태로 일정 부문 보상받는 유형입니다. 공연, 예술, 교육, 환경 등의 사회적 가치 창출 분야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 기부. 후원형식의 펀딩과 유사하지만, 아무런 보장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한 기부 유형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구조
크라우드 펀딩의 구조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의 중개인이나 증권 시장 등을 통해서,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만 투자가 가능했던 전통적 금융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합니다. 발달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 개인이 소액 투자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신재생에너지 기술 및 기후변화 등의 이벤트에 접목하면, 이를 매개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형태와 외부 의존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 약 1,250개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보면, 북미에 약 10조, 아시아에 4조, 유럽에 3조 5천억원 정도의 자금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5년이 지난 2020년에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커질 것입니다. 1,250개의 펀드 중 25개는 신재생에너지만을 다루는 녹색기술 펀드입니다. 이 펀드를 보면, 약 3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발국 및 진행되었으며, 수익률과 사회적 가치를 입증한다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이 분야에 대한 펀드 수요가 거의 없고, 펀딩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중첩되어 활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져가면서 이에 대응하는 프로젝트들은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례를 보면, 시민들의 이해를 구할 만한 분명한 프로젝트 스토리가 있을 경우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전병옥

기술마케팅연구소 소장. 고분자화학(석사)과 기술경영학(박사 수료)을 전공. 삼성전자(반도체 설계)에서 근무한 후 이스트만화학과 GE Plastic(SABIC)의 시장개발 APAC 책임자를 역임. 기술의 사회적ㆍ경제적 가치와 녹색기술의 사회적 확산 방법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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