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호랑지빠귀의 죽음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폭염 끝

옥천 마등교차로 방음유리벽 안쪽 갓길

호랑지빠귀 한 마리 누워 구더기에 파 먹혀 있었다

칼날같이 메마른 풀에 가려

화려한 호랑깃털이 선명했다

밤마다 흐느끼던 새

그 밤 무슨 사연이었을까

방음유리벽 바깥쪽 콘크리트 수로

호랑지빠귀 한 마리 더

구더기에 고치까지 껴

입술 밖 흐르던 신음 피딱지 되고

개미들 바글댔다

울울한 대숲

목격했을 것이다

대숲 안 소나무에 둥지가 있을까

건너 성산 참나무에 주둥이 둥지만큼 벌린

새끼들 있을까

가야 하는데

마등 논배미 잡은 지렁이 가득 물고

새끼들에게 정신없이

날던 남편

와야 하는데

기다리다 기다리다 정신없이

찾아 나선 아내

마중 나가다가

유리벽에

빗방울이 부딪혀 흘러내렸다

무겁고 눅눅한

빗줄기가 쏟아졌다

사진제공 : 심규한
사진제공 : 심규한

사진제공 : 심규한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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