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가볍게 생각하는 것들에 관하여

RE100은 기업이 자신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이것이 재생에너지의 확대 정책으로만 귀결된다면 온실가스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다양한 접근법들이 함께 실행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100% (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하는 RE100은 2014년 뉴욕 시의 기후주간에 시작된 글로벌 이니셔티브로서 The Climate Group (CG)에서 주관하고 있는 캠페인이다. RE100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100%를 실현하였거나, 실현가능한 전략적 시간표를 가지고 공표하거나, 가입 후 1년 내에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면 된다. 2021년 2월 현재 웹사이트 상 가입회원은 307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애플이나 스타벅스, 구글, 나이키와 같은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SK 하이닉스와 SK텔레콤, K-Water (수자원공사)와 LG 에너지 솔루션, 아모레퍼시픽 등이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약속하고 있다.1

RE100 캠페인은 전 세계의 기업들을 움직일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 CG는 이 캠페인을 디자인할 때부터 그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RE100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이거나, 2)Fortune 1000 리스트에 속하거나, 3)탄소발자국을 어마하게(이산화탄소 기준 연간 10억 톤 이상 배출) 남기고 있거나, 4)RE100 그룹에 참여함으로써 영향을 줄 만한 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특히 Global Fortune 500에 속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 그룹에 참여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대한 대비가 바로 미래에 대한 대비라는 것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RE100이 ‘캠페인’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이 글은 재생에너지 전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점검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쟁점을 다뤄보려 한다. 첫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를 없애는 방법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재생에너지 ‘전기화’ 뒤에 감춰진 또 다른 문제는 없는가이다. 즉, 첫 번째 질문을 떠올린 것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당연한 흐름이고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것이냐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부분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집중이 가진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의지는 국가의 정책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먼저, 어떻게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3월 재생에너지 공급자에 한해 전력소비자와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였다. 즉 과거에는 발전을 하면서 전력을 판매까지 할 수 없도록 막고 있었던 법이 개정됨으로써 기업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어서 RE100 참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이다. 이는 이미 RE100 캠페인에서 제안된 주요 정책권고 사항 3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CG에서 제안한 정책들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2

  1.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요금이 화석연료기반의 전력요금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달라. [글쓴이의 해석: 재생에너지 생산의 규모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거나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는 화력발전 전기요금에 환경비용을 반영하여 현실화하라]
  2. 기업의 재생에너지원을 통한 전력공급 촉진을 위해 각종 규제를 제거하고 안정된 제도 기반(framework)을 만들어 달라. [글쓴이의 해석: 전력공급의 원칙이나 화석연료 보조금 등 화석연료기반의 발전사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소나 설비를 갖추는 데 있어서 각종 토지이용 규제나 건축물 규제를 없애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라]
  3.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사람들과 사려는 기업이 직접거래 할 수 있는 전력시장구조를 만들어 달라. [글쓴이의 해석: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판매계약까지 할 수 있어야 발전사업자들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생산설비에 투자할 수 있다. 열린 시장(경쟁)을 통해 재생에너지 가격이 더 저렴해져야 기업들도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4.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공서비스 기관이나 전력 공급사들과 협력해 달라. [글쓴이의 해석: 긍정적으로 보자면 전력공급 및 생산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고 다소 부정적으로 보자면 기업에 유리하도록 신경을 써달라는 주장]
  5. 직접(on-site) 혹은 간접(off-site)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투자를 촉진해 달라. [기업이 자가발전하거나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업자와 계약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려 할 때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6. 경쟁력 있는 가격의 “친환경인증(Environmental Attribute Certificates: EACs)”을 발행하고, 추적하고 인증하기 위한 신뢰받고 투명한 체계를 지원해 달라.

직접 거래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입하게 되면 한전이 가진 대규모 발전사와 공급망 등 한전이 가진 막강한 에너지 권력을 다소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동안 전력공급이 공공재로서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수급을 할 수 있었지만, 시장경제를 통한 전력민영화의 한 단계로 작동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 이유는 큰 자본이 들어가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기업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작동할 수 있고, 대규모로 전력을 구매하는 기업들이 싼 값의 전력 구매계약을 맺는 반면, 일반 시민들은 오히려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기업은 시장 경쟁이라는 도구를 통해 가격을 합리화함으로써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들 중에는 오히려 민영화와 같은 효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불안감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에너지를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3가지 기본재 중 하나로 인식한다. 즉 물과 식량과 에너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소비재이다. 그렇기에 에너지(목표7)에 있어서도 “누구나 접근가능한 청정한 에너지를 근대적인 설비를 통해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있으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에너지)은 공공재로서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정부의 개입으로 공공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PPA는 민영화라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기후위기가 속도전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촉진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제3기에 접어든 배출권거래제 운영을 통해서도 정부가 시장의 충격이나 기업 눈치를 보면서 유상할당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과감한 행보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변화를 촉진할 계기가 필요한데, 늘 시장의 변화에 대응을 해온 정부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갈 능력이 떨어진다. 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정책적 수단은 ‘세금, 보조금, 규제’인데 국가 예산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선출직 공무원의 입장에서 국민 비용이 발생하는 일에 선도적인 역할을 자청하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 정부가 온갖 기후변화 관련 정책들에서 후퇴하였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곧 닥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정권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것은 영혼없는 공무원일 뿐, 기업과 시장은 탄소세나 탄소국경세에 대한 대응 준비로 바빴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린 프리미엄3을 정부 주도로 책정하기보다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하는 제도적 변화는 일단은 환영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린 프리미엄을 극복하는 방법

빌게이츠(2021)는 그의 책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전기의 그린 프리미엄이 가장 높은 이유를 저렴한 화석연료와 비싼 송전선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가진 ‘간헐성’의 저주라고 지적한다. 간헐성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엄청난 저장장치나 생산설비가 필요하고 그것은 곧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소비 인구가 몰려있는 북반구에 위치한 많은 지역은 계절간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우리가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에 에너지 수급을 의존하게 되었을 때, 생산설비 면적과 송전망을 중심으로 에너지 수급 정책이 흘러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외에 다른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전력공급에만 몰려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생각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기 위해 다른 에너지를 전기화하고, 최종적으로 전원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재생에너지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했다. 즉 재생에너지의 공급확대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수요는 그대로 화석연료로 반영되었다는 것이다.4 공급위주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결과였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데, 모든 자동화 과정이나 4차 산업과 기계화 등이 스마트해짐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조절을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력사용 시간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도입된 나라들이 있다. 즉 수요가 낮시간에 집중되어 예비전력률을 떨어뜨리면 그만큼 더 많은 발전소의 건설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요를 분산시켜 공급부족이라는 위험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수요가 없는 시간대에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면 가격을 저렴하게 매기는 방식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도입하고 있는 누진제 역시 소비를 억제하는 방법이고 수요를 조절하는 접근법이다. 이 외에도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수요를 줄이는 방법이 있는데, 수요조절에 있어서 생각보다 많이 기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력 사용을 회피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농업에 있어서도 그렇고 건물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고 도시계획에 있어서도 바람과 열섬현상을 피하기 위한 방안, 빗물을 활용하거나 물을 활용한 설계가 필요하다. 즉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잘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바다와 육지의 온도차로 바람이 늘 불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람길을 이용하거나 제품에 있어서도 전적으로 전력에 의존하지 않는 적정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전력 수요를 조절하는 방법이 적극 활용되어야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온실가스의 배출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RE100을 기업 중심에서 지방정부와 마을단위로 적용하는 일도 SDGs에서 활용가능하다. 최근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와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이 참여한 〈RE100 시민클럽추진단〉이 발족하였다. 내가 배출하는 탄소발자국을 상쇄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생산이나 탄소흡수 활동에 참여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삶 안에 탄소중립을 도입하는 방법은 녹색교통을 활용하는 것부터 햇빛발전협동조합에 가입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기업의 RE100이 탄소중립을 위한 소중한 걸음이긴 하지만 그것이 재생에너지 확대로만 몰이해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1. RE100참여하기 위한 최소조건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90% 달성목표임.

  2. RE100 Global Policy Message (https://www.there100.org/sites/re100/files/2020-10/RE100%20Global%20%20Policy%20Message.pdf)

  3. 빌게이츠는 그린 프리미엄을 기존의 화석연료에 비해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깨끗한 그린에너지에 붙는 가격 상승분이라고 정리함. 그러나 이것이 전기에만 붙는 것이 아니라 다른 청정한 생산방식으로 인해 오르는 가격을 그린프리미엄이라고 통칭함.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2021)

  4. World Resource Institute (2019) https://www.wri.org/insights/beyond-renewables-how-reduce –energy-related-emissions-measuring-what-matters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장으로 지속가능발전과 환경정책, 기후변화, 리질리언스 등 우리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생태시스템 분석틀을 적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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