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 공존의 밥상 – 밥상에서 시작되는 생태 전환』
김인원・신승철 저,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기획), (모시는사람들, 2026)
기후위기 시대의 식탁 혁명! 먹거리로 읽는 문명전환의 길!!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다!
TV를 틀어도, 유튜브를 열어도, SNS를 넘겨도 음식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혼자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먹방 콘텐츠까지 끊임없이 쏟아진다.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음식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먹거리 환경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관심 속에서도 정작 왜 그것을 먹는지, 그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묻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먹고 있는 것일까? 『채식, 공존의 밥상』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채식을 권하지만, 채식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채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과 자연, 동물과 사회, 건강과 기후위기, 그리고 미래 문명의 방향까지 함께 성찰하는 생태 인문서이자 생활 철학서이다. 무엇보다 채식을 하나의 정답으로 강요하기보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오늘날 우리의 식탁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스마트폰만 열면 원하는 음식을 언제든 주문할 수 있고, 계절과 국경을 넘어 수많은 식재료가 식탁에 오른다. 그러나 그 풍요의 이면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지구 한편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과잉 소비와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과 동물학대, 식량위기와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감소와 토양 황폐화 역시 우리의 먹거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잉 섭취로 병들어 간다. 인간이 더 많이 먹기 위해 만들어낸 산업적 식량체계는 오히려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먹거리는 더 이상 개인의 취향이나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먹는가는 어떤 농업을 지지하는가의 문제이며, 어떤 경제를 선택하는가의 문제이고, 어떤 생명관을 지니고 살아가는가의 문제이다. 그래서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방식으로 세상을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채식을 식단의 문제에서 문명의 문제로 확장시킨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건강의 문제로 이해한다. 실제로 채식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채식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일, 생명과 생명의 연결을 회복하는 일로 바라본다. 한 그릇의 밥에는 흙과 물, 햇빛과 씨앗이 들어 있다. 농부의 노동과 지역사회의 시간이 들어 있다. 고기 한 점에도 목초지와 숲, 사료와 물, 수많은 생명의 관계가 얽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먹고 있다.”
이 한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채식을 둘러싼 오해를 차분하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채식을 이야기하면 먼저 단백질 부족이나 영양 불균형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들은 채식의 역사와 영양학, 인간의 신체 구조와 전통 식생활, 콩과 통곡물 중심의 식문화, 공장식 축산과 기후위기의 관계 등을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채식을 새로운 유행이나 특별한 생활양식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밥상, 잃어버린 삶의 방식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이 책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전환을 제안한다.
채식은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풍요의 발견이다.
채식은 무엇을 포기하는 삶이 아니다. 자연의 리듬을 회복하는 삶이며, 생명의 순환을 이해하는 삶이다. 더 많이 소비하는 풍요가 아니라 더 깊게 관계 맺는 풍요를 배우는 과정이다. 저자들은 또한 먹거리가 몸뿐 아니라 마음도 바꾼다고 말한다. 식습관은 건강은 물론 정서와 집중력, 삶의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먹느냐는 결국 어떤 가치관을 선택하고 어떤 세상을 지지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공장식 축산은 왜 문제인가? 기후위기와 육식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왜 한 끼의 육식이 여러 사람의 식량과 연결되는가? 왜 로컬푸드와 종자주권, 슬로우푸드와 공동체 밥상이 중요한가?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채식을 단순한 식단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평화, 공존과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발상 전환을 요구한다. 한 끼의 식사는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문제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는 단순히 몸을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식탁은 더 이상 사적인 공간만이 아니다. 그것은 생태와 경제, 농업과 공동체, 현재와 미래가 만나는 가장 일상적인 정치의 공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채식을 정답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고기를 완전히 끊지 못해도 괜찮고, 당장 비건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이다. 일주일에 하루, 한 끼의 식사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결국 건강한 몸과 건강한 사회,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를 죄책감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주는 책이다. 채식은 금욕이 아니라 배려이며,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더욱 뜻깊은 것은 이 책이 고(故) 신승철 선생의 마지막 문제의식을 담은 유작이라는 점이다. 『탄소 자본주의』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사회를 모색했던 그의 사유는 이 책에서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밥상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김인원 저자는 학교와 지역사회, 생활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그 사유를 살아 있는 이야기로 완성한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의 시대
우리는 거대한 해결책을 찾느라 가장 가까운 곳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변화는 국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회의실에서 시작되지도 않는다. 변화는 부엌에서 시작된다. 식탁에서 시작된다.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채식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관한 책이고, 생명에 관한 책이며, 미래에 관한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가를 묻는 책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아마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이렇게 바뀔 것이다.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