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주인공, 바다의 변화에 주목하라

올 5월의 해수면 온도 상승은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는 기후변화의 핵심 요소인 바다의 온도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해수면 온도와 해류의 변화는 대기 온도 상승, 이상 기후 증폭, 심해 온도 상승 등의 중대한 기후변화를 초래하며, 이는 지구 전체 규모의 열량 확대와 관련이 있어 심각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스 신화 속 신들 사이엔 서열이 있다. 가장 강력한 신은 단연 제우스로 알려져 있다. 신들의 왕이며 날씨와 질서의 신이다. 제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력한 신으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가 있다. 날씨, 바다, 농업, 이 3가지가 인간의 안정적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대인들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폭풍(태풍)과 홍수는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도 가공할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고 포세이돈은 제우스와 함께 가장 강력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기후변화의 주인공, 바다

거대한 규모의 바다는 지구대기가 담지할 수 있는 총에너지보다 1000배 이상의 열용량을 가지고 있다.  사진출처 : geralt
거대한 규모의 바다는 지구대기가 담지할 수 있는 총에너지보다 1000배 이상의 열용량을 가지고 있다. 사진출처 : geralt

바다는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한다. 지구본을 보면 파란 태평양이 지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거기에 바다의 평균 깊이는 3700m로 육지의 평균 해발고도 800여m보다 4배 이상 깊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바다는 지구대기가 담지할 수 있는 총에너지에 비해 1000배 이상의 열용량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대기 전체를 1℃ 높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량의 1000배의 에너지가 있어야 바닷물 전체를 1℃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지구가 흡수한 열의 저장을 바다가 93%, 육지가 6%, 대기는 1%를 저장하고 있다. 지금 대기의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약 1℃ 올랐으며, 1.5℃ 상승에서 멈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대기란 불과 1%의 열을 담지하고 있는 매질일 뿐, 지구 전체가 온실가스에 의해 흡수한 에너지량을 측정하려면 바다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바다는 너무 넓고 깊으며 위치에 따라 온도차가 커서 정확한 담지 에너지량을 측정하는 것은 대기온도 측정에 비해 매우 어렵다. 인간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온도가 그나마 대기의 온도이며 식물과 동물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도 대기의 온도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있어서 ‘기준’온도를 대기의 온도값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대기의 온도는 바다 및 육지와의 에너지 교환에 따른 종속값이다. 대기의 온도 변화는 바다와 육지의 온도 변화에 비하면 변덕스럽고 지구총 에너지량에 있어서 미세한 변화일 뿐이다.

바다의 능력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하자면, 먼저 한해 이산화탄소 환산 50기가톤 이상의 온실가스 중에서 25%~30%가 바다로 흡수된다. 탄소가 자연스럽게 바닷물에 녹는 양은 소수이며 대부분은 해조류나 식물성 플랑크톤이 호흡을 통해 흡수한 다음 경화되어 침전되는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두 번째는 한해 온실가스에 의해 담지된 열기의 93%가 바다로 흡수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년 내내 바다가 90%씩 흡수를 해 준 끝에 200년간 대기의 온도는 1℃만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바다가 대기로부터 탄소와 열을 흡수해온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순간, 대기의 온도는 급격한 변화를 보일 수 있다. 바다가 곧 주인공이다.

그런데 무슨 재주로 바다는 ‘영원히’ 대기 중의 열기를 흡수하고 있는 것일까? 비유적으로 말해 보자면 창문도 환기구도 없는 닫힌 단열의 방이 있다. 200만 년 전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서 대략 1만 년 전 지금의 모습을 형성한 거대한 얼음덩어리. 남극의 얼음 높이는 평균 2.5km이다. 롯데타워 높이의 5배. 지구는 남극과 북극에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한 개씩 두고 지구의 열기를 흡수해 왔다. 문은 닫혀 있다. 닫힌 방 안에서 200년 전부터 가열을 시작했고 열기는 얼음의 용융으로 상쇄되어 왔다. 기상학자 조천호 박사의 말대로, 1초에 히로시마 원폭 5개 정도의 열기가 쉬지 않고 공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실내 온도는 겨우 1도가 올랐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녹아가며 열기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음은 계속해서 녹고 있다.

북극 빙하의 면적은 1980년도에 800만㎢였다가 30여 년 후인 2012년에는 380만㎢로 그 면적이 반 이하로 줄었다.(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 9월 초 연간 최소치 기준) 그래서 대충 반으로 줄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겨울철을 기준으로는 20% 줄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북극 얼음의 면적은 계절에 따라 변동이 크다. 면적보다는 얼음의 부피에서 조금 더 놀랍다. 1980년 9월 북극 빙하의 부피는 16000㎦ 였다. 2012년에는 3,200㎦로 그 부피가 1/5만 남아있다. 과학자들은 2030년경에 여름철 북극빙하는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당장 올겨울이 되면 다시 얼겠지만 세월이 더 흐르고 나면 북극의 얼음은 아틀란티스 대륙처럼 옛이야기에만 남을 것이다.

해양의 열 흡수는 93% 이상

2023년 5월에 해수면 온도는 21.1℃를 기록한다. 1985년의 기록이 20.1℃라고 할 때, 정확히 1℃ 상승했다. 앞에서 밝혔듯 대기온도가 1℃ 오르는 것보다 해수는 1000배의 에너지가 흡수되어야 1℃가 오른다. 물론 21.1℃ 값은 바다 전체의 평균 온도가 아니라 해수면 표면의 온도이므로 정확히 얼마나 많은 열량이 해수로 흡수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바다의 온도는 경직성이 아주 강하다.

문제는 온도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지금까지 관찰된 그래프의 일정한 패턴과 전혀 다른 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올해 초는 라니냐가 끝나고 엘니뇨 초입 단계라는 점이다. 2023년이나 1월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혹은 2016년의 온도보다 낮았다. 2016년은 2~3년간의 엘니뇨 기간의 막바지 단계라 해수폭염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은 기존의 라니냐_엘니뇨에 따른 온도 변동이라는 기존 해석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궤적은 기존 흐름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지의 영역’이라고 표현한다. 지금까지 통계학적으로 얻은 해수온도의 계절별 패턴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해수온도의 급격한 기울기에 대해 ‘지금까지 해수 과학자들이 잘못 연구’ 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만약 IPCC 5차, 6차 보고서의 내용이 정확한 연구 수치라면 올해의 이변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재야 과학자들의 주장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18년 프린스턴 대학의 레스플랜디 교수는 IPCC의 내용을 비판하며 해수온도를 지나치게 낮게 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해양 곳곳에 아르고(Argo)라는 로봇 센서를 설치하고 해양온도와 염도를 포괄적으로 측정했다. 기존의 해양 온도 측정은 부표 등을 통한 직접 측정에 의존했지만 아르고는 해양에 용해된 기체의 밀도 등을 통해 광범위한 온도변화를 계산해 내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특히 4000여개의 아르고를 바탕으로 깊이 2000m 해수의 온도 상승을 계산했다. 이 연구를 통해 지난 10년간 대기중 열에너지의 대부분을 흡수한 해양의 유입 에너지량이 지나치게 낮게 계산되었다고 주장했다. 교수는 60% 정도의 에너지가 추가적으로 해양으로 흡수되었다고 본다. 이 경우 2가지 착오를 인정해야 하는데, 동일 농도의 온실가스가 흡수하는 열량이 예상치보다 더 높다는 뜻이다. 450ppm 농도하에 1.5℃, 500ppm 농도하에 2.0℃라던 예상치를 수정해야 한다. 또한 지구가 대기를 통해 바다로 흡수된 열량이 60% 초과 되었다는 주장이 맞다면 남은 탄소예산이 이미 소진되었거나 상당히 초과된 부채 상태로 이해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레스플랜디 교수는 배출량을 25% 추가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오차 범위가 지나치게 높고 해수 측정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로운 연구, 해양으로 대량 열량 유입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지구변화 사이클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Taha Karabulut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지구변화 사이클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Taha Karabulut

영국의 위도가 북위 50도 전후로 일본의 홋카이도섬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도 겨울이 따뜻한 것은 대서양에서 흘러오는 멕시코난류에 의해 영국의 기후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즉 위도에 따라 유입되는 태양에너지의 직접 복사열보다 그 지역 주변의 해수 온도가 기후를 결정짓는 것이다. 이처럼 바다는 지구 기후시스템의 핵심이다. 결국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지구변화 사이클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인다. 대기 중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열에너지가 해수온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상승한 해수의 이동에 따라 특정 지역은 이상 기후를 증폭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허리케인의 발생, 산불, 가뭄이나 홍수 등 우리가 기존에 알던 기후의 변동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면은 물론 심해에 저장된 에너지는 매년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7년간 심해의 온도가 약 0.04℃씨 상승한 것으로 기록되는데, 그것은 히로시마 원폭의 수억 개에 해당하는 30억 제타줄(J) 이상의 에너지가 흡수되어야 가능한 상승이다. 일부에서는 올 초 벌어지는 해수면의 급격한 온도 상승은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북극과 남극의 해빙에 따라 담수가 해양으로 대량 유입되고 북극해에서 고농도 염수 생성에 장애가 발생하는 ‘해양 안정화 현상’(해수가 아래가 무겁고 상단이 가벼워 상하 해류가 사라지는 현상)에 따라 해수의 상하 불안정성이 위협을 받아 해류 감소가 본격화된다면, 지구 전체 규모의 열량 확대와 상관없이 국지적 기후재난은 점점 증가하게 될 것이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해류의 출발점인 극지방에서 심해로 침전되는 해류가 40% 감소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의 상하 해류량의 감소는 뜨거운 대기의 가열된 열기가 바닷물에 흡수되고, 그 흡수된 열량이 심해로 이동하는 바다의 열흡수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해 발생하는 대기 열폭의 93%를 흡수하는 바다의 냉각기능이 감소하게 되면 대기의 온도 상승은 급격하게 일어날 수 있다.

2023년 초반에 부분적이며 일시적으로 1.5℃를 넘었다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해수의 냉각 기능의 감소로 대기온도가 상승하고 연이어 티핑포인트의 본격적 전개가 시작될 수 있다. 기후변화의 핵심은 바다다. 바다의 변화에 주목하고, 기회를 잃기 전에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참고자료

• 클린테크니카(https://cleantechnica.com), 「기후 변화 시나리오: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및 탄소 거품 예측에 대한 업데이트된 요약」, By The Beam, 2018. 7. 17.

• 워싱턴포스트(https://www.washingtonpost.com/), 「새로운 연구에서 해양에 열이 크게 축적되어 지구 온난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놀라운 사실 발견」, By Chris Mooney and Brady Dennis, 2018. 10. 31.

• 녹색평론 163호 2018년 11-12월호, 「기후변화의 최전선」, 이치선 글,

두더지

쌍둥이를 낳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 하여 나를 상징할 수 있는 동물을 찾다가, 나는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살고 있는 사람 같아 두더지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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