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시대,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인류가 일으킨 기후위기로 인해 수많은 동물이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우리 눈에 보이는 동물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인간의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전 세계의 과학자가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과 논문을 모아 세계 지도자들에게 의견을 전하고 있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 IPCC1는 2021년 8월, 6차 보고서에서 ‘2040년경이면 지구의 온도가 과거에 비해 1.5℃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2018년에 IPCC가 발간한 「1.5도 특별 보고서」에서 경고한 것보다 10년 이상 빨라진 것이다. 그리고 더욱 놀랄 일은 인류가 기후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도 이미 1.5℃ 기후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이다.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

눈표범은 전 세계적으로 4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WWF 따르면 기후위기로 눈표범의 서식지 4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by strichpunkt 출처 : https://pixabay.com/photos/snow-leopard-leopard-big-cat-snow-1985510/
눈표범은 전 세계적으로 4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WWF 따르면 기후위기로 눈표범의 서식지 4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 출처 : strichpunkt  

이와 같이 1.5℃ 또는 그 이상 기후가 상승하게 되면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여러 환경 단체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로 흔히 빙하에서 갈 곳을 잃은 북극곰을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모델로 보여준다. 물론 북극곰은 1984년 180만㎢에 이르던 그들의 서식지인 빙하가 2016년 110만㎢까지 줄어들면서 개체 수가 급감하여 현재 3만여 마리만 남아 멸종 위기에 놓인 상태이다. 이외에도 눈표범, 뱅골 호랑이, 아프리카 치타, 자이언트 팬다와 같은 많은 종류의 동물도 그들의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눈표범은 히말라야산맥과 중국, 부탄, 네팔과 같은 국가의 눈 덮인 고산지대에 사는데, 기후 변화로 서식지가 사라짐으로써 멸종의 위기에 처했으며 현재 5천여 마리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벵골호랑이는 인도, 네팔, 말레이반도 등지의 숲과 습지에 서식하는데, 해수면 상승으로 대부분의 서식지가 침수될 위험에 처해 있다. 1990년 10만 마리에 달하던 개체 수가 급감하여 2020년에는 3천여 마리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후 상승에 따른 위기는 앞서 언급한 눈에 띄는 커다란 덩치의 동물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바닷속의 산호초도 기후에 민감한 생명체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게 된다. 과거에 비해 기후가 상승함에 따라 바닷물의 온도도 상승하였고 그로 인해 지난 30년간 산호초의 25%가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바닷물이 3℃ 상승하면 대부분의 산호초들이 녹아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농장동물 대량 폐사 위험

기후 상승은 우리가 사육하는 가축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과거의 뉴스를 살펴보면 무덥던 여름날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수십만 마리에서 수백만 마리씩 가축들이 폐사했다는 뉴스를 볼 수가 있다. 이렇게 많은 가축이 폐사되는 이유는 오늘날 축산 환경 때문이다. 오늘날 가축들은 흔히 공장식 축산이라고 불리는 좁은 곳에 다두의 가축을 밀집 사육하는 방식으로 사육되고 있다. 이들 가축들은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사육장에서 좁은 닭장에 5~6마리의 닭들이, 좁은 돈사에 십여 마리가 밀집 사육된다. 이런 환경은 사육장의 온도도 문제이지만 가축들에서 발산되는 체온이 더욱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무더운 여름날, 곁에 사람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이 상승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가축들은 주변의 온도가 상승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것을 열 스트레스(heat stress)라고 한다. 열 스트레스가 경미한 경우 가축들은 숨을 헐떡거리고 침을 흘리는 정도의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이런 열 스트레스는 주변 환경이 1~5℃ 상승시 체중이 1.8~7.2㎏ 감소할 정도로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열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지면 체온이 상승하고 호흡수가 과다해지며 결국은 체내의 온도를 발산하지 못하여 고체온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외부의 기온이 상승하는 무더위에 자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막힌 사육장은 찜통 그 자체이다. 거기에 가축의 분뇨가 발효하면 발생하는 암모니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런 상태에서 환풍기가 멎기라도 하며 가축들은 열사병과 호흡곤란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지구의 기후 상승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전지구적인 곡물 생산량 감소

문제는 기후 상승이 가축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런 직접적인 영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의 급격한 변화는 오랫동안 안정된 기후에 적응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중에 일정한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식물은 자신에게 적정한 온도와 일조량, 강수량이 있는 곳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온도가 상승하는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량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적 온도가 2℃ 이상 상승할 경우 열대 및 온대지역의 밀, 쌀, 옥수수와 같은 주요 농작물의 수확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그리고 4℃ 이상 상승하는 경우 전 지구적인 곡물 생산량이 감소한다. 가령 2003년 유럽은 평균 6℃ 이상 상승하는 폭염이 발생했다. 그때 이탈리아는 전년 대비 옥수수 생산량이 36% 감소하였으며 프랑스는 과일류 생산량이 전년 대비 25%, 사료용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감소하였다.

기후 상승으로 인한 곡물 생산량 감소와 그에 따른 곡물 사료 가격의 인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들어 배합사료업체들은 사료가격을 2~3월에 6.5~9%에 이어 7월에 5.9~10% 인상했다. 이는 주요 곡물 수출국인 미국에서 파종기에 한파가 발생했으며 브라질에서는 건조한 기후로 말미암아 국제곡물가격이 인상된 데다 해상운임비도 폭등했기 때문이다. 국내 사료는 원료의 95%를 수입 곡물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제곡물가격의 인상은 곧바로 사료 가격에 반영된다. 이렇게 사료 가격이 인상되면 축산 농가들은 축산 자체가 힘겨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축산물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 경영비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돼지 54.7%, 육계 56.8% 등 거의 60%에 달한다. 현재도 축산 경영비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높은 데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하여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그때는 축산 자체가 힘겨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후 변화가 가축에 끼치는 영향은 단지 우리나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 13억 마리, 돼지 10억 마리, 닭 200억 마리가량이 사육되고 있다. 이 많은 가축들은 사료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생산비 절감을 위해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거나 아니면 축산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사실 세계적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축산은 기후위기를 야기한 온실가스를 적게 잡아도 18% 이상 발생시키고 있다. 축산 영역에서 발생시킨 기후위기가 부메랑이 되어 축산 영역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모든 생명에게 고난의 시간이 도래

사람들은 생명을 개별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생명은 어디에도 없다. 생명체는 주변의 다양한 생명들 사이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생명공동체인 공생명이다. 또 그 생명은 자신의 환경을 만들고 그 환경의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진화해왔다. 그것이 지구 35억 년 생명의 역사이다. 생명은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적응해왔지만 환경은 그리 쉽게 변하는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시간은 보통 3만 년이다. 하지만 인류의 행위, 특히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끝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 속에서 발생시킨 기후위기는 20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너무나 큰 환경의 변화를 야기했다. 이러한 변화는 동물, 식물 더 나아가 토양의 순환을 담당하고 있는 미생물도 적응하기에 너무나 빠른 변화이다. 다시 말해 적응하기 쉽지 않은 변화라는 것이다.

물론 생명의 힘은 강하다. 생명은 어떠한 환경의 변화에도 적응하는 힘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그 기간을 보내는 동안 지난 시간에 적응한 생명체에게는 고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이 환경에 과도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는 우리 인류가 경계할 지점이다.


  1.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은 UN의 전문기관인 세계기상기구(WMO)와 그 산하기관인 환경계획(UNEP)에 의해 1988년 설립된 조직으로서, 인간활동에 대한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여 그 영향 및 실현가능한 대응전략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의 실행에 관한 보고서를 발행하는 임무를 가진다. (출처: 국립기상과학원)

박종무

지구 생명의 근원은 해님이라고 믿는 생태주의자. 해님의 에너지를 받는 지구 모든 생태 구성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한다. 특히 동물들이 생태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아픈 동물을 치료하고 동물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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