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플라스틱 프리 라이프] 여는 글- 아주 사소한 계기

플라스틱 프리 선언처럼 환경과 관련되기만 하면 아주 대단한 결심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넘겨짚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하나씩 제거해 가는 경험, 쉽게 실천하는 방법을 여러 편의 글로 엮어 보고자 한다.

바야흐로 플라스틱의 시대다. 눈을 돌렸을 때 플라스틱을 찾기보다 플라스틱이 아닌 것을 찾는 일이 더 어려울 지경이다. 플라스틱은 편하고, 가볍고, 단단하고, 썩지 않는다. 얼마나 좋은가! 그러니 플라스틱 없는 우리 삶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요즘 나의 삶에서 플라스틱이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플라스틱 없이 사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아주 대단한 결심을 요구하는 일도 아니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바다거북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 사진으로부터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얼마 가지 않아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사용했다. 휴지심 같은 것으로 음료를 마시는 일은 고역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플라스틱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일은 무척 어렵다고 생각했다. 샴푸 바와 바디워시 바를 선물 받기도 했지만 몇 번 쓰지 못하고 다시 플라스틱 병에 담긴 액체 샴푸와 바디워시로 복귀했다. 둘 다 너무 쉽게 물러졌고 세정력도 충분치 않았다.

엄마가 말하기를, 예전에는 다 이런 걸로 설거지를 했단다. 집 앞 작은 화단 한 켠에서 기른 수세미로. 
사진 출처: juemi
엄마가 말하기를, 예전에는 다 이런 걸로 설거지를 했단다. 집 앞 작은 화단 한 켠에서 기른 수세미로.
사진 출처: juemi

그러던 나를 바꾼 것은 동네의 작은 제로웨이스트 샵이었다. 쓰던 월경컵을 가져오면 새 월경컵으로 바꾸어 주고, 반납한 월경컵은 수거해서 재활용되는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들른 가게 구석에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성근 섬유질로 이루어진 길쭉한 뭔가가 신기해 보여서 그냥 하나 샀다. 궁금했다. 엄마가 말하기를, 예전에는 다 이런 걸로 설거지를 했단다. 집 앞 작은 화단 한 켠에서 기른 수세미로. 우리는 바게트를 든 파리지앵처럼 수세미를 안고 집에 들어갔다.

수세미는 생각보다 굉장했다. 예전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수세미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그릇도 뽀득뽀득 잘 씻겼다. 조직이 성글어 그런지 물이 잘 빠졌고, 빠르게 말랐다. 그리고 느꼈다. 친환경,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 – 이런 삶을 실천한다고 꼭 불편하게만 살아야 하는 건 아니구나. 휴지심 맛의 종이 빨대나 플라스틱 빨대 중에 고르는 대신 또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쓰면 물러져 버리는 바디워시 바,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걸까?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세탁해서 쓰는 게 정말 최선일까? 나는 우리가 편하게 플라스틱 프리 실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환경을 아끼는 사람이지 고행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편한 방법, 좋은 제품을 사용하고 몇 가지 팁이 있으면 훨씬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의 플라스틱 프리 실천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어렵지 않은 실천을 위해. 플라스틱 프리 라이프가 편안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김캐롤

싸우는 트랜스남성, 비건, 학교 밖 청소년, 아픈 사람, 퀴어 페미니스트.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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