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외면의 지구와 관계 맺기 – 『자연에 말걸기』를 읽고

인간-자연과의 유대감 회복과 ‘생명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마이클 코헨의 책 『자연에 말걸기』를 읽었다.

우리가 생명의 자연스런 기쁨과 지혜를 잃어버린 이유는 그것을 무시하도록 세뇌되어 왔기 때문이다. …… 그 경험의 가치를 즐기기 위해 우리가 따로 뭔가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는가. 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잠재력은 우리의 영혼과 몸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다.

『자연에 말걸기』, p19

지구 위기를 바라보며 지구를 보호하고 더불어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게 된다. 생태주의를 공부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소비를 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정책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생태 명상을 한다. 위기에 대한 자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개인의 내부에서 그리고 개인과 정부, 기업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힘겹게 투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 역동에는 중요한 주체가 빠져있다. 관계에 포함 되어야 할 주체는 지구이다. 우리가 지구와 관계 맺고 지구의 움직임에 공명할 때, 무엇이 달라질까?

마이클 코헨 저, 『자연에 말걸기』 (히어나우시스템, 2007년)
마이클 코헨 저, 『자연에 말걸기』 (히어나우시스템, 2007년)

마이클 코헨은 도서 『자연에 말걸기』를 통해 자연 감각을 일깨우는 실습을 제시한다. 원제는 『Reconnecting with Nature』로 자연과의 유대감을 회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건강을 되찾기 위한 방법 즉, 생명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헨은 50년 이상 자연에서 생활하고 배우며 환경교육을 진행했다. 그는 많은 심리적 문제들, 예를 들어 중독, 우울, 불안, 자살 충동, 공격 행동 등이 자연과의 연결감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동 안에는 무의식이 들어있다. 그 무의식은 지구의 목소리다. 우리는 지구와 ‘끌림의 관계로 맺어져 있으며 우리의 영(sprit)과 몸(body)에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각이 암호화되어 들어있다. 다만 인간의 문명은 우리를 자연과 단절되게 만드는 ‘스토리’를 통해 사고하도록 만들었다. ‘자연은 위험하고 정복해야 하며 경제적 자원이다’라는 스토리에 설복되어 우리 안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감각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회가 우리에게 자연적 끌림이라는 지성을 무시하도록 가르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기거나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경험적 증거를 따르면, 감각을 통해 자연과 접속할 때 우리는 지성적인 자연의 방식에 심리적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스토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감각적 끌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p37

우리 내면, 외면의 지구와 다시 연결되기 위해 감각적 끌림에 주목해보자.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각적 느낌에 주목하며 끌리는 자연물에 다가간다. 다만, 느끼기 전에 먼저 자연에게 다가가도 되는지 물어본다. 내가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지 자연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느리고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의 관계는 동등해지고 교감하는 느낌이 들며 훨씬 안전하게 느껴질 것이다. 자연은 물질 이상이며 감정과 영이 있는 존재로 경험될 수 있다.

“자연의 감각적 지혜가 사람들 안에서 총족될 때 편안함과 만족감이 일어난다. 그것은 삶의 온전함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충족되지 못하면 감각적 만족과 사랑에 대한 욕구를 일으킨다. ……이 지혜가 우리 자신과 환경에 가하는 사회의 파괴적인 행동을 멈추게 할 것이다……..지구적 통합을 소중하게 여김으로써 우리는 자연과 하나라는 것을 신뢰하게 된다. 자연이 이루어낸 지혜는 사랑이다. 엘버트 허버드는 우리에게 가장 알려지지 않은 자연적 지성이 우리를 사랑했기에 우리가 존재한다라고 했다.”

p67

“이 연습들은(자연에 말걸기) 자연 감각적 의사소통을 재활성화 시키기 때문에 우리를 근원인 자신과 다른 이들, 자연에서 발견되는 자연스런 지혜와 기쁨, 아름다움에 연결시켜준다.”

p96
자연을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고는 ‘인간 중심적 관점’이다. 오히려 지구의 지성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우리는 낮아져야 한다. 사진출처 : Tsunami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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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고는 ‘인간 중심적 관점’이다. 오히려 지구의 지성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우리는 낮아져야 한다.
사진 출처 : Tsunami Green

‘허락을 구하는 과정’은 ‘자연에 말걸기’ 연습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이는 자연과 관계 맺음이 어떤 것인지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을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고는 ‘인간 중심적 관점’이다. 오히려 지구의 지성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우리는 낮아져야 한다. 생명공동체에 속해 있는 일원으로서 지구 어머니의 돌봄과 양육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고갈되지 않는 무한한 자원이다.

코헌은 53가지의 자연 감각과 감수성이 우리의 유전자 속에 암호화되어 있다고 하였다.

방사 감각(식물의 굴광성같이 눈 없이도 보는 감각, 색감, 색깔에 붙어있는 고유성과 분위기에 대한 감각,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자신의 모습 또는 위장한 모습 등을 의식하는 감각 등)

느끼는 감각(공명이나 진동, 수중 음파탐지, 초음파를 포함하는 듣기 감각, 중력에 대한 감수성, 노폐물을 제거하거나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배설 감각 혹은 느낌, 특히 피부에 닿는 촉감, 코리울리스(지구 자전으로 인해 생기는 전향력)감각 또는 지구 회전의 효과를 자각하는 것

등)

화학적 감각(코로 맡은 후각과 코를 넘어서는 후각, 혀로 맡은 미각과 혀를 넘어서는 미각

, 음/물/공기에 대한 갈증 또는 생리적 욕구, 사냥하고 먹이를 잡는 행위 또는 음식을 얻고자 하는 충동 등)

정신적 감각(외적/내적 고통, 정신적/영적 고통, 공포감/상처와 죽음/공격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성에 대한 자각과 연애감/사랑/결혼/육아 등을 포함한 생식 충동, 놀이/스포츠/유머/즐거움/웃음에 대한 감각, 생각과 의식에 대한 감각, 직관이나 무의식적 영역 등)

또 하나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이 모든 감각은 인간 고유의 특징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속성이라는 사실이다. 인간만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생각과 의식 역시도 자연의 산물이다. 인간의 지성보다 지구의 지성이 더 크다. 우리는 이 감각들을 느끼고 신뢰하며 자연에게 배워야 한다. ‘지구에 내어 맡김(surrender)’을 체득한다면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자연처럼 사고하기의 과정으로 무명지인애(無名, 知, 引, 愛)를 설명하고 있다.

  1. 자연은 이름 없고, 비언어적 과정이다. 無名
  2. 자연과 자연감각은 지성적이다.知
  3. 사람들의 자연감각은 자연의 일부에 대한 끌림이다.引
  4. 자연감각들은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한 형태이다. 愛

자연의 이러한 속성은 우리 내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1. 이름없음: 관계하고, 알고, 느끼는 비언어적 방식
  2. 지성: 끌림이 서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섞이는 자연스런 능력
  3. 끌림: 사물을 서로에게 끌리게 하는 자연적 에너지
  4. 사랑: 자연의 끌림 과정을 기쁨으로 느끼는 우리의 능력

우리 내면과 외부 자연에서 무명지인애를 발견하고 접속할 때 우리는 자연과 가까워지며 자연처럼 사고할 수 있다.

그러나 머리로는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어도 방해물에 가로막히기도 한다. 자연에서 불쾌한 감정을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없애거나 극복해야 하는 문젯거리로 생각한다. 이것 역시도 자연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스토리’의 문제이다. 지구 위기를 보며 고통과 분노를 경험하는 것은 생명공동체가 겪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자연도 영혼이 있다. 그 존재가 고통을 겪고 있으니 우리는 공동체로써 그 고통에 함께하는 것이다.

“감각 25-27(고통, 고민, 두려움)을 자연분리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들은 자연의 부정적, 유해한 면이거나 우리가 행해온 실수에 대한 처벌로 보여질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현명하고 우호적인 공헌자들이다. 그것들은 자연의 흐름을 교통신호등처럼 안전하게 조절해준다. 자연은 광대한 경험의 장으로서 우리가 미시적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쳐준다. 다중감각적 거시세계에서 고통은 하나의 필요한 축복이다. 그러나 감각이 제한된 미시세계에서는 고통이 저항할 수 없는 것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p161

우리가 느끼는 슬픔, 두려움, 분노 역시도 자연이 우리에게 불균형을 알리는 방식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우리는 그 감각을 따라 더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충만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은 자연과 관계 맺기를 통해 심리적, 영적으로 더 깊이 잠재된 힘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기후 위기처럼 전 지구적 위기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지구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정책적 제안을 하는 책은 아니지만 오히려 근본적으로 우리의 존재 양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진

몸, 마음, 영, 지구의 통합적 치유를 지향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어릴 적에는 곤충채집을 하러 다니는 도시 꼬마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인간의 심리적 안녕과 성장을 돕는 일을 하는 심리상담가가 되었습니다. 생태영성을 만나면서 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정체성이 통합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둥근마음심리상담센터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감정코칭학과 외래교수

전문상담사, 청소년상담사, 가족세우기 촉진자, 명상지도자, 에니어그램 강사, NLP 프렉티셔너, 공명코치, 생태심리학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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