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받은 기후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

노벨상을 받은 기후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발표하는 노벨상에 세간의 관심이 모입니다. 문학, 화학, 물리학, 의학, 경제, 인권·평화 등 6개 분야에서 공로가 많은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이 상은, 어느덧 학자 개인과 소속 연구기관,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커다란 학문적 지향점이 된 것 같습니다. 각 분야에 대한 시상자가 결정된 이후에는 그들의 연구 결과에 대한 과학적, 사회적, 그리고 미학적 의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집니다. 노벨상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도 이런 해석을 보는 재미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도 노벨 경제학상의 의미에 대해서는 유난히 조용히 지나간 것 같습니다. 대중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내용이 아니어서 그랬을까요?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William Nordhaus의 연구 주제에 대해 알아보고 그 한계와 너머의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월리엄 노드하우스의 주요 저작인 「기후카지노」는 기후변화를 경제적인 관점으로 독해한다. 탄소배출의 문제는 곧 산업체제의 문제이자 비용의 문제이다.
월리엄 노드하우스의 주요 저작인 「기후카지노」는 기후변화를 경제적인 관점으로 독해한다. 탄소배출의 문제는 곧 산업체제의 문제이자 비용의 문제이다.

최근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이 많은 논란과 관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상자로 선정된 3명의 학자들은 40~50대의 비교적 젊은 세대이고, 연구 분야도 ‘빈곤’으로서 주류 경제학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입니다. 주류 경제학의 작동 모델을 제시하는 백인, 70대의 남성 학자 – 이런 모습이 기존 수상자들의 익숙한 모습인데요, 이번 수상자들은 젊고 게다가 인도출신 학자도 있으니 여러모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독하게 보수적인 노벨위원회도 젊은 세대의 빈곤에 대한 연구가 이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져서, 2018년도 노벨 경제학상에 대해 다시금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2018년도 노벨경제학상은 기후변화 연구를 주목하다

경제 성장의 전통적인 이론 틀을 제시한 학자는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입니다. 솔로 교수의 모델은 ‘경제성장은 경제체제 밖에서 발생한 기술 진보에 의해 일어나고, 자본 투자를 하면 할수록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진다(한계생산 체감의 법칙)’는 것으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노벨 위원회는 이 전통 속에서 현재 경제체제의 끊임없는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경제는 어떻게든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2018년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ous)와 폴 로머(Paul Romer)의 수상을 통해 말하고자 했다고 해석됩니다. 이 바로 두 학자의 연구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지속가능한 성장’입니다. 로머 교수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이런 내생적 동력이 기업과 사회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킨다는 점을 입증했고, 이로 인해 솔로 교수의 성장이론을 확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노드하우스는 무슨 연구를 했을까요?

일단, 노벨위원회가 제시한 시상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의 연구는 기후변화를 장기적인 거시경제 분석틀에 도입하여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였다.’ 즉, 그의 연구도 기존 경제성장 모델을 성공적으로 확장시켰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 상황을 정확히 읽다

노드하우스 교수가 처음부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공동 수상자인 로머 교수처럼, 새로운 기술 혁신이 성장을 이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환경이나 자원의 문제가 기술혁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을 매우 기민하게 포착했는데요. 1974년 발표한 논문에서, “대략적인 계산으로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한다면, 2030년에는 487ppm 정도가 될 것이다.” 라고 썼을 정도이니, 현재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가 상당한 혜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노벨상은 관찰된 사실들을 성공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한 사람에게 우선 수여됩니다. 이 기준에 노드하우스 교수는 아주 잘 들어맞는데요, 그는 1990년 중반에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과 경제 성장의 기존 이론을 포괄하는 모델을 최초로 제안하였습니다. DICE 모델1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모델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불해야 할 비용과 이익을 경제학적으로 계산해 보자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라는 과학적 사실들이 경제성장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면서, 이후 새로운 연구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업적입니다.

이 모델은, 그렇지 않아도 경제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많은 연구그룹들을 자극했습니다. UN의 기후환경위원회(UNFCCC), IPCC 등의 조직화에 노드하우스의 연구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모델은 경제성장을 위한 여러 변수들의 상관관계를 풀어낸 것이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량적 모델의 결과를 해석한 아래의 그래프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탄소정책 탄소세의 이론적 배경

DICE 모델에 기초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시나리오 (출처: VOXEU)
DICE 모델에 기초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시나리오 (출처: VOXEU)

그림 1에는 Base선2, Opt선3, Stern과 T선4으로 4가지 경로가 가정됩니다. 이 모델은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만 정책 변화가 가능하다는 – 오랜 기간 정치인들과 자본가들이 의존해 왔던 – 주장을 반박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2017년 출간된 그의 저서, 『기후카지노』에서 지구 생태계의 운명을 걸고 도박을 하듯이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들에게 그런 행동은 카지노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경고 하였습니다. 노드하우스로 인해 연구의 이론적 토대가 마련되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정책의 결정적인 이론적 배경이 마련된 셈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탄소세입니다.5


경제성장은 곧 탄소배출량 증가와 비례해 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를 줄여야 한다면 경제는 후퇴할 것인가? ‘성장 균형점’은 어디일까? by pixabay
경제성장은 곧 탄소배출량 증가와 비례해 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를 줄여야 한다면 경제는 후퇴할 것인가? ‘성장 균형점’은 어디일까? by pixabay

“기본적으로 시장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다. 탄소세를 부과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서비스와 상품의 가격을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더 비싸게 해야 한다.”

“지구상에는 수십억 명의 인구와 수백만 개의 회사, 수백 개의 국가가 있다. 그들을 (기후변화에 대응해) 행동하게 하려면, 인센티브와 불이익이 함께 있어야 한다.”

성장 균형점 : 기후변화 속에서 경제 성장의 길을 찾는다

다른 경제학자들이 기존의 경제성장 모델의 완벽함에 만족하는 동안, 노드하우스는 기후변화는 기존 경제체제의 성장과 맞물려 있으므로 ‘성장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에는 그의 연구 방향이 맞았다는 점을 노벨상을 통해 인정받은 셈입니다. 물론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드하우스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즉 역성장을 하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마치,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굳게 믿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에 대한 소식을 듣는 자리에서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경제성장에 반하는 주장에 대해 좌지우지되지 말게.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받아드리지 못한다. 상자 속 고양이에게 독극물을 줄 때, 양자역학은 관찰이전에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상자를 여는 순간, 생사가 결정된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 지구의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것인가? by pixabay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받아드리지 못한다. 상자 속 고양이에게 독극물을 줄 때, 양자역학은 관찰이전에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상자를 여는 순간, 생사가 결정된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 지구의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것인가? by pixabay

과학계에는 양자역학의 확률적 수식에 대해 끝까지 의문을 표시한 아인슈타인의 일화가 유명합니다. 노드하우스의 경우도 비슷해 보입니다. 경제성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미래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한계가 여러 국가들이 현재 보이는 미지근한 정책 결정의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경제 성장과 에너지 구조, 지구온난화의 부작용과 비용에 대한 ‘균형점’이 어디인지 찾아야 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데, 누구도 최적의 답을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권투 경기에서 한 대도 안 맞고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보다, 덜 치명적인 부위에 몇 대 맞고 이기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희생해야만 합니다. 반대로 경제성장을 계속 하려면, 현재의 에너지 구조를 지속해야 하고, 기후변화의 상황을 감내해야 합니다. 문제는 ‘경제 역성장’과 ‘기후 변화’ 중에 어느 것이 우리가 맞을 만한 펀치이고, 반대로 어느 것이 이겨내야 할 상대인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드하우스 교수조차 아직 기존의 담론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이제 새로운 세대의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성장 균형점은 없다 : 경제 후퇴냐 뜨거운 지구냐

노드하우스 이후의 연구 방향은 하나를 양보하자고 제안합니다. 즉, 기존 연구 조건에서 찾고자 하는 ‘균형점’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조건 하에 지구 온난화를 최소화하는 시나리오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GDP 성장이라는 도그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어떤 모델이든 지구 온난화라는 펀치를 맞아야 하는데, 누가 맞을 것인가에 대한 점입니다. 현재는 개발 수준이 낮은 국가들과 빈민들, 그리고 지구 생태계가 맞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우리의 지향점이 될 수는 없고, 결코 지속가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경제 구조의 균형점 외에, 비용 지불의 평등점에 대한 적절한 틀이 개발되어 하루빨리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 W Nordhaus et at (2018), Modeling Uncertainty in Intergrated Assessment of Climate Change: A Multimodel Comparison, J. of the Association of Environmental and Resource Economists 5(4): 791-826
  • Stern, NH, et al (2006), Stern Review: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 매경 기사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8/10/627558/)
  1. Dynamic Integrated Climate-Economy model

  2. 우리가 별다른 정책 변화 없이 현재의 에너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3. 최적화(Optimal) 된 상황. 탄소세를 통해 배출량을 규제하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적절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상황 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4.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전 시대 대비 2.5°C 이하로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때의 배출량과 2007년 Stern Review에서 계산한 배출량 시나리오 상황에서의 이산화탄소배출량(현재 IPCC는 1.5°C 이하로 줄이는 것이 가장 최적의 과학적 시나리오라고 제안)

  5. Global Warming Is Real and Has Consequences – Part I

전병옥

기술마케팅연구소 소장. 고분자화학(석사)과 기술경영학(박사 수료)을 전공. 삼성전자(반도체 설계)에서 근무한 후 이스트만화학과 GE Plastic(SABIC)의 시장개발 APAC 책임자를 역임. 기술의 사회적ㆍ경제적 가치와 녹색기술의 사회적 확산 방법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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