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노동에 대안은 있는가- 『플랫폼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를 읽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비대면 사업과 플랫폼 노동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위험책임은 배달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이득은 플랫폼 기업이 차지한다. 배달의 사회화와 공공 플랫폼, 지역 플랫폼이 절실하다.

신승철, 이승준, 장윤석, 전병옥 지음 『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 노동자』 (북코리아, 2021년)
신승철, 이승준, 장윤석, 전병옥 지음 『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 노동자』 (북코리아, 2021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폭염이 쏟아지는 날이나, 전화 한 통이면 음식과 물건이 문 앞에 온다. 코로나 시기에도 큰 불편이 없다. 더구나 로켓배송으로 하루 만에 오고, 어떤 것은 다음날 새벽에 도착한다.

플랫폼노동자에 대해서는 지역 모임에서 라이더유니온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알게 되었고,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를 읽으며 좀 더 생각하게 되었다. 최소한 너무 덥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할 때는 배달을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늦는다고 짜증을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랫폼노동에는 ‘위험의 외주화’와 ‘실상의 비가시화’라는 두 축이 있다.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고 ‘실상의 비가시화’는 무엇인지도 누가 만들었는지도 누가 배달했는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것을 받는 것이다. 태어난 지 한 달여 만에 조각난 병아리는 아마도 어떤 노동자가 기름으로 범벅된 뜨거운 주방에서 튀겨냈을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비가시화’는 플랫폼노동의 주된 속성이라 할 수 있다. 배달노동자는 플라스틱 용기 속에 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물류노동자는 자신이 트럭 속에 던져 넣는 택배 상자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배달 주문 버튼을 누르는 ‘고객’에게도, 새벽 배송 버튼을 누르는 ‘고객’에게도 이들 노동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플랫폼노동’이 ‘노동’이고 ‘플랫폼노동자’가 ‘노동자’임은, 노동권을 지키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새로운 노동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권을 사고하고, 새로운 생산, 고용, 복지의 틀을 짜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 실상의 비가시화. 사진출처:
위험의 외주화, 실상의 비가시화.
사진출처 : trongdat15

디지털화, 플랫폼화는 편리함과 스마트함 이면에 파멸의 씨앗을 품고 있지만 이는 간과되고, 성장에 대한 열망이 걱정과 성찰을 덮어 낙관주의적 전망을 만들어낸다. 혁신으로 미화되고 포장되는 플랫폼 자본주의가 내재하고 있는 사회적 한계와 물리적 한계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적 한계로는 플랫폼 노동의 현실과 기술의 소외가 가져오는 ‘디지털 구빈원’ 같은 자동화된 불평등을, 물리적 한계로는 기술의 반생태적 경향에 따른 생물리적 처리량의 증가와 디지털 부문의 막대한 탄소 배출량으로 인한 기후 위기의 가속을 들 수 있다.

최근 도시의 녹색 전환에 대한 대안적 아이디어가 있다. 파리에서 시작된 ‘15분 도시’가 그것인데, 이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 15분 안에 운동, 녹지, 직장, 의료, 교육, 문화 등의 인프라를 풍부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도시를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필요한 이동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절감 할 수 있고, 도시는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며, 지역 문화와 복지를 누리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사회적 배달과 공공 플랫폼, 지역 플랫폼도 대안으로 논의할 수 있다. 아직 시작 단계이나, 인간다운 삶의 여정으로서 배달 노동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을 세우기 위한 선언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지역과 사회, 국가, 기업이 얼마나 함께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찾으면 대안은 있다고 본다.

달뜸

달이 뜨면 마음이 들뜬다고 그걸 달뜬다라고 표현도 했다네요. 그래서인지 어릴 때 달이 뜨는 날 밤에는 밖에 나와서 친구들과 그림자밟기도 하고 단체 숨바꼭질도 하며 즐겁게 놀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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