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채식, 환경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더라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 다른 생명들에게도 살기 좋은 세상일까? 우리의 생활 속 선택이 환경과 동물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다른 생명을 소비한다는 것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스스로 장을 봐서 밥을 해먹어야 할 때 즈음이다. 그냥 내가 직접 돈을 내면서 죽은 동물을 산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고기를 안 사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어릴 때 ‘채식주의‘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동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내가 먼저 동물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동물행동학을 공부했다. 그곳에서 같은 학과에 있는 친구들 중에 본인을 채식주의자라고 하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실습을 하기 위해 1박 2일로 야외 국립공원에 갈 때는, 학교에서 모든 참여 학생들의 식단을 미리 물어보고 채식을 하는 학생들의 식사는 따로 구분이 되어 나왔다. 동물을 위해서, 건강상의 이유로, 또는 환경을 위해서 등 채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개개인의 식단에 대한 선택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준비를 해주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그런 환경이 많이 낯설었지만 채식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주위 환경에 어느새 익숙해져 갔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식단을 이어갈 수 있는 익숙한 환경에서 살다가 한국에 왔을 때, 상황이 많이 달랐다. 야채볶음밥이라고 해서 물어보니 고기가 들어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물론 최근에는 윤리적 소비라고 하여 환경과 동물을 위한 소비생활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채식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육식 소비가 환경에 주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 자료도 많이 나오면서 환경을 위한 채식주의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국내에 비건 베이커리가 곳곳에 생기고, 대형마트의 냉동식품 칸에서 식물성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대형마트에 채식식당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채식을 한다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불안감도 커져갔다.

생활 속 편리함이 늘어가면서 소비자로서 책임감 있는 선택도 중요

육상동물 소비를 안 하면서 해양동물도 소비를 안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생명이 살고자 하는 데 꼭 그런 생명을 섭취해야 하나?’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고민은 내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질문으로 이어졌다.

  • 가방을 살 때면 ‘동물의 가죽이 사용되었나?’
  • 바다에 나가서 돌고래를 보고 싶은데 ‘내가 이 보트를 타고 가면 그건 또 자연에 있는 돌고래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가?’
  • 코트를 사러 갔는데 ‘이 코트를 만드는 데 동물이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닌가?’

이러한 질문들은 내 선택이 환경에도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 온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가 자연에 주는 피해는 커지고 있다. 자연이 지켜져야 내가 소비하지 않는 동물들도 그들이 속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by Chris Charles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jQI1tnK6OEU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 온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가 자연에 주는 피해는 커지고 있다. 자연이 지켜져야 내가 소비하지 않는 동물들도 그들이 속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Chris Charles
  • 행사를 하는 자리에 ‘귀찮지만 텀블러를 가져가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지.’
  • 스노클링 체험을 제공하는 관광업소인데 ‘무책임한 스노클링 체험 사업으로 바다에 해를 끼치는 곳일 수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할까?’
  • 비동물성 가방이지만 ‘이걸 사면 나중에 쓰레기가 되었을 때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소재일까?’
  •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찾았는데 ‘이 브랜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무책임하게 나무를 베어내는 기업은 아닌가?’
  • 소비의 매 순간마다 ‘이 회사는 환경을 위해 얼마나 책임 있게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 피곤해서 어떻게 사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런 질문조차 던질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 온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가 자연에 주는 피해는 커지고 있다. 자연이 지켜져야 내가 소비하지 않는 동물들도 그들이 속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지난 수 천년, 수 만년 간 그래왔듯이.

동물과 환경을 위한 채식. 결국엔 나, 우리를 위한 선택

전 세계적으로 기후에 대한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한 소식을 접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2019년 후반기에 시작해서 2020년 초까지 이어진 호주 산불과, 2019년부터 급격히 증가한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불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조급해졌다. 지리적으로는 지금 당장 나랑 상관없는 곳이지만, 울창한 숲속이 없어지고 다양한 생명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해외 사례뿐 아니라 국내에서 논란이 되는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 국내 곳곳의 섬을 개발하여 관광지화 하려는 개발 사업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되면 여기에 살던 새들, 반달곰, 해양동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정말로 미래세대를 위한 개발이라면 이러한 생명들을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닐까?

수많은 동물과 자연에 대한 다큐멘터리 해설로 유명한 영국인 데이비드 애턴버러경이 출연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가 최근 공개되었다. 그는 50여 년 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의 해설을 맡아오면 왔다. 비행기를 타는 것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이제는 지구상에서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든 현재까지, 본인이 경험을 하며 함께 변화해오고 있는 지구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함께 변화해오는 지구라는 뜻은, 곧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오늘날 현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 표는 1937년부터 세계인구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대기 중 탄소량과 지구상에 남은 자연을 수치로 보여준다. 지구상 남은 자연의 수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나의 불안감도 커져갔다. 내가 최근에 갔었던 국립공원도 이렇게 얼마 남지 않은 자연의 일부였고, 이마저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지키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어린 세대들의 참여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구이기에 생사가 오가는 환경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소리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전 세대에는 없었던 새로운 증상을 나타내는 단어도 생겨났다. ‘Climate depression, eco-anxiety’ 즉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증을 나타내는 것이다. 어린 세대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환경에 대한 걱정 때문에 기후 불안감이 심해지지 않도록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에서 애턴버러경은 다소 희망적인 말로 마무리를 한다.

“오랫동안 저뿐 아니라 여러분도 미래가 두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무조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분명해졌어요. 우리에겐 바로잡을 기회가 있어요. 발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우리가 끼친 악영향을 지우고 자연과 균형을 이루고 사는 종으로 다시 돌아갈 기회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완벽한 집을 꾸밀 기회를 얻었어요. 우리가 물려받은 풍족하고 건강하고 멋진 세상을 되살려야죠.“

환경과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간단하다. 지금 당장 육식 소비를 중단해야 한다는 완벽함 추구로 시작을 늦추기보다는, 주말에 장을 보러 갈 때면 비닐보다는 장바구니를 활용하고, 오늘 먹을 한 끼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선택하는 것으로 한 발을 내어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후퇴하기보다는 한 걸음을 내딛는 의지가 나와 우리를 위한, 그리고 다른 생명들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서보라미

생명을 소중히 하는 사회를 위해, 현재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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