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지구에 더 이상의 공항은 필요 없다

기후·생태계 붕괴로 모든 생명들의 생존기반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재난 속에 한국 정부와 지자체들은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서산민항, 제주제2공항 등 10개의 신공항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항을 줄여도 모자랄 시대에,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지역표를 얻으려는 자유주의·수구정치권의 개발망령이 신공항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둔갑되어 지역 곳곳을 뒤덮고 있는 기만적인 상황을 담았습니다.

지난 해 8월에 발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현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지구 평균온도가 1.5℃ 이상 상승될 시점이 2021년~2040년으로 앞당겨졌음을 경고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지구 평균온도가 1.1℃ 오른 결과만으로도 이미 시베리아 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이 불타고, 많은 생명들이 폭염에 죽어나가고, 물에 잠기고, 가뭄과 대흉작에 식량위기가 시작되었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규모 감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해 발표한 ‘지구생명보고서 2020’에 따르면 1970년 이후 2016년까지 50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지구 척추동물의 개체수가 68%나 급감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역사상 다섯 번째 생물대멸종이 일어났던 공룡대절멸 이후 여섯 번째 생물대멸종에 진입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와 지방정부는 파국적 재앙을 가져올 지구 평균온도 1.5℃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표면적으로나마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그린뉴딜을 비롯한 각종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교통부문에서 항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실현되기 어렵다. 항공기는 교통수단 중 시간당 온실가스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런던-방콕 항공기 편도 1회 이용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1년 동안의 자동차 이용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1 심지어 카본 브리프의 보고에 따르면 지구 온도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데 남아있는 탄소배출총량(carbon budget)의 27%가 항공부분에서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 지금은 항공수요를 급격하게 줄여나가야 하는 위급 상황이다.

따라서 직면한 기후붕괴와 코로나 재난 상황 속에서 세계 각국은 공항을 줄여나가고, 증설계획을 취소하며, 단거리 노선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은 자국 내에서 세 번째로 큰 브롬마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고, 8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으로 선정된 아시아 허브공항인 싱가폴 창이 국제공항은 터미널 2개의 운영을 중단했고, 제5터미널 신설 계획 또한 보류하였다. 영국 히드로 공항의 제3활주로 건설 계획은 법원에서 파리협정에 따른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책무 위반으로 판결됨에 따라 무산되었다. 프랑스 하원은 열차로 2시간 3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해 국내선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2016년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결의에 따라 국제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량은 배출권을 구매·상쇄하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가 2021년부터 시범운영 단계를 거쳐 2027년부터 의무이행에 돌입한다. 스웨덴을 중심으로 시민들 또한 온실가스 배출 부담이 큰 항공기 여행을 부끄럽게 여기며 항공기 안타기 운동을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이헌석의 정의로운 녹색 전환 '국내 공항 현황 및 추가 건설 계획' (https://greenreds.kr/5)
국내 공항 현황 및 추가 건설 계획
사진 출처 : 이헌석의 정의로운 녹색 전환

그러나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해 9월, 2025년까지의 공항정책 추진방향을 담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확정·고시하였다. 이번 계획에는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서산민항, 제주 제2공항 등을 포함한 총 10개 지역의 공항개발 방안(대구공항(이전), 흑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경기남부 민간공항, 포천민항 포함)과 인천공항은 활주로를 확장·신설하고, 무안공항은 광주공항과 통합하여 서남권 중심공항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기존 15개 공항에 10개 공항이 추가되어 총 25개의 공항이 넓지 않은 국토 안에 난립하게 되는 셈이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토건 예산 투입의 시작이자, 대규모 국토 파괴의 시작이다. 기후붕괴와 대규모 감염병의 시대에 등장한 계획이라고는 믿기 힘든 놀라운 일이다.

이미 국내에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고 한국공항공사에서 운영하는 14개의 지역공항이 포화상태이다. 14개 지역공항 중 10개의 공항이 수요가 없어 매년 막대한 만성적자를 누적시켜왔는데, 특히나 2020년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14개 공항 모두가 적자에 허덕였다. 적자금액은 자그마치 2,154억원에 이른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10개의 지역공항에서 총 1,17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작은 국토 안에 수요가 없는 적자공항들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에 10개 공항을 더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공항을 줄여나가도 모자란 기후붕괴와 대규모 감염병의 시대에 정부는 왜 필요하지도 않는 공항들을 짓겠다고 하는 것일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다양한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자연도 1, 2등급의 산을 깎아 없애고, 해양생태도 1등급의 바다를 매립하는 대규모 자연착취 사업이다. 또한 바다-육지-바다 구간을 걸치게 됨으로써 해당 구간마다 지지력 차이로 인한 지반침하 위험이 매우 높다. 28조원 이상의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건설 이후 부등침하로 인한 수조원의 천문학적 보수·유지비용이 부담으로 안겨질 것이다. 또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대형 선박 최대 높이가 70m에 달해 항공기와 충돌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경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안정성, 시공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 항공수요 등 총 7개 항목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고, 사업비도 부산시 추산 예산보다 훨씬 많은 최대 28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우려와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법무부·국방부·해양수산부·환경부 등 모든 관련부처가 반대와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이러한 우려와 반대를 모두 무시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라는 악법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부처들의 우려를 고려하기는 커녕 오히려 특별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가덕도를 찾아 “2030년 이전에 완공하려면 속도를 내야한다.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책임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공개 질책했다. 특별법은 군사시설보호법·물환경보전법·하천법·하수도법·농지법·대기환경보전법·산림보호법·항만법·화재소방안전법 등 31개 법률에 따른 각종 인·허가와 승인 절차도 생략할 수 있는 특혜를 담고 있다. 공항·항만·도로를 포함한 모든 사회 기반 시설은 정부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통해 입지를 정하고 사업비 등을 추산한 뒤 그에 기반해 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부지선정도 되지 않았는데 무조건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라고 강제하는 것이다.3

가덕도 신공항은 이미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김해국제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건설 후보지 타당성 조사에서 밀양 후보지와 함께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 내려져 백지화되었다. 이후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신공항 건설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되어 쟁점화 되었고, 2016년 박근혜 정부가 프랑스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평가를 의뢰한 결과 가덕도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공항 입지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다른 후보지가 아닌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으로 결론이 나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다시 한번 백지화되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후보 시절 대선공약으로 다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추진을 내세웠고, 2018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한 오거돈 후보가 당선되었다. 결국 환경성, 안전성, 경제성 어느 것 하나 타당하지 않음에도 기존에 거듭된 백지화 결정을 뒤집고, 오로지 집권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힌 셈이다.

새만금 신공항 계획부지인 새만금 수라갯벌은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이자 염습지로서,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를 비롯한 40종의 이상의 법정보호종들이 서식하고, 번식하는 새만금의 핵심 생태지역이다. 사진 제공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신공항 계획부지인 새만금 수라갯벌은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이자 염습지로서,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를 비롯한 40종의 이상의 법정보호종들이 서식하고, 번식하는 새만금의 핵심 생태지역이다. 사진 제공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어떠한가? 새만금 신공항 계획부지인 새만금 수라갯벌은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이자 염습지로서,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를 비롯한 40종의 이상의 법정보호종들이 서식하고, 번식하는 새만금의 핵심 생태지역이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 간척사업으로 새만금 대부분의 갯벌이 매립되면서 어류의 85%, 조류의 86%가 감소하였고 특히 새만금 갯벌을 찾아오던 20만 개체 이상의 도요물떼새는 97%가 사라졌다. 그로 인해 전지구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들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들이 새만금의 마지막 생명의 터전인 수라갯벌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수라갯벌은 전 세계 8개의 철새 이동경로 중에서 가장 많은 철새가 이동하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에 위치함으로써 국제적인 멸종위기종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철새의 보금자리로 매우 중요한 서식지이다.

다양한 조류들의 서식지인 새만금 수라갯벌은 그로 인해 항공기­조류 충돌로 인한 치명적인 사고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다. 겨울철에는 기러기, 검은머리흰죽지 등을 비롯한 약 13만 마리의 철새가 새만금 수라갯벌과 인근에 서식하고, 이중 약 50%인 6~7만 마리의 새들이 신공항 계획부지인 수라갯벌 상공을 직접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나 수라갯벌 바로 옆에는 대형조류인 민물가마우지 1만 5천 마리의 번식지와 잠자리터가 있어 매일 먹이활동을 위해 수라갯벌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항공기-조류 충돌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13km 이내에 저어새 번식지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이 있어 항공기-조류 충돌사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실제로 최근에는 시민단체에 의해 전투기와 민물가마우지 충돌 장면이 어렵지 않게 촬영되기도 하였다.

더군다나 새만금 신공항을 짓겠다는 수라갯벌 바로 옆에는 논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국공항공사에서 운영하는 군산공항이 있다. 버젓이 공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북도와 지역 정치인들은 전북을 한국의 유일한 항공 오지라는 거짓말로 전북도민들의 박탈감과 지역홀대론을 억지 조장하며, 미군공항으로부터 ‘독립된 민간국제공항’ 건설로 새만금을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동북아 물류허브로 발돋움시켜 전북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왔다. 이미 수요 불충분 등으로 김제공항이 백지화된 적이 있었음에도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한 전북지역의 정치인들은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전북의 희망’, ‘전북발전의 날개’, ‘강력한 성장동력’이라며 혹세무민하며, 지금껏 공항이 없어 전북경제가 낙후되고, 투자유치가 안됐으며, 인구가 감소한 것인양 호도하고 새만금 신공항 하나만 건설되면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어 무조건 전북경제가 발전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선정하였다. 국토교통부의 새만금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분석이 0.479밖에 되지 않아 경제성이 턱없이 부족하여 또 하나의 적자공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정치논리에 의해 무시되었다. 전북도는 언론을 앞세워 새만금 신공항을 3선을 준비중인 전북도지사 송하진 공항으로 여론을 조성하며 ‘도민숙원’ 사업을 성사시킨 치적으로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미군으로부터 ‘독립된 민간국제공항’이라는 목적은 애초에 실현될 수 없는 망상일 뿐, 새만금 신공항 건설의 실체는 군산 미군기지 확장에 기여하는 사업에 불과하다. 미공군은 군사력증강을 위해 줄곧 지금의 새만금 신공항 부지에 활주로 추가 증설을 요청해왔다.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기존 군산공항 활주로와 신공항이 연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신공항의 매립높이를 다시 설계하여 군산공항 활주로 높이에 맞게 3m 가량이나 높게 조정하였고, 유사시 신공항과 교차사용의 전략적 가치가 높으므로 군산공항과 연결되는 유도로 건설을 요구한 미군의 입장을 수용했다. 새만금 신공항은 현재 군산공항과 관제권이 대부분 겹쳐 미군의 요구인 통합관제권이 적용될 수 밖에 없는 입지이다. SOFA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공군이 신공항을 언제든 사용가능할 뿐만 아니라, 미군의 요구시 공여도 불가피하다. 중국과 가장 인접한 대중국 전초기지로서 입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군기지 확장에 기여하는 새만금 신공항은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을 가져오고, 사드사태와 같은 경제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군산 미군기지가 확대될 경우 중국의 직접적인 타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전북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수라갯벌 상공에서 촬영한 전투기와 민물가마우지 충돌 사진. 새만금 수라갯벌에는 이런 민물가마우지가 하루 1만 5천 마리 정도 매일 두 차례 가로지르는데 항공기 활주로와 노선이 겹친다. 사진 제공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수라갯벌 상공에서 촬영한 전투기와 민물가마우지 충돌 사진. 새만금 수라갯벌에는 이런 민물가마우지가 하루 1만 5천 마리 정도 매일 두 차례 가로지르는데 항공기 활주로와 노선이 겹친다. 사진 제공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또한 새만금 신공항은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동북아 물류거점라는 휘황찬란한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국제공항으로서 초라하기 그지 없는 규모이다. 활주로의 길이는 2,500m로 기존 군산공항 활주로의 길이 2,745m보다도 짧다. c급 항공기만 취항가능 하여 동남아 등지로만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며, 화물전용기의 이착륙도 불가능하다. 비행기가 대기하는 계류장의 수가 4개에 불과하여 무안국제공항의 48개에 비하여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2020년 항공여객 OD 및 이동특성 조사’에 따르면 전북지역 국제선 이용자 비중은 1.6%(2020년), 2019년 기준 0.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9년 외국방문객 중 서울 방문 비율은 76.4%, 경기 14.9%, 부산 14.1%이지만, 전북 방문 비율은 고작 1.5%에 불과하다.5 더구나 KTX나 자동차로 1~2시간 이내에 이용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전북 주변에 3개나 운영되고 있다. 국제공항으로서 성공할 수요 요인이 없다. 수요가 없는 공항에 국제선을 취항할 항공사는 없다. 국제공항이 생긴다고 해서 항공기가 무조건 취항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공항으로서의 규모도, 역할도, 수요도 기대할 수 없는 신공항이 도대체 어떻게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동북아 물류거점이 되어 전북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제주 제2공항 사업 또한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 멸종위기종 보호, 지하수를 함양하는 숨골 지형의 보전 등의 문제들로 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두 차례나 보완처분을 받고, 결국 환경부가 최종 반려하여 사실상 백지화가 되었음에도 국토교통부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반영하였고, 집권 여당은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공항개발 예산을 편성하였다.

제주의 환경수용성을 초과한 과잉여행이 제주의 생태계를 급격히 훼손시키며 도민들의 삶 자체를 위협한다는 위기의식이 확대되면서 제주도민들의 인식도 바뀌었고, 도민들은 공론화에 가까운 제주도민의 여론조사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고, 환경수용성을 고려한 적정한 여행수요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제2공항은 제주도민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라고 악속했지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 신공항이 ‘제주의 미래와 다음세대를 위한’ 사업이라며 제주도민 다수의 신공항 반대 의사를 무시하고 사업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충청남도 서산민항 역시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공동 상임위원장으로 하여 지자체장, 국회의원, 도교육감 등이 참여한 충남민항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서산민항 조기건설을 촉구하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역홀대론, 지역경제부흥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지역개발공약사업으로 이용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최대 밀집지역이자 제철소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광역자치단체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정의로운 전환 기금’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청와대를 찾아 서산민항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선정지원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스스로 세운 충남도의 탄소중립 정책에 위배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홍성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을 잇는 서해안복선전철이 2022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고, 최근 발표한 제4차 국토철도망 국가계획 안에 서해선복선전철(평택 청북면)과 KTX 경부선(화성 향남면)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철도노선이 반영되었다. 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홍성에서 서울까지 40분대 진입이 가능하게 되고, 공항수요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또 하나의 적자공항으로 전락될 것이 명백하다.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각 지자체장들 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의 정치인들 또한 내선 대선을 앞두고 각 지역을 방문하면서 신공항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유행처럼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계획을 주도하는 세력은 바로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지역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신공항 건설의 명분과 목적은 판에 박힌 듯이 똑같다. 지역의 신공항이 수요도 없고 경제성도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고, 이미 대부분의 지자체에 공항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근거리에 이용할 수 있는 지역공항들이 중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공항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인구를 유입하여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신공항은 지역의 미래이자 반드시 관철되어야만 하는 도민숙원사업이다.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지역표를 얻으려는 자유주의·수구정치권의 개발망령이 신공항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둔갑되어 지역 곳곳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추진되고 있는 많은 신공항 계획들의 공통점은 대통령 공약사업이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았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의 ‘2008~2020년 예타 면제 사업비 현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61조 1000억 원 △박근혜 정부, 25조 △문재인 정부(2020년까지 기준) 95조 4000억 원이 지출되었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비 총합보다 문재인 정부 재임 기간 중 사업비가 훨씬 더 크다. 여기에 가덕도 신공항 사업비까지 포함하면 문재인 정부 예타면제 사업비는 역대 정부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6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의 형식적인 예비타당성면제사업은 무분별한 국책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와 국토의 난개발을 막기 위한 예비타당성제도를 무력화시키며 온 국토를 파괴하는 과잉·중복 투자사업이자, 대규모 토건자본의 이득에 복무하며 필요성도 타당성도 없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면죄부이다. 2017년 출범 당시 토목·건설 중심의 경제발전 방식을 비판했던7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비판한 정책을 역대 정권들보다 앞장서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신공항이 동북아 물류거점,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관광객 유치 등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를 유입하여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정치인들의 판에 박힌 건설명분은 근거 없이 부풀려진 무책임한 환상에 기댄 허구일 뿐이다. 실제로 국내 지역국제공항 개항 전후로 해당 지자체의 지역내총생산 실질성장률을 비교해본 결과, 개항 이후 지역내총생산 실질성장률은 증가하기는 커녕 충청북도 5.3%, 대구 3.1%, 전라남도 1.3%, 강원도 0.8%로 각각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지역국제공항들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꼽히는 양양공항과 무안공항 등만 보더라도 허브공항, 거점공항을 통한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활성화를 사업의 명분과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거창한 공약과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참담했다. 지역공항들의 참담한 실패사례는 공항 건설 자체가 곧 수요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보장하지 않으며,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기반시설 우선 전략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계획은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통기반시설들의 생산유발효과와 투자대비 경제적 수익률 순서도 철도〉항만〉도로〉공항 순으로 공항이 가장 낮다.8 수출입물류 대부분이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항공물류 또한 인천공항 ‘동북아물류 허브화 정책’에 의해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 물류허브 및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같은 목적은 과대망상에 불과하다.

수라갯벌 탐방 중인 시민들. 사진 제공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수라갯벌 탐방 중인 시민들. 사진 제공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또한 지역 국제공항들이 입지한 4개 지자체들의 인구 증감을 살펴보면 국제공항 개항 이후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충청북도 밖에 없으며, 나머지 전라남도, 강원도, 대구광역시는 모두 인구가 많이 감소하였다. 심지어 공항이 없는 충청남도는 세종시 유입인구를 빼더라도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인구가 30만명 이상 증가하였다. 공항의 존재가 반드시 인구증가를 유발하지 않을 뿐더러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공항만 건설된다고 해서 무조건 항공기가 취항하는 것이 아니다. 공항의 최종 고객은 항공사이다. 항공사는 수요가 없는 공항에는 노선을 취항하지 않는다. 공항이라는 기반시설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면밀한 검토 없이 막대한 국가예산을 잡아먹는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정치인들의 선거도구로 악용되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곳곳에 공항을 또 짓겠다는 계획은 결국 수십조의 혈세를 토건자본에 바치는 일이며, 기후붕괴과 코로나 경고를 무시한 심각한 시대착오이자 퇴행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신공항 남발계획은 이들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얼마나 모순되고, 기만스러운지 보여준다.

지역 곳곳에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계획은 공항건설과 운영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기후·생태계 붕괴 앞에 보존과 확대가 절실한 갯벌, 염습지, 산림, 바다 등 자연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불러오면서 동시에 온실가스 흡수원을 없애버리는 이중의 악영향을 초래한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한국판 그린뉴딜” 사업으로 ‘갯벌복원사업을 통한 탄소흡수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21년 한 해에 편성된 갯벌복원사업 예산만 800억 원에 이른다. 심지어 2021년 7월에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갯벌을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보존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갯벌과 염습지, 산림과 바다를 파괴하는 신공항을 짓겠다며 웃지못할 모순을 자처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퇴행적이고 기만적인 신공항 사업추진에 따른 고통과 희생은 고스란히 가난한 민중들과 말못하는 생명들에게 전가될 것이며,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국제여객 97% 이상이 감소했고, 2020년 국적항공사는 2019년 대비 약 11조원의 매출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코로나 이후 항공업계에 8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2020년 옥스팜이 발표한 ‘탄소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전 세계 최상위 부자 1%가 배출한 탄소량은 전체의 15%로, 하위 50%가 배출한 탄소량의 2배가 넘는다. 상위 10%가 배출한 탄소량은 전체의 52%로, 하위 50%가 배출한 양의 7배가 넘는다. 여행, 주거, 음식, 의류, 공산품, 서비스 등 여러 생활 영역 중 부자들의 탄소배출량 비중이 가장 높은 부문이 여행으로 드러났는데, 특히 항공기 여행에서 차지한 비중이 가장 높다. 국제학술지 ‘세계환경변화’ 11월호에서 항공 부문 탄소 불평등 현황을 추정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슈퍼여행객’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항공 부문 전체 배출량 10억톤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해 국내선을 포함한 전체 항공기 이용객은 전 세계 인구의 11%, 국제선 항공기 이용객은 세계 인구의 고작 2~4%에 불과하다.9

기후붕괴의 서곡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며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지구가열화로 이러한 대규모 감염병이 빈번하게 찾아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턱 앞에 닥친 기후·생태계 붕괴와 그로 인한 재난과 대규모 감염병 창궐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좌초될 산업이다. 수요도 없고, 쓰지도 못할 신공항들을 난립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공항과 항공수요를 과감하게 줄여나가야하는 절박한 때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않고 오히려 감축 노력을 외면하게 만들며 항공기 탄소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기여할 뿐인 탄소상쇄제도나 탄소세와 같은 정책이 아니라, 부자들의 항공기 이용 자체를 규제하고 항공산업에 대한 지원을 없애야 한다. 더 나아가 항공산업 국유화, 철도와 같은 대중교통 공공화를 통해 항공기 탄소배출을 과감하게 줄여야한다. 근본적으로 장거리 물류이동을 통한 자본의 축적 체계를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중이 주체가 되어 도시 중심의 과밀집중된 체제를 해체하고, 지역에서 필요한 재화를 지역에서 자립생산하고 공유하는 지역공동체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기후·생태계 붕괴와 대규모 감염병 시대의 이동수단과 이동방식에 대한 고민은 기후·생태계 붕괴와 감염병을 초래하고 가속화시킨 자본주의 철폐와 새로운 체제전환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코로나 장기화와 기후붕괴로 닥칠 재앙에 절망한 가난한 민중들이 자살하고, 의료진들은 병원을 떠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필요하지도 않는 신공항이나 짓고 있을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화염과 물길, 메마름 속에 인류문명이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순식간에 재가 되어 증발하고 있는 기후재앙을 목도하고 있다. 모든 생명들의 생존기반이 붕괴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심각하게 시대착오적이고 기만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공항 난립계획은 재난속에 희생당하고 있는 민중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토건자본의 배만 불리는 데 혈세를 탕진하고, 코로나재난과 기후붕괴를 가속화시키는 범죄나 다름 없다. 수십조의 국가예산을 쓰지도 못할 유령공항을 짓는 데 낭비할 때가 아니라 빈번해질 기후재난과 대규모 감염병 대비를 위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사회안전망을 공고히 하는데 투입해야할 때이다.

기후·생태계 붕괴와 대규모 감염병으로 인한 자연적·사회적 재난상황으로부터 가장 먼저 고통 받고, 희생되는 존재들은 이 재난에 책임이 없는 가난한 민중들과 말 못하는 생명들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지켜져야 할 것은 허울뿐인 정치인들의 생색내기와 토건자본의 이득이 아니라 가난한 민중들과 말 못하는 생명들의 생존과 평화이다.


  1. 김선철, 〈기후위기 시대, 신공항 건설 반대운동은 어떻게, 어떤 메시지로 확장되어야 할까?〉, 신공항반대전국공동행동 세미나 발제자료(2021.8.26).

  2. carbonbrief.org, 김현우, 〈기후위기 관점에서 본 신공항의 문제점〉, 가덕도신공항 토론회 발제자료(2021.2.2.)에서 재인용.

  3. [기고] 가덕도 신공항 논란 도대체 누가 불을 붙였나? 〈영등포신문〉 2021.03.05.

  4. 2020년 항공여객 OD 및 이동특성 조사, 국토교통부·한국항공협회, 2020.

  5. 2019 외래관광객조사, 문화체육관광부, 2020.

  6. [어땠을까]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예타 면제 사업비는? 〈시사오늘.시사ON〉 2021.4.14.

  7. ‘예타 면제’ 내로남불… 보수정권 때보다 文정부가 훨씬 많다 〈국민일보〉 2021.6.12.

  8. [논쟁] 동남권 신공항, 필요한가 〈한겨레〉 2012.8.16.

  9. 하늘길 ‘탄소 불평등’… 1% 슈퍼여행객이 50% 배출 〈한겨레〉 2020.11.20.

이 글은 『작은것이 아름답다』 274호에 실린 필자의 글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지은

지구에 잠시 머물다가는 작은 점.
“계급투쟁이 없는 환경운동은 그저 정원가꾸기에 불과하다.”는 말씀을 안고, 전북녹색연합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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