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자본은 어떻게 우리 몸을 지배하게 되었나?

자본은 끊임없이 인간의 몸을 통해 각종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생물학과 IT과학기술, 의학의 콜라보인 생명자본이 우리의 몸에 어떻게 침윤되어 왔는지를 살피고, 자본에게 빼앗긴 우리의 몸을 되찾을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권력에 의해 조절되고 관리되었던 몸은 이제 자기책임과 성과로 개체화되었다. 
사진출처 : CDD20
권력에 의해 조절되고 관리되었던 몸은 이제 자기책임과 성과로 개체화되었다.
사진출처 : CDD20

자본이 삶과 죽음을 갈라놓았다. 죽음이 분리된 삶은 공허하고 허무하다. 이제 삶에는 벌거벗은 몸만 남았다. 공허한 삶은 자기 안으로 움츠러들고 자기 몸에서 그 허무를 메우고자 한다. 자기 몸을 가꾸고 과시하고, 연장하는 일만 남았다.

날씬하고 매끄러운 몸, 근육질의 단단한 몸은 삶의 성과이자 목적이 되었다. 성형과 체형관리, 건강관리는 죽음을 잊은 삶에서 의무이자 과정이 되었다. 매끈하고 질병 없는 몸은 종교가 되었고, 병원은 교회가, 의사는 사제가 되어 영생을 속삭이고 있다.

권력에 의해 조절되고 관리되었던 몸은 이제 자기책임과 성과로 개체화되었다. 개체화된 몸은 삶과 죽음을 분리시킨 생명자본의 볼모이자 자본축적의 배양지가 되었다. 생물학과 IT과학기술, 의학의 콜라보인 생명자본은 우리의 벌거벗은 몸을 먹고 자란다.

생명자본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른다. ‘산만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받아 많은 경우 약물을 복용해야 등교가 가능하게 되었다. 디지털화된 혈당수치는 당뇨의 진단과 치료에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통해 질병 발병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고, 환자 맞춤형 정밀치료가 가능하다고도 한다. 주기적 건강검진은 일상이 되었고, 우리 몸을 점점 더 진단장비와 점수화된 생체수치에 점점 더 의존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기 몸의 이상을 자각할 능력도, 치유할 능력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몸은 이제 질병을 치유하는 능동적 주체가 아니라 검진이 필요한 수동적 대상, 객체가 되어 자기에게서 소외되었다.

어머니 대지에서 분리된 현대인의 몸은 애초부터 생명자본에 쉽게 포섭될 수밖에 없었다. 자연을 착취한 자본은 이제 인간의 몸에서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자본에게 빼앗긴 우리의 몸을 되찾을 수는 없는가? 그 실마리는 대지와의 재결합을 통해서 우리도 죽음이 예정된 생명이라는 자각에 있다. 생명과 자본은 분리되어야 한다.

강성욱

대구한의대학교 보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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