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지혜연구소 제4회 콜로키움 -『탈성장개념어사전』을 읽고

『탈성장개념어사전』(그물코, 2018)에 관한 생태적지혜연구소 제회 콜로키움이 2020년 9월 10일(목) 저녁 7시 ZOOM을 이용한 온라인 세미나로 진행되었다. 다음 콜로키움은 이항우가 쓴 『정동 자본주의와 자유노동의 보상』(2017, 한울아카데미)과 닉 서르닉의 『플랫폼자본주의』(2020, 킹콩북)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참여 문의: 010.9칠44.칠칠56

2020년 9월 10일(목) 저녁 7시 온라인 회의 플랫폼 ZOOM을 이용해 『탈성장개념어사전』(그물코, 2018)을 가지고 생태적지혜연구소 제4회 콜로키움을 진행했다.

탈성장 개념어 사전
탈성장 개념어 사전

발제는 권희중 님과 공규동 님이, 논평은 오민우 님과 이정 님이 맡아주었다. 그리고 총 30여명에 달하는 많은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통해 보다 깊이 있고 성숙한 자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소비, 향유, 과시, 과잉에너지 등을 의미하는 데팡스(Défense) 개념에 대해서 착목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데팡스 개념은 공동체가 필요(needs)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축제나 의례와 같이 과잉에 따라서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점에 대해서 말한다. 발제자 공규동 님의 말처럼 신체 내 필요에너지를 비굴한 에너지라고 지칭한다면, 늘 그 이상의 과잉에너지가 생산되기 때문에 공동체의 미시정치는 이러한 과잉에너지를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의 여부가 문제다. 자본주의는 과잉에너지를 오히려 비굴한 정도 즉, 의식주와 같은 것을 더욱 확장하여 이를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형태라면, 공동체는 과잉에너지를 미학적이고 윤리적인 경지로 만들어내는 미시정치의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밥을 먹거나 서로의 눈을 바라보거나 하는 등의 아주 작은 틈새와 여백에도 기쁨을 느끼고 그 과잉에너지를 통해 행복해지는 삶이 가능하다.

문제는 필요의 수준도 해결되지 못하는 제 3세계 민중들의 삶의 영역에 대한 문제에 있다. 제 3세계에서 기아 수준에 접근한 사람이 전 세계 인구에 1/3 가량인 상황에서, 가장 필수적인 에너지조차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지가 그것이다. 제 3세계에서는 여전히 채굴자본주의 유형의 약탈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러한 다국적 기업에 대한 행태를 규제할 수 있는 제 3세계 민중이 구성한 시민사회와 공동체의 힘은 여전히 역부족이다. 특히 한국기업들이 제 3세계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고, 더 나아가 식민지 개척의 형태마저도 보인다는 점이 문제다. 제 3세계라는 남반구의 삶의 복원을 위해 빈곤을 몰아내야겠지만, 다시 자급자족과 공생공락의 가난의 삶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반구의 삶이 더욱 가난의 삶으로 향해야 하며, 단지 성장은 하되 실물은 늘지 않는 디커플링(Decouping)에 호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 3세계에 공장을 이전시키고 자신은 비물질화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 1세계 가 제한과 감축, 반소비 등의 구체적인 탈성장의 행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탈성장 개념어 사전』은 여러 명이 서술하고 집단지성의 산물이기 때문에, 서로 모순되는 주장도 있고 중언부언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극적이고 다측면적인 접근을 위한 방법으로서 집단지성의 발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북반구 제 1세계의 시선에서 본 탈성장 논의로 제한되어 있는 느낌도 강하다. 그러나 이미 1세계의 일부가 된 한국사회가 이를 참조할 여지는 풍부하다. 이를 통해서 우리의 삶이 남반구 어딘가의 어린이가 배고파 잠자다 칭얼대는 모습에 빚지고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더욱더 가난하고 제한되고 감축되어야 한다.

정동 자본주의와 자유노동의 보상
플랫폼 자본주의

콜로키움 과정에서 잉여(剩餘)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등장한다. 하나는 잉여가치 할 때의 잉여(surplus)이고, 다른 하나는 잔여물로서의 잉여(redundancy)이다. 첫 번째 잉여가치의 잉여 즉 데팡스의 경우에는 필요노동과 잉여노동, 여가시간이 포섭된 사회적 공장의 상황에서 자본의 축적과 관련된 잉여의 추출이 문제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잔여물로서의 잉여 즉 데팡스의 경우에는 아직 외부가 남아 있어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잉여인간과 잔여물로서의 생명과 자연이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잉여(surplus)는 끝없이 줄어들어야 하고 외부로서의 자연과 생명을 소멸시키는 방향이라면, 잉여(redundancy)는 외부로서의 자연과 생명 그 자체이며 끊임없이 우리의 대안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본주의에서 외부가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논쟁의 여지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다음 콜로키움에서 〈정동자본주의인가? 플랫폼자본주의인가?〉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다음번 콜로키움은 2020년 1월 7일(목) 오후 7시에 온라인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며, 이항우가 쓴 『정동 자본주의와 자유노동의 보상』(2017, 한울아카데미)과 닉 서르닉의 『플랫폼자본주의』(2020, 킹콩북)를 읽고 플랫폼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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