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후위기는 여태 해결이 안 되고 있는가 -CCC의 비밀을 찾아서] ③ 기후위기 해결에 심리학이 중요한 이유는? (上)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려면 최선을 다해 양쪽 뇌 모두에 호소해야 한다. 먼저,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임을 이성적 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긴급성, 근접성, 사회적 의미, 이야기, 경험에서 나온 비유 등의 도구를 활용하여 감정적 뇌를 끌어들이고 자극하는 형태로 그 데이터를 변환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심리학: 우리는 왜 기후변화를 외면하는가? ()

조지 마셜 저 『기후변화의 심리학 (우리는 왜 기후변화를 외면하는가)』(갈마바람, 2018)
조지 마셜 저 『기후변화의 심리학 (우리는 왜 기후변화를 외면하는가)』(갈마바람, 2018)

심리학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한때 ‘사람의 심리를 조종해서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속임수’, ‘개인적인 어떤 것’ 등이 떠올랐었다. 개인적 주관적 판단일 수 있지만, 기후운동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심리학이 기후과학처럼 한 분야의 과학으로 잘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문제의식은,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가 기후과학에 대해 신뢰하는 것만큼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심리학 같은 학문도 신뢰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기후과학’이란 지식의 토대 위에서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처럼, 일반 시민들이나 대중들에게 이 문제를 잘 알리고 행동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기후변화’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심리학 등의 학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점 말이다. 다시 말해, 기후과학이란 ‘지식’, ‘정보’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거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식에 어떤 ‘구조적 결함’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 조지 마셜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책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전제가 되고 있는 원리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자 한다.

인간은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 두 가지 구별되는 정보 처리 시스템을 발달시켜왔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편의상 “이성적 뇌”와 “감정적 뇌”라고 부른다. 한눈에 보기 위해 필자가 이를 표로 정리해 보았다.

이와 관련해 조지 마셜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언급한다.

먼저, 그는 “이론, 그래프, 프로젝트, 데이터는 거의 전적으로 이성적 뇌에 호소한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증거를 평가하고 대개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행동하도록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감정적 뇌가 필요하다.

감정적 뇌는 편도체에서 작용을 하는데, “편도체는 위협을 재빨리 평가하는 능력 때문에 정보 처리 시스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통상적으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중요한 시기의 선택은 나중에 올 기후위기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어떤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감정적 뇌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협처럼 장기간에 걸친 불분명한 위협에 대처하기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에, 때때로 이성적 뇌가 미래를 대비하는 사고와 계획이라는 추상적인 도구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한다. 즉, “이 둘은 별개의 단절된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 시각에서 보기 위해 문제를 좀 더 거리를 두고 살핀 다음 감정적으로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로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그러한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이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내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려면 최선을 다해 양쪽 뇌 모두에 호소해야 한다. 먼저,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임을 이성적 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긴급성, 근접성, 사회적 의미, 이야기, 경험에서 나온 비유 등의 도구를 활용하여 감정적 뇌를 끌어들이고 자극하는 형태로 그 데이터를 변환해야 한다.” 밑줄을 많이 긋고 색연필로 칠해 두어야 할 내용이다. 물론 이 원리를 실제로 적용하는 일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여기서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관련 저자의 명언이 나오는데, 바로 “미국 국립과학원에서부터 발전소 앞에서의 직접 행동 시위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관한 모든 의사소통은 근거 데이터를 감정의 황금으로 바꾸는 연금술 실험이다.”라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역시 이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곧 깨닫게 된다. “내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기후변화에 감정적 뇌를 끌어들일 효과적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라고…

책의 부제처럼 “우리는 왜 기후변화를 외면하는가?”라는 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은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럼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저자는 책 서두에서 왜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것들은 외면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지, 기후변화에 관한 명확한 증거를 봤으면서도 어떻게 의도적으로 무시해 버리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려면 양쪽 뇌 모두에 호소해야 한다.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임을 이성적 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와 증거를 확보하고, 동시에 긴급성, 근접성, 사회적 의미, 이야기, 경험에서 나온 비유 등의 도구를 활용하여 감정적 뇌를 끌어들이고 자극하는 형태로 그 데이터를 변환해야 한다. by Robina Weermeijer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IHfOpAzzjHM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려면 양쪽 뇌 모두에 호소해야 한다.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임을 이성적 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와 증거를 확보하고, 동시에 긴급성, 근접성, 사회적 의미, 이야기, 경험에서 나온 비유 등의 도구를 활용하여 감정적 뇌를 끌어들이고 자극하는 형태로 그 데이터를 변환해야 한다.
사진 출처: Robina Weermeijer

25년간 환경 및 사회운동에 헌신해 온 그는, 이 답을 찾고자 “심리학과 경제학, 위험 인식, 언어학, 문화인류학, 진화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은 물론,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고 있다.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저자는 기후변화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기후변화는 과학 대 이권, 혹은 진실 대 허구의 미디어 싸움이 아닌,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에 대한 궁극적인 도전으로 인식하게 됐다.”라고 말한다. 또한 “내 의문에 대한 진짜 답은 우리를 가르는 차이점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들, 즉 공통적 심리, 위험에 대한 인식, 가족과 종족을 지키려는 강렬한 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언급한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를 믿든 믿지 않든, 결국 인간이 가진 ‘공통적 심리’에 대해 알게 되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럼 먼저 사람들이 왜 기후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지, 듣고도 무시하는지, 또는 알고도 부정하는 등 인간의 ‘구조적 결함’에 대해 주요 내용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1) 확증편향 (한 쪽으로 치우친 신념)

사람들은 “기존의 관점을 확증해주는 정보를 한층 더 많이 찾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부정”하는데, 이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매체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믿음’을 다져나간다. 즉 전문가의 경고보다는 가족, 친구, 지인 등으로 이루어진 ‘해석공동체’의 견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하나의 통찰을 얻었는데, 기후변화를 설득하기 기후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의외로 많은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문제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2) 인지편향 (경험에 의한 비논리적 추론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

의사결정 심리학 분야의 선구적 연구(전망이론)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2002)한 ‘대니얼 카너먼’ 박사는, “사람들은 1) 이익이 없을 가능성보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더 싫어하고, 2) 장기비용보다 단기비용에 훨씬 민감하며, 3) 불확실성보다 확실성을 선호하는데, 기후변화는 이 같은 인지편향을 보여주는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경제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한다면, 둘 중 하나에 더 가중치를 둘 이유가 없음에도 인간은 편향되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이 편향을 ‘체계적, 규칙적 오류’로 본다. “최근의 경험과 태도에 비추어 세계를 해석”하는 ‘가용성 편향’도 그중 하나이다.

(3) 방관자 효과, 자기 범주화 이론

방관자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행동을 해야 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by Kaspars Eglitis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dUjTX5-bgMw
방관자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행동을 해야 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Kaspars Eglitis

“더 많은 사람이 그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자신의 판단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적절한 반응을 결정하는 것”을 ‘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이런 사회적 동조는 선호나 선택이 아니다. 이는 인간 심리의 기저에 뿌리내린 강력한 행동 본능이며, 대개 우리는 그런 본능이 작동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이는 우리 생존이 전적으로 우리가 속한 사회 집단의 보호와 안위에 달려있던 시절에 진화하는 과정에서 방어 기제로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에 스스로를 강하게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그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한 특유의 정체성을 지닌다고 믿는” ‘자기 범주화 이론’도 그와 비슷하다.

이렇듯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어디에 속해 있는지, 속한 집단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방관자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행동을 해야 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저자는 앞의 내용들에 기초해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새겨야 할 교훈 3가지를 언급한다.

“첫째, 인간의 핵심가치에 호소하는 강렬한 감정적 이야기가 이성적인 과학 데이터를 이길 수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콘텐츠의 다수는 여전히 통계자료나 재난에 대한 이미지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편적 인간의 가치를 드러내는 기후위기 당사자들의 감정적 이야기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둘째, 어떤 관점을 형성할 때, 가족이나 친구 또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또래 집단)과의 의사소통은 전문가들의 경고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 다양한 계층들로 구성된 대중들에게 모호하게 던져 놓을 것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셋째,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는 가치관과 정치학, 생활양식의 기반이 되는 더 큰 모체를 따라 형성된다.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동일시할 수 있는 ‘해석 공동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타겟은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아닌, 이러한 다양한 ‘해석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영준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

- 예술가(음악가)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P앨범, 싱글앨범)

- 종교인
모태 신앙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정치인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를 만들어 기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기후환경강사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기후환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과 아빠
아내와 두 아들(6세, 3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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