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의 경계선, 티핑포인트시리즈] ① 절벽은 떨어지기 전까지는 안전한 곳이다

나날이 악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해 생태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복잡한 과학 용어와 비극적인 예측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상황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현 상황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개념인 ‘티핑 포인트’를 기준으로 현재 상황과 미래 예측을 정리하는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티핑 포인트는 무시무시한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가 이 지점을 넘어서면, 기후 환경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아서 바닷물과 합쳐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제임스 한센 (전 나사 연구원)

지구 환경과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지난 20년을 돌아보면서, ‘감탄과 한숨’이 연속이었다고 말합니다. 인류는 지구 환경과 작동 방식에 대한 수많은 지식을 습득했지만, 더 많이 알수록 근심도 같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학자 중에는 작은 파란색 구슬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구슬을 보며, 지구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계속 되새길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 문명은 지구의 크기에 비해 너무 거대해졌습니다. 이 구슬은 우리의 유일한 터전인 이 행성이 얼마나 작고 위험한 상태인지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문명의 발전은 지구 자원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Chris LeBoutil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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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문명의 발전은 지구 자원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Chris LeBoutillier

시간을 조금 더 확장하면 1950년 이후 인류는 모든 면에서 기하급수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장 곡선은 알게 모르게 너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급격한 성장은 역사적으로 매우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이런 퀴즈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한 연못에 백합이 있는데, 이 백합은 매일 2배씩 증가합니다. 그러다, 30일이 지나면 연못은 백합으로 빼곡히 채워지는데, 퀴즈는 이런 것입니다. 연못의 반을 채우기까지 며칠이 필요할까요? 퀴즈를 접하는 아이들은 처음에 15일이라고 답을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정답이 29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사람들의 뇌는 평균적인 증가는 잘 이해하지만,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낯설어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면 오늘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더라도 바로 내일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문명의 발전은 지구 자원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연못의 백합처럼 이 생명체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지만, 처음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70년간은 나날이 거대해져 이제는 끝을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29~30일 사이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이 기간에 우리는 연못을 잠식해가는 백합에 대해 어떤 대응을 했을까요? 연못의 경고음도 있었습니다. 산성비나 오존층의 파괴 등은 연못이 전해주는 초기 경보음에 속합니다. 그러나, 경보음에 주의를 기울였던 사람들은 매우 소수였고, 산업 구조 및 문명의 혜택과 연결 지어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은 불과 20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백합이 연못을 다 채운 다음에야 우리는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한 것입니다.

지난 12,000년의 홀로세 동안 지구 환경은 매우 예외적으로 온화하고 안정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은 대폭 향상되었고, 인류는 한곳에 뜨내기 신세를 정리하고 한곳에 정착하여 본격적인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지구 생태계는 셀 수 없이 많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록키(Rocky)’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권투선수인 주인공은 경기 내내 수없이 많은 펀치를 맞지만 무너지지 않습니다. 현재의 지구의 모습이 이렇습니다. 물론, 지구에 펀치를 날린 것은 인간입니다. 영화에서는 마지막 라운드에 드디어 록키가 반격을 가하면서 끝내 상대방을 무너뜨립니다. 영화에서는 이게 해피엔딩입니다만, 현실에서는 비극일 것입니다. 지구가 서서히 반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록키 시리즈에서 항상 록키가 승리하듯이, 지구와 인류의 싸움도 승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인류는 지구를 이길 수 없습니다.

하나의 상태가 질적 수준이 완전히 다른 상태로 진입하는 지점을 변곡점 혹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합니다.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10년만 더 지속된다면, 우리는 지구가 참을 수 있는 지점, 즉 지구 환경의 티핑 포인트를 넘어설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난 만년 이상 온화한 기후를 제공하던 지구와는 전혀 다른 지구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과학자들은 지구 환경이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어지간한 충격과 스트레스는 애교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인류가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이런 지구는 앞으로 약 5만 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무지와 탐욕으로 인해 스스로 터전을 뒤집어엎어 버렸고, 절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자동차를 몰고 있습니다. 저 앞에 절벽이 있으니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가 무수히 많음에도 모두 무시합니다. 그러나, 절벽은 떨어지기 전까지만 안전한 곳입니다. 매우 지능이 높은 외계인이 지구를 관찰하고 있다면 뭐라고 할까요? 제 예상은 이렇습니다.

“미친놈들, 죽으려고 환장했구먼..”

이어지는 다음 편 내용을 통해 과학자들이 왜 지구의 위기를 확신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병옥

기술마케팅연구소 소장. 고분자화학(석사)과 기술경영학(박사 수료)을 전공. 삼성전자(반도체 설계)에서 근무한 후 이스트만화학과 GE Plastic(SABIC)의 시장개발 APAC 책임자를 역임. 기술의 사회적ㆍ경제적 가치와 녹색기술의 사회적 확산 방법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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