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명] ㉕ 지역과 인구

합계출산율 0.81. 인구감소의 현실은 여러 ‘위원회’의 노력으로도 극복이 쉽지 않다. 마침 부산 영도도시문화센터는 인구를 늘리는 계획을 대신하여 ‘살고 있는 사람의 행복’을 정책의 중심으로 놓았다고 한다. 지역의 인구정책의 방향을 ‘국력강화’ 같은 양적인 인구의 유지와 증가가 아닌 지역을 구성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좋은 삶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줄어드는 인구를 보면서 지역은 어떤 계획을 세우는 것이 지혜로울까?

1이 채 안 되는 0.81 합계출산율처럼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와 함께 전국은 수도권으로, 지역은 대도시를 향한 계속되는 이동으로 인구의 지역적 편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 정도 인구는 되어야 다른 나라가 무시하지 못하고,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세간에 떠다니는 말처럼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지방정부들은 인구감소를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초고령화저출산위원회 등의 기구를 설치해 출산율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거나 다시 인구를 자기지역으로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을 중요한 미래전략으로 앞다투어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부산시 영도문화도시센터처럼 고령화와 함께 청년층의 이주로 점차 줄어드는 지역 인구를 늘릴 계획을 찾는 대신에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남은 삶을 더 행복하게 사는 곳’으로 만들려고 하는 지역에서 풍요로움을 누리는 인구계획을 세운 곳도 있다.

인구의 양적 유지라는 생각을 벗어나 현재 살아 있는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 Free SVG
인구의 양적 유지라는 생각을 벗어나 현재 살아 있는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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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절대적 한계와 무절제한 인간의 성욕을 근거로 하는 고전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Thomas Robert Malthus)의 인구론을 시작으로 인구는 생산량과 등가적인 관계로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생산량이 줄면 인구를 줄여야 하고 생산량을 늘리려면 인구를 늘려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여기에 고대부터 정복전쟁에서 성인남성의 수가 전투력으로 인정되었던 것을 더하면 인구는 전투력에서 생산력까지를 나타내는 국가의 상징이었다. 토머스 멜서스와 그를 따랐던 사람들의 순진한 생각과는 다르게 산업혁명 이래 자본주의사회는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미래경제학자 제러미 러프킨(Jeremy Rifkin)은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때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한계비용제로사회에 도달해 생산력에서 해방되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더 이상 생산을 위해 인구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도 자동화된 공장은 사람 없이 기계만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대규모 농장은 사람의 노동력 대신에 기계로 농사를 짓고 있다.

한편으로는 신멜서스주의자들이 등장해 『성장의 한계(The Limit to Growth)』라는 책을 통해 인구증가로(증가된 인구의 소비로) 자연자원의 고갈 및 환경이 오염되어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멜스주의자들의 주장은 고전경제학자들과 기술우선주의자들의 엄청난 비판에 수그러들었지만 기후재난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이들의 비판과 다르게 성장의 한계가 ’탈성장론‘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구는 근대 이후 계속된 확증편향으로 인해 성장의 절대요소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현실에서는 인구감소 사이에서 부조화 되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양적인 인구의 유지를 넘어 개개인의 좋은 삶을 위한 지역이 되어야

국가가 그렇듯 지금까지 지역도 경제 고용인구나 생산력 등의 양적인 측면이 지역의 능력으로 강조되어왔다. 지역의 성장과 쇠퇴도 인구와 재정 같은 양적인 지표로만 측정되고 판단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창생회의가 2014년 낸 보고서의 핵심은 ‘인구가 줄면서 지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인구유입, 결혼·출산·육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인구감소와 유출로 지역쇠락과 소멸을 예상하고 관내 주소지 이전 지원제도와 결혼출산장려금 등의 정책을 내놓고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지역인구정책에 앞선 모습 그대로이다.

이제는 성장의 한계를 성숙으로 전환하고 인구가 줄어들면 소멸이라는 사고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불교 아뢰야식의 대 긍정으로 지역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 인구의 양적인 유지라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오히려 개개인 삶의 질에 집중하고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관계 인구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것은 어떨까.

인구의 양적인 도그마에서 벗어날 때 지역은 사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집중하면서 지역을 풍요롭게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리고는 가장 살기 좋은 곳이 가장 살고 싶은 곳이 되기도 한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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