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손님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1

손님이 왔다. 남쪽

하늘 날아

검고 작은 새

북적북적 읍내장

미곡상 양품점 국밥집 닭집 여인숙 골목

낮게 스치며 흘끗흘끗 엿본다

누굴 찾을까

잠자리 잡듯 낮게 더 낮게

날며 살핀다

굽은 손 굽은 등

주름진 눈매

움푹한 가슴 살피는 걸까

몇 날 기웃거리고 결심한 듯

논흙 물어 집 짓는다

신나게 지저귄다

사진 제공 : 심규한

2

드디어 미곡상에도

둥지가 생겼다

할머니 입가에 주름이 잡혔다

녹두, 콩, 쌀, 팥 함지 너머

부지런한 제비 부부

지저귐이 좋다

창동 브로크집 셋방 한 칸

일 나간 남편 기다리며

딸그락 거리던 세간

셋집 아이들 뛰어다니고

땅강지처럼 뒹굴다 울면

야단치고 뽀득뽀득 씻겼다

어버이날 놓고 간

카네이션 바구니 꽃처럼

흐뭇했다

사진제공: 심규한

3

시끄럽다

미닫이 열고 나가보니

제비들 정신없이 난다

바닥에 둥지가 떨어졌다

손톱만한 새끼 넷

둥지 밖에 널브러졌다

어찌 할꼬 어찌 할꼬

두리번거리다

한 마리씩 둥지에 넣었다

마른 카네이션 꺼내고

꽃바구니에 둥지를 넣었다

처마에 매다니

딱 맞았다

안절부절

철사 얻어 판자 받치니

마음이 놓였다

사진제공 : 심규한

4

새끼들

눈 떠

빡빡 운다 새벽부터

쫙쫙 벌린 주둥이

제비 부부 총알 택배 벌레를 날랐다

꽁무니 똥주머니도 기뻤다

물 말은 밥 작게 찢은 깻잎 얹어

잘도 받아먹었다

그때가 제일 좋았다

부부 금슬 좋으면

가난해도 아이들 잘 자란다는 주인 할머니 말

그랬다

사진제공 : 심규한

5

아기 제비들

머리 까매지자 죽지 퍼득인다

바구니 밖까지 

그러다 한 마리

툭 떨어진다

연달아 삑삑빽빽 운다

새매

하늘에 맴돌다

쏜살같이 내려온다

제비 부부 소리치며

새매 공격하자 시장통

수십 마리 제비 이웃 새매에 달려든다

한바탕 쫓기던 새매 도망치자

소란에 놀란 할머니

제비를 발견하고

다시

둥지에 넣었다

열 펄펄 끓고

헛소리 할 때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스피린도

사진제공 : 심규한

6

어린 제비들

처마 전깃줄에서 퍼득인다

제비부부 춤춘다

이리 날아보렴

무서워하지 말고

두 날개 힘차게 저어보렴

새끼들 떨어지지 않으려

전깃줄 위 퍼득인다

비틀비틀 중심을 잡는다

드디어 한 마리

힘차게 날아 한 바퀴 돌고

양품점 차양 위 앉는다

남은 두 마리도

따라 날아 차양에 앉는다

어른인 양 호들갑이다

지붕 너머

엄마 아빠 따라

강변으로 날아간다

어른이 되지 못한

새끼 하나

둥지에 남긴 채

7

매일 저녁

제비 가족 돌아와 잔다

처마 전깃줄에 앉아

오늘은 어디 다녀왔니

개개비 우는 갈대밭요

거미를 잡았어요

무엇이 제일 재밌니

강물 차며 날 때

짜릿하게 좋았어요

친구도 사귀었니

전깃줄에 앉아

친구들과 떠들며 놀았죠

그런데 한 아이는?

수풀 고양이가 물어갔어요

미안하구나

8

며칠 뒤

새끼 제비들 보이지 않고

부부가 다시 집을 짓는다

할머니 걱정마세요

아이들도 어엿한 제비랍니다

여행을 떠났어요

제비부부

새 둥지 다시 짓고

알을 품는다

그립니

섭섭하지 않니

할머니가 제비와 눈을 마주쳤다

찌지찌지

제비가

빙그레 웃는다

그래 한 시절

꿈꾸듯

살면 됐지

9

벼가 고개 숙일 무렵

제비들 하구에 모여 시끄럽다

아침이 되자

힘차게 하늘을 날고

읍내장으로 몰려온다

전깃줄에 앉아

미곡상 할머니 카페 아저씨

식육점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한다

잘 가렴 제비야

힘차게 바다 건너 무사히

제비 나라로

그리고 꼭

다시 오렴

안녕

할머니는

빈 둥지를 보고

빈손을 본다

따뜻한 것이

안개같이

어른어른하다

사진제공 : 심규한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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