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손님2 – 미곡상 할머니의 노래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1

하지

첫배 자식들 떠나자

무너진 둥지 다시 짓고

하루 한 알

닷새 후 다섯

소서

엄마는 알을 품고

아빠는 저만치서 엄마 지키고

먹이를 물어다 줬다

다정했다

이따금

첫배 형제 찾아왔지만

시장통에서 친구들과 노래하다가

들로 강으로

잠자리 잡으러 갔다

사진제공: 미곡상 할머니 따님

2

대서

한국도 펄펄 끓는다 했다

아이들 하나 둘 깨어나

입을 쫙쫙 벌렸다

엄마 아빠는

다시 수백 번

먹이 물어주고

둥지 밖으로 내민 엉덩이에서

똥주머니를 받았다

시끌시끌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흐뭇했다

사진제공: 미곡상 할머니 따님

3

열흘이 지났을까

솜털머리에

검은 털 돋기 시작했다

천막이 달궈지고

새끼들 헉헉대다

둥지 모서리로 나와 파닥였다

조마조마

어이쿠

한 마리가 추락했다

떨어진 새끼 바구니에 넣어

둥지 밑에 매달았다

놀란 엄마 아빠 고맙다는 듯

날개박수 치며

먹이를 물어왔다

사진제공 : 심규한

4

다음날은 아침이 지나자

둥지가 50도로 치솟았다

하나가 뛰어내렸다

밑 바구니에 떨어졌다

내 잘못이다

둘은 둥지에 남아 죽었다

바구니 속 두 마리도

시들시들 늘어졌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두 마리를 꺼내 고무 함지에 담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물방울을 주니 받아마셨다

기운을 차려

다시 바구니에 담고

이번에는 벽기둥에 걸었다

엄마 아빠가 돌아와 날개 박수치며

먹이를 날랐다

다행이다 안심이다

8월 2일

양산이 42도가 넘던 날이었다

사진제공 : 미곡상 할머니 따님

5

순식간이었다

새매가 기둥 바구니를 덮친 건

새끼 한 마리가 채였다

엄마 아빠가

시장통 제비들과 일제히 달려들었다

골목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새매가 새끼를 놓쳤다

달아났다

얼마나 놀랐던지

발발 떠는 새끼 주워왔다

살았다

다시 바구니 둥지에 넣을 때

남은 새끼는 겁에 질려 납작 엎드려 있었다

우악스런 새매 발톱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미안하다 미안하다

가슴이 계속 쿵쾅거렸다

둥지를 안쪽에 고쳐 매달았다

사진제공 : 미곡상 할머니 따님

6

며칠 새

솜털이 사라졌다

날개깃과 꽁지깃도 단정해졌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 형제들

전깃줄에 앉아 노래했다

뒤뚱뒤뚱

비틀비틀

날개 저어 중심을 잡다가

이내

첫 비행!

마중 나온 형제와

온 가족이

강으로 날아갔다

기다렸지만

뭣이 씻겨 간 듯 허전했다

너희처럼

사람 키우는 것이나

새 키우는 것이나

놀랍고 조마조마하기는 마찬가지

그래도 좋았다

대견하다

대견하다

사진제공 : 미곡상 할머니 따님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돌사람 새사람』,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와 생태인문서『통합생태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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