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보다, 현금보다 더 귀중한 것, 지금 – 현존일념(現存一念)의 행복

사람은 현재를 살면서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한다. 과거와 미래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현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이다.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과거가 되어버리는 ‘찰나’이기도 하다. 당신에게 ‘현재’는 어떤 의미인가?

네 발밑을 잘 살피라 (照顧脚下)

절집의 마루 기둥에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글이 쓰여있다. 그 밑 댓돌에 하얀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정갈해지고 정돈되는 것을 느낀다. 조고각하는 ‘지금 발밑을 잘 살펴보라’라는 뜻이다. 신발을 벗는 그 순간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살펴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는다. 그러나 급히 벗어 던져 널브러진 것도 모르고 황급히 방에 들어갔다면 신발을 벗는 그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은 이미 방에 먼저 들어가 있게 된다. 마음이 현재에 있지 않고 앞질러 미래에 가 있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크게 인기를 얻었던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1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Yesterday is history 〈어제는 (지나간) 역사이고〉. Tomorrow is a mystery 〈내일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것〉. Today is a gift 〈오늘은 선물이다〉. That i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 〈그래서 그것을 현재라고 부른다〉.”

Present가 〈현재〉와 〈선물〉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신비, 오늘은 선물

이 말은 예전 불교의 선사들이 많이 사용되었던 말이었다.

모든 걱정은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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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걱정은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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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그대는 과거를 헛되이 새기지 말고 미래에도 희망을 걸지 않게 하라. 그 대신 스스로 통찰력을 계발하여 매 순간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도록 하라. 확신을 지니고 굽힘 없이 동요 없이, 무상의 진리를 매 순간 알게 하라(밧데까랏따 숫따).”, “과거는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아 없다네, 단지 현존일념((現存一念), 지금 존재하는 것에 집중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받았던 심리적 상처와 열등의식, 피해의식과 좌절감과 박탈감 등이 스스로 자신감을 위축시키고 현재 삶의 긍정성을 약화시킨다. 그로 인한 자존성의 부족은 경쟁 사회에서 끊임이 주변 사람과 비교하게 만든다. 자신보다 못했던 어린 시절의 친구가 나보다 잘되어 나타났을 때 느끼는 피해의식, 옆 사람이 하는 일을 따라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불안감 등이 엄습한다. 이러한 괴로움은 결국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다.

한편으로 모든 걱정은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더 높고 좋은 학벌이 아니면 경쟁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다양한 스펙을 쌓아놓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은 아닐지, 현재의 직업으로 제대로 먹고살게 될 수 있을지 항상 염려하고 걱정한다. 그래서 돈을 많이 저축해야 안심이 되고, 연금과 적금과 기타 재산이 충분하지 않으면 자신의 노후와 앞날, 미래가 불안하다. 보험, 연금, 장례 등의 산업은 이러한 미래불안을 증폭하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모든 걱정은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괴로움은 과거에서, 걱정은 미래에서 온다

현대인의 삶은 이렇게 과거 때문에 괴로워하고 미래 때문에 걱정하며 살고 있다. 만약 현재의 삶을 100이라고 하자. 그런데 과거에 대한 괴로움으로 30%를 소비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30%를 소비한다면 현재의 삶에 그저 40%만 투여하고 있게 된다. 현대인은 현재의 삶에 100%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현존일념(現存一念)의 삶이 아닌 것이다.

생각해보라. 과거는 지나가서 사라졌다. 그저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가정하면 괴로워해야 할 과거란 없다. 그러면 미래는 실재하는가? 미래는 오로지 상상과 생각, 염려 속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와 미래 모두 있지도 않은 생각과 상상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우리는 사라진 과거를 현재로 끌어와서 괴로워한다. 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끌어 당겨와서 미리 걱정을 만든다. 존재하지 않는 망념이 자신을 괴롭히며 갉아먹는 것이다. 미래는 걱정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100%로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현재가 차곡차곡 쌓여 생각지 않은 다양한 길이 만들어지고 새롭게 펼쳐지면서 미래가 되는 것이지, 걱정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현존일념(現存一念)이다.

현존일념(現存一念),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정신적 풍요와 마음의 풍요는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현존일념’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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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풍요와 마음의 풍요는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현존일념’에서 비롯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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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우리는 GNP, GDP 대비 전 세계의 상위권의 풍요로운 나라이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못할까? 사회안전망이나 보편적 복지 시스템이 부족해서일까? 물론 시스템은 중요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깊은 행복감은 외부적 변화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 풍요를 다스릴 품위 있는 정신적 풍요와 마음의 풍요는 현존일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현재 삶에 집중하자는 카르페 디엠도 결국 같은 지혜의 표현이다.

황금보다. 소금보다, 현금보다, 더 좋은 것…. 바로 〈지금〉이라고 하지 않는가. 과거의 괴로움과 앞날 걱정은 공연한 분별 망상이다. 이 두 가지가 끊어진 경지, 현재의 삶에 오롯이 집중하는 행복한 삶을 살자.

이 글은 고양신문 2018년 1월 4일 자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25년 살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남북문제를 위한 활동을, 고양시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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