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④ 왜 청년들은 사회적 경제를 선택하지 않나?

2022년 4월 17일, 사회적 금융모임의 네 번째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사회적 경제의 청년들에 대한 포용력과 비구조화된 자율성과 체제 내화된 사회적 경제 등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사회적 금융모임의 네 번째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사회적 경제의 청년들에 대한 포용력과 비구조화된 자율성과 체제내화 된 사회적 경제 등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 패널 : 김영준(변호사), 박종찬(한살림펀딩), 신승철(생태적지혜연구소), 이무열(협동조합 살림), 이준용(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과정), 이태진(금융전문가), 한영섭(청년신협), 홍승하(다람쥐회)

신승철 : 왜 청년들이 사회적 경제를 선택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지를 이준용님이 써주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①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②사회와 개인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③공동체에 소속될 때 이익과 손해가 있다면 각각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④당신은 비대면과 대면 어느 쪽을 더 선호합니까? 관계 속의 감정노동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까?, ⑤공적 관계 속에서 번아웃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⑥당신은 증여, 기부, 자선이 대체로 위선적이라고 생각합니까?, ⑦공정한 교환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⑧기업에 소셜 임팩트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생각합니까?, ⑨위선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⑩당신이 생각하는 공동체의 대안적 형태는 무엇입니까?”이었습니다. 이준용님께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준용 : 저는 사회적 경제를 호혜와 협력, 증여의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를 실체화하여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으로 구체화하지 않는다해도 말이지요. 증여와 위선과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은 실체화된 사회적 경제에 없다 하더라도 서로 상부상조를 하는 실질적인 관계망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사회적 경제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찬 : 청년 시절에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마이크로 파이넌스에 한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사회적 경제가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사회적 지향성에 대해서 사유를 많이 했습니다. 현재 사회적 금융은 대체로 개념화되어 있고 공론화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당신은 무엇 하는 사람이요?”라는 질문에 대답할 정도로 정립되어 있어야 하고 확신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안적인 삶의 형태도 정체성과 자기정립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영섭 : 청년들이 사회적 경제에 들어오게 된 배경을 생각해보면 저 자신이 떠오릅니다. 일단 멋있게 보이려고, 돈 벌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시작했습니다. 20대 대기업 직장생활의 과정에서 다른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번 아웃도 경험하고 중소기업도 기웃거렸지만 말이지요. 사회적 경제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시민사회와 노동운동 역시도 청년들이 없습니다. 심지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조차도 이직률이 높습니다. 위계와 수직적 구도가 싫어서 사회적 경제에 찾아온 청년들은 사회적 경제 역시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떠나갑니다.

오민우 : 저는 사회적 경제의 1.5세대나 2.0세대 정도 됩니다. 한밭레츠 초창기에는 혁명운동의 한계, 다시 말해 삶과 운동을 연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대안화폐 운동이 발흥했습니다.처음 시작한 멤버들은 이론주의자/이상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체화가 이루어졌고, 한밭레츠, 의료생협, 품앗이생협으로의 분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분명한 것은 청년들의 참여가 더뎌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초창기 멤버와 같은 이념이 아닌 작동과 겉모습으로 바라보고, 직장과 직업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제도권 경제 영역과 다른 가치가 없게 되었고, 사상과 의지 역시도 떨어졌습니다. 청년들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도 강정에서 생성된 공동체운동이나 최소한 벌면서 최소한 쓰고 활동하는 모습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청년들은 만들 것입니다. 청년들은 유산으로서의 기존 사회적 경제에 기대하거나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사회적 경제를 만들 것입니다.

홍승하 :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는 별로 없습니다. 현재의 활동가들은 과거의 인물들이고, 안정적 생계보장으로 진입한 사람들입니다. 그 이상은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회적 경제는 무한 경쟁 시스템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진취적 선택으로서의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의 혁신성의 문제가 떠오릅니다.

사회적 금융에서의 청년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진출처 : andreas160578
사회적 금융에서의 청년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진출처 : andreas160578

이태진 : 돈 벌면서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기업의 선발과 추진과정을 경험해 보니 의미는 별로 없었습니다. 미성숙단계였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실질적인 것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21세기 자본』을 보면 빈익빈부익부의 시스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2000년 동안 돈이 돈을 버는 속도는 6% 정도였는데, 최근 200년간 성장이 금리보다 높았던 시절이었고 저금리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고금리 상황이 찾아올 전망이고 빈익빈부익부는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더욱 돈의 노예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사회적 경제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것인가?”라고 말이지요. 최근 대기업의 ESG 채권 역시도 선생님이 시켜서 하듯 하고 있습니다. 정책과 단어가 아닌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실질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이무열 : 청년들이 사회적 경제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의 제도적인 틀이나 시스템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이준용 : 사회적 기업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제도만 있고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었고, 지원금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연구 분야를 소셜벤처로 짜보고 있습니다. 제도와 체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증여는 반(反)체계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빅터 터너의 말처럼 반구조가 변화를 이끌고 구조화는 체제 내화를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허례허식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반구조적인 유동적인 것의 힘이 필요합니다.

한영섭 : 매력적인 것은 혁명적인 것이지만, 체제 내화가 되면 혁명과 멀어집니다. 청년들 탓을 할 수 없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불평등의 현실 속에서 불평등 자체를 전제로 한 사회적 경제로 들어올 수 없는 노릇입니다. 고생만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이념이라는 마약을 주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의미와 더불어 생계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사회적 경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판에 들어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풀빵에서 채용공고를 보고 제 나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더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박종찬 : 대학 때 소셜벤처 수상경력이 있습니다. 돈의 문제, 보조금, 지속가능성 모두가 일을 하다 보니 걸렸습니다. 자금 조달 문제에서 사회적 경제의 지원자금으로 사회적 금융이 떠올라 지금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년들은 영리적인 부분과 함께 공익적인 부분 둘 다를 고민합니다. 사회적 지향점에 있어서 청년들의 경력에 메리트가 있는 부분으로 사회적 경제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청년들의 노력이 실질화되려면 사회적 금융 자체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민우 : 유산으로서의 기존 사회적 경제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사회적 경제가 생성되게끔 사회적 금융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은행권에서 할 수 없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무열 : 유럽의 사회적 경제의 모토는 자치와 자조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유럽과 달리 사회적 경제 대부분이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의 사회적 경제의 자기가치를 반체계, 역체계를 통해 구성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제도화된 사회적 경제는 더 이상 매력이 없습니다. 사회적 금융이 씨드 머니 역할을 해야 자율과 자조의 활동을 하게 도와야 합니다.

홍승하 : 그런 점에서 사회적 경제가 제도화되어 안정화되면 청년이 유입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오히려 제도화될 필요가 없고 자조와 자율의 힘으로 구성된 청년 사회적 경제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한영섭 : 협동조합이 협동조합답지 않습니다. 사회적 경제답지 않게 운영되는 곳이 많습니다. 1세대 사회운동과 조직원리는 협동조합답지 않습니다. 의미도 못 찾고 돈도 못 벌고 청년들에게 매력이 전혀 없습니다. 협동조합답게 운영되는 새로운 청년들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이준용 : 제 친구가, 배달 점주 형님이 잘 봐주겠다고 했는데 열정 노동과 부실한 임금에 시달려서 배달플랫폼으로 가보니 감정노동도 덜하고 돈도 많았다고 합니다. 플랫폼은 리더가 없고 업무만 있으니 감정노동이 덜합니다. 뭔가 재미의 요소, 즉 ‘게이미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으면 음향효과가 들리듯 말이지요. 뭔가 의미가 아닌 재미의 요소가 필요합니다.

이태진 : 플랫폼은 중간자이자 이음새입니다. 청년들과 참여자에게 보상을 주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로 요약하자면 실질적인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일 것입니다. MZ세대들은 현실 적응을 위해서 메타버스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실질적인 것과 거리가 있는 의미보다는 재미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한영섭 : 플랫폼노동의 순기능과 더불어 구조화된 문제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플랫폼은 개인으로 파편화합니다. 노동조합조차도 배달플랫폼에서 어려운 현실입니다. 물론 조직화에는 재미 요소가 필요합니다. 재미의 분출은 사회변화의 요소, 이행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무열 : 1세대와 1.5세대들은 의미를 찾던 세대였습니다. 자신의 삶과 분리된 의미에 지쳐 떨어져 나간 사람이 많았습니다. 자기화되지 못했습니다. 의미는 욕망과 욕구로 바뀌어야 합니다. 게임은 자발성을 발휘하지만 관성과 자극으로 되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의 공진화를 사고하고 실험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1세대 운동가들 사이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공동육아에서 사회적 의미를 중시하는 1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공감의 어려움을 들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이음새이자 기능으로서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플랫폼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영섭 : 청년세대의 느슨한 연대, ‘따로 또 같이’와 달리 1세대들은 헌신의 화신들이었습니다.

오민우 : 독일과 이탈리아의 협동조합과 한국의 협동조합의 차이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압축성장에 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삶의 생애주기와 대체로 일치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10년을 쏟아부어 이탈리아 수준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생애주기와 맞지 않습니다. 협동조합의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한밭레츠가 오래 갔던 이유는 특별히 한 것도 없지만, 느리고, 생애주기와 대체로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박종찬 : 영리유통업체에서의 성장의 조절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이탈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1세대들은 성장과 함께 하고 헌신적입니다. 논의되어야 할 점은 이렇습니다. 먼저 진입장벽을 낮추고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중간유통을 유연하게 플랫폼과 매개하여 속도 조절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수요에 맞춰 기금을 개설하여 조성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후원, 대출, 투자 등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생산영역에는 노동의 위기, 노동자들의 이탈이 있습니다. 대표와 이사들은 헌신적입니다만, 세대적 문제와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찾아오고 있습니다. 세대별 구조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같은 설정이 필요합니다.

이준용 : 제가 정리 발언을 하기에는 머쓱하지만, 낭시의 해체적 공동체, 다시 말해 파시즘적 공동체나 이념적 공동체가 아닌 함께 하는 공동체로서의 개방형 공동체를 고민하게 됩니다.

열띤 논의는 1시간 30분여 계속되었다. 청년세대와 1세대간의 세대간 격자를 넘어서, 청년세대의 사회적 경제의 새로운 생성을 위한 사회적 금융의 역할 역시도 고민되는 자리였다. 다음 모임은 5월 22일 일요일 3시이고, 오늘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사회적 경제는 플랫폼(네트워크)를 통해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박종찬님이 질문지를 제출하기로 했다.

故신승철

1971.7.20~2023.7.2 / 평생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마지막 4년 동안 사람들 속에서 '연결자'로 살다 가다. 스스로를 "지혜와 슬기, 뜻생명의 강밀도에 따라 춤추길 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락(共樂)하고자 합니다. 바람과 물, 생명이 전해주는 이야기구조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하는 글쟁이기도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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