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② 공동체신용에 있어서의 사회적 금융의 관계 맺기 방식

2022년 2월 20일 일요일 3시, 사회적 금융모임의 일곱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두 번째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공동체 신용에서 관계에 입각한 정성적(定性的) 평가 논의와 공동체금융과 법과 제도의 논의, 공동체의 규모의 문제 등이 논의되었다.

사회적 금융모임의 두 번째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공동체 신용에서 관계에 입각한 정성적 평가 논의와 공동체금융과 법과 제도의 논의, 공동체의 규모의 문제 등이 논의되었다.

패널 : 김영준(변호사), 박종찬(한살림펀딩), 신승철(생태적지혜연구소), 이무열(협동조합 살림), 전병옥(기술마케팅연구소), 한영섭(청년신협), 홍승하(다람쥐회)

신승철 : 얀 몰리에 부탕의 『꽃가루받이의 경제학』(2021, 돌베개)에서 금융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서 간략히 나온 것 같습니다. 독재로 향했던 스파르타가 아닌 도시국가 아테네에서 금융이 상호견제, 상호감시의 돈의 흐름-민주주의-을 만들어냈던 바가 공동체금융의 원형을 담고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전병옥 : 중앙권력 시스템에 의해서 화폐가치가 책정되던 왕조나 독재정권보다, 금융시스템이 자율적으로 펼쳐진 곳에서 민주주의가 형성되는 현상도 관찰됩니다. 일종의 금융 독과점을 막는 사회적 금융시스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영섭 : 민주주의 발전이 금융 발전과 동조화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금융이 꼭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네요. 공동체 신용은 공동체 내의 신뢰 관계로부터 형성되었는데, 그 원형은 오히려 두레와 같은 형태가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공동체 금융은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다. 사진출처 : nattanan23
공동체 금융은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다.
사진출처 : nattanan23

박종찬 : 제도권 신용과 현장 영역의 신용을 연계시키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상호부조로 접근하는 공동체 신용은 신용 등급에 있어서도 정성적 평가가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기준으로는 ①신용평가사의 기준, ②퀘벡 샹티에(Chantier de l’ économie sociale) 정성적 평가, ③기업의 사업 리스크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업 신용이 6~7등급인 곳이 사회적 금융 리스크 평가척도에서는 4~5등급인 경우가 있어요.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 보니, 신용평가사의 부실율은 7~8%인 데 반해 한살림펀딩에서는 부도난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공동체신용 영역에서는 재무적인 요소보다 사회적 가치 등 비계량적인 부분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며, 결국 주고받는 상호부조적인 입장이 반영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홍승하 : ‘다람쥐회’는 1970년대 연 25%의 고이율로 인해 금융 문턱이 높았던 시대에 노동자와 서민의 금고 역할을 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최소한의 운영비와 상근인력의 비용을 책정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개인의 경우에는 다람쥐회 조합원이어야 하고, 출자금 일정 금액 이상이어야 대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단체 대부도 진행하는 데 보조출연자노조의 경우 노조가 전담 관리하는 소액대부를 하고 있습니다. 활동과 연계된 이자율 할인제도가 있는데 조합원의 경우에 총회참석이나 모임 참여에 경우에는 이자율을 인하해 주고 있습니다. 신용조회는 하지 않으며, 인감과 소득 등 증빙서류가 필요하고, 공동체 신용의 관계 맺기의 방식을 통해 신용에 대한 평가를 내립니다.

한영섭 :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2013년에 시작했는데, 공동체 신용에서 총회 참석 및 활동의 영역을 점수화하여 지역화폐와도 연계하려고 했었습니다. 신용 개념의 점수화와 대출 조건을 위한 요건으로 활동을 고려한 것입니다. ‘토닥 톨’이라고 지역화폐 연계의 화폐 기능과 신용기능을 만들려 시도했지요. 신용 등급 평가는 없고, 철저히 관계성 기반의 금융 대출입니다만 팬데믹으로 인해 활동이 불가능해져서 고민이 깊습니다.

박종찬 : 한살림에서는 기후 위기와 자원순환을 기초로 한 지역공동체 및 지역협동조합 생활실천 캠페인으로 종이팩 모으기, 병 재사용 등을 통해 살림 포인트를 연계하는 방식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금융 신용과 인적자원 모임 활성화와의 연계 역시도 고민 중입니다. 대출상품에서는 금리를 더 내리는 것 이외에도 공동체 담보를 통해 20퍼센트 이내에 담보로 활용하거나, 예·적금 담보대출을 활용하여 낮은 곳에 담보 중재를 하는 것도 대안적인 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큰 자금을 빌릴 때 인적 신용을 금융적인 담보로 만드는 관계 위주의 신용구축 사례입니다.

이무열 : 금융과 공동체 신용을 생각할 때, 관계를 통한 지역사회를 생각하게 됩니다. 신용의 본질이란, 관계없는 사람들과의 거래를 위한 절차가 아닌지? 시장은 ①거래를 통한 사고파는 것 ②교환 ③선물 혹은 무상으로 주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한살림에도 나눔과 교환을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압니다.. 공동체가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박종찬 : 청년에게 무이자로 증여를 하려다 보니 규제를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상으로 진행할 경우 상증세법, 자본시장법 등 현재의 법적 제도 하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원형 선순환이라는 개념을 대안으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상호부조적으로 후원으로 증여를 받고 후원배분 권한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공동의 지역자산화의 기초도 여기서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영섭 : 공동체 신용에 있어서는 공동체 규정이 중요합니다. 지금 청년이 지역에 정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공동체로 묶을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세대별 노조, 세대별 조합 등을 통해서 공동체 신용을 복원하거나 지역 안에서 의제별, 공동 관심사별로 공동체를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공제연합 풀빵’은 일의 공유를 통한 묶는 작업을 통해서 공동체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작은 공동체와 생협은 제도 바깥에 있어도 13년 간 모임을 유지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법에 겁을 먹고 너무 테두리 안만 사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토닥은 법외조직이지만, 상도 받고 칭찬도 받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만든 조직이 법에 들어가야 한다는 규칙은 없지요. 공동체 신용 이전에 왜곡된 법체계로부터 공동체성이 자율을 얻을 방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박종찬 : 아슬아슬하게 법 체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이쿱의 현재 사태를 비추어 보면 리스크는 모두 조합원 개인에게 전가되지 않았습니까?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 하는 거죠.

홍승하 : 다람쥐회는 과거 정식 신협 인가를 받았었다가 취소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신협 인가를 받기 위해 자산을 늘리고 규모를 키웠으나 부실이 심해지고 그 과정에서 내부 균열과 활동가 이탈이 있었습니다. 합법적 기준과 기존 구성원들의 추진력 사이에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한영섭 : 토닥도 출자금 감액 등을 통해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덜어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조합원 스스로가 양보한 거죠. 상호부조는 ‘나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부에 바탕을 두는 개념입니다. 두레의 사례를 보면 흥망성쇠의 핵심에는 지도력 발휘가 있습니다. 두레는 교류와 사물놀이와 같은 것으로 공동체성을 유지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공동체 신용 이전에 공동체 복원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영준 : 경험적 지식의 공유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공동체는 규범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사실이며,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입법권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영섭 : 공동체 유지 범위는 어떤 것일까? 특수 목적, 이를테면 세대별 조합, 녹색 신협, NGO 신협 등은 불가능한지? 21세기의 공동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영준 : 그것은 법체계를 넘어서는 부분일 수도 있지요.

홍승하 : 현행법 상, 신협의 경우 자산 규모와 조합원 수 등 규모를 키워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런 조건 하에서는 소규모 공동체와 금융은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신승철 : ①커먼즈의 공통화 전망에 따라 공동체의 공동규칙을 제도화하는 방향 ②공동체를 법 테두리 바깥으로 자율성을 획득하는 방향, 이 양자 사이에서 중도는 없을까요?

박종찬 : 제도권 법 테두리 바깥과 안을 넘나들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사단법인, 비영리단체를 통하면 대부업법에서 제외되는 부분이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것이죠. 비제도권과 제도권이 활용 가능한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홍승하 : 공동체의 자율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도 바깥에서 자율성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제도화의 요구도 커지게 됩니다. 법 테두리 바깥은 관리 책임을 따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공동체 금융과 사회적 금융은 다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금융은 공동체 운동의 금융보다 제도권 내에서 경제를 작동시켜야 할 것입니다.

한영섭 : 공동체 금용(신용)의 규정이 중요합니다. 규모 500명 이상의 단위에서는 공동체성을 담보하기 어렵기에 능동적 축소가 필요합니다. 공동체 금융에 필수적인 것은 공동체성입니다.그런 점에서 작은 조직 간의 생태계가 필요하며, 이를 보장할 법제화도 필요합니다.

홍승하 : 다람쥐회의 원죄가 있다면, 이자가 있는 금융 활동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윤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최소한의 활동비와 운영을 위한 것이었으나 금리 문제는 공동체 금융의 의미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규모의 문제가 공동체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한계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공동체 금융이라면 이자를 배제하고 운영 수수료 정도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한영섭 : 이자는 원죄가 아닙니다. 유지를 위해 이자는 필요하지요. 토닥에서 무이자 실험을 진행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유지가 되지 않아요. 적절히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무열 : 횡단과 다면화가 필요합니다. 규모에 포섭될 이유가 없습니다. 일원화된 규모가 아니라, 작은 단위의 네트워크화된 규모가 필요한 겁니다. 규모가 커지면 법제화의 안, 시스템화된다는 점에서 작은 셀 단위로 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자와 수익에 대한 목적성을 분명히 한다면 적절하게 운영할 여지도 있습니다.

김영준 : 법이 상정하는 인간형은 이기적이고 공동체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 자체에 대해서 신중해야 하고, 제도화에 대해서도 조심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전병옥 : 신뢰의 관계를 제3자가 맡는다고 할 때, 담당할 사회적 주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셀 단위의 연합과 네트워크에 대해서 주목하게 됩니다.

열띤 논의는 2시간여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점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다. 다음 모임은 3월 20일 일요일 3시이고, 주제는 “작은 공동체단위(모듈, 셀)의 연합(생태계, 네트워크)으로서 사회적 금융은 가능한가”이다.

故신승철

1971.7.20~2023.7.2 / 평생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마지막 4년 동안 사람들 속에서 '연결자'로 살다 가다. 스스로를 "지혜와 슬기, 뜻생명의 강밀도에 따라 춤추길 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락(共樂)하고자 합니다. 바람과 물, 생명이 전해주는 이야기구조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하는 글쟁이기도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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