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⑤ 사회적 경제는 플랫폼을 통해서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가?

2022년 6월 21일 일요일 3시에 3명의 구성원들이 사회적 금융모임의 다섯 번째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플랫폼으로서의 협동조합과 공제조합, 노동조합의 관계 맺기의 차이점과 네트워크와 플랫폼의 차이점 등을 논의하였다.

사회적 금융모임의 다섯 번째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플랫폼으로서의 협동조합과 공제조합, 노동조합의 관계 맺기의 차이점과 네트워크와 플랫폼의 차이점 등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질문지

사회적 경제는 본래 시장경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영역으로 자본이 아닌 사람 중심의 경제조직을 구성하여 시장경제에 새로운 유연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으로 출발하였음. 그러나 현실은 관치적 구조에서 출발하여 경직성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새로운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사항.

1. 사회적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생태계 네트워크의 주요요소에 있어서 유연성을 저해하는 진입장벽은 무엇일까?
(물적자원, 인적자원, 기술/지식자원, 경영노하우, 소비시장, 기타 사회적 기반 등)

2. 사회적 경제에 유연성을 가져올 수 있는 외부요소 및 사례는? (기술적 요건 : 핀테크, 블록체인 동향 등, 금융요건, 법제적구조 등)

3. 사회적 경제에 유연성을 가져올 수 있는 내부요소 및 사례는? (조직 운영, 성장성, 수익성 등)

4. 사회적 경제영역에 있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성공요인(CSF: Critical Success Factor)은 무엇인가?

5. 개별사회적 경제기업으로서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즈니스모델에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 참조. 비즈니스모델캔버스
※ 참조. 비즈니스모델캔버스

6. 사회적 경제에 있어 상호연대 플랫폼을 통해 유연성을 적용해 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 참여자 : 박종찬(한살림펀딩), 신승철(생태적지혜연구소), 한영섭(청년신협)

신승철 : 자본주의는 플랫폼을 통해서 최후의 성장 전략인 정동자본주의로 이행한 것 같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에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아직 갈림길에 있다. 실제로 한살림의 경우에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생협을 플랫폼으로 인식하면서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결사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을 통해서 색다른 사회적 경제의 이음새와 모둠 역할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주제는 새로운 플랫폼의 범위와 방법론에 대한 시의적절한 논의의 장이라고 생각된다.

박종찬 : 플랫폼에 대한 철학적 성찰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우선이다. 질문지 작성에 있어서 플랫폼의 기능과 대안적인 적용에 대해서 집중해 보았다. 일단 금융플랫폼과 사회적 금융을 연결하는 방향성 속에서 외적 요인이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루나 사태가 불러온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적인 선택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경제의 유연성의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적용이 상상력을 던져준다. 먼저 사회적 금융의 진입장벽에 있어 유연하게 플랫폼을 적용할 방안으로 블록체인 등이 떠오른다. 정신적이고 내적인 정동(affect)에 대한 논의에 앞서 조직적 관점에서 리더와 조직문화, 공동체 등의 이음새 역할로 유연성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플랫폼을 떠올리지 않는가? 물론 과도기적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관 주도의 거시적이고 큰 틀에서 움직이는 방향성보다는 현장에서의 플랫폼의 유연성에 대해서 착목할 필요가 대두된다. 연대와 유연성,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플랫폼은 하나의 기회이지 않나 싶다.

한영섭 : 플랫폼이 좋다 나쁘다 이전에 현장에서의 적용되는 현실을 보아야 할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안적인 플랫폼이다. 또한 아파트경비노동자의 잦은 이직과 해고의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구직활동에서의 필요성을 충족할 플랫폼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바로 실질적인 현장의 요구가 있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 역시도 플랫폼이라면 어떤 플랫폼이냐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신승철 : 만약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소비자적 마인드를 가진 이용자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은 플랫폼으로 전락한다. 오히려 의미와 가치 중심의 결사체로서의 역할이 전환 시대에서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오히려 플랫폼으로서의 생협에 대해서 접근하는 조합원은 관계를 실질화하는 데 허점을 갖고 있지 않나 싶다. 생산자도 마찬가지이다. 친환경유기농 농산물 생산에 있어 질적 관리까지 들어온다면, 사실상 생산자들의 시선에서는 생협들이 플랫폼으로밖에 보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이 독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종찬 : 유기농에 대한 공급망적인 조건에 대해서 고려하면서 자본주의와 성장주의가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의 관점에서 1차 생산자 공동체가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생산할 때 시설, 장비, 품질에서의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대농이나 자원이 풍부한 쪽에 유리하게 되어 결국 빈익빈 부익부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자들은 대규모 인력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실무자들은 그저 직장으로 여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소비자들은 그저 값싼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 곳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금의 구조에서 조직적인 색다른 구조를 모색하려고 할 때 각 구조항에서 이음새 역할을 유연하게 수행할 플랫폼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는 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적 조직구조 재편의 필요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한살림펀딩은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의 어려움에 직면한 생산자들의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 지자체 계약재배나 전자차용증 사용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신승철 : 내적 구조항들의 이음새의 중요성이 대두된다면, 협동조합과 공제조합의 연합이나 상호침투 등의 가능성 역시도 타진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협동조합기본법에서 지나치게 소비자협동조합 중심으로 편재되고 공제조합의 요소를 배재하고 있던 터라 생협들이 불구화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공제조합의 상호부조 전통을 내적으로 다시 수용하고 혁신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합과 협동이 먼저 필요하다. 이것이 비즈니스모델로 나타난 것이 공제조합이다. 사진출처 : giselaatje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합과 협동이 먼저 필요하다. 이것이 비즈니스모델로 나타난 것이 공제조합이다. 사진출처 : giselaatje

한영섭 : 공제조합은 금융조달을 통해서 외부로 자원이 유출되지 않게 한다. 상호부조의 측면에서 협동조합이 갖지 못한 삶을 함께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공제조합은 할 수 있다. 이는 상호의존성으로서 기업간의 상호성만이 아니라, 조합원 간의 상호성을 적극적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경조사의 경우가 그 사례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합과 협동이 먼저 필요하다. 이것이 비즈니스모델로 나타난 것이 공제조합이다. 플랫폼은 자본주의적 연결을 제도화한 것이라면 공제조합은 소액대출이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입장에서 제도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혜택이지만, 살림과 협동, 상호부조의 의미와 함께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공제조합이다.

박종찬 :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분명 공제조합적 요소가 빠져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관할하는 중기청에서의 협동조합의 규정에서는 공제도 할 수 있고 대부도 할 수 있다. 특히 공동근로복지기금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법인 모두에게 해당사항이 있고, 기업구성원들의 복지혜택과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이는 비정규직이든, 협동조합의 임원이든 따지지 않는다. 협동조합기본법에만 매몰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협동조합・협동조합기본법상 협동조합 비교. 中企협동조합과 기본법상 협동조합은 의결권・선거권, 책임범위, 가입・탈퇴 등에 있어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는 반면, 설립 목적과 방법, 조합원의 자격, 설립요건 등에 있어서는 차이점 존재.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협동조합・협동조합기본법상 협동조합 비교. 中企협동조합과 기본법상 협동조합은 의결권・선거권, 책임범위, 가입・탈퇴 등에 있어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는 반면, 설립 목적과 방법, 조합원의 자격, 설립요건 등에 있어서는 차이점 존재.

한영섭 :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일반협동조합에게 독소조항으로 공제사항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범위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한정했다. 사업모델로서의 상호부조와 공제품목, 경조사 및 공동물품구매, 금융, 보험 등에 대해서 제외했다. 협동조합 공제토론회가 최근 국회에서 있어 참여해 보았는데, 공무원들은 보험사업과 금융사업을 위한 것이 공제조합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고 공제조합의 상호부조의 정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협동조합은 법 허용범위 밖의 비인가 자체에 대해서 도전하는 야성성을 갖추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중소기업연합회에서 공제 가능하고 금융 가능하다고 인가받는 것은 법 테두리 안에만 머무는 것이다. 노란우산 공제와 중소기업 협동조합 등의 혜택이 있지만, 이 역시도 제도 안 체제 안에만 머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승철 : 그럼 다른 주제로 산업재편과 전환의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협동조합의 포용력과 수용력이 관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동조합과 공제조합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 떠오른다. 산업재편 시 노동자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은 기계적으로는 떠오르는데, 지금과 같이 단기이득이나 임금인상 등에 매달리는 노동조합 상황에서 화학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박종찬 : 노동조합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절박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이 사업체이기 이전에 공동체로서 이들에 대한 연대와 협동이 요구되고, 이는 공급망 자체에 대한 새로운 설계 과정으로 나타날 수 있겠다 싶다. 이를 통해서 노동자협동조합 등이 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열리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살림의 네트워킹이 출발점이 되어 노동자협동조합과의 연대를 통한 고용플랫폼에 대한 상상력도 작동한다. 공동인력제도에 대한 클라우드펀딩 등에 대한 제도적인 상상력도 필요한 것 같다. 기존 고용인력의 구조로는 이에 대해서 응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노동조합이 전환의 과정에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변모한다면, 공동모색, 연대, 협동의 과정에서 함께 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영섭 : 이는 정의로운 전환과정에 대한 로드맵으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임금투쟁의 틀을 벗어나서 연대와 협동을 통한 전환의 로드맵을 주도해야 한다. 노동공제연합 ‘풀빵’의 경우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둘 다의 영역에서 결합되어 있지만, 따로국밥과도 같이 통합적인 사유가 거의 없었다. 노동조합과 협동조합간의 그 이음새의 역할을 공제조합이 충분히 할 수 있으며, 이는 전환과정에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숙제이다. 산별노조는 민주노총의 일부이지만, 이 중 화섬식품노조의 경우 공제조합이 들어가 있었는데, 2~3년간의 활동과정에서 효과가 있음을 입증할 기회가 되었다. 조합원이 임금인상이나 고용보장의 문제와 더불어 상호부조의 영역에서의 보완재로서의 공제조합을 활용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노조 이탈이 줄어들고 단결과 협동에서 효과적이었다. 화섬식품노조는 자체 공제조직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 이탈한 명예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공제조합이 개입할 여지가 생겼고, 이는 해고 이후의 과정으로서의 공제의 효과적인 대응방안에 대한 깨달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공제조합은 전환의 과정에서 아교역할을 할 수 있지만, 민주노총 등은 아직도 공제조합에 대해서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풀빵은 산별과의 결속을 통해서 몇 가지 귀중한 실험과 실천을 할 수 있었다.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에서의 조합원의 재배치에 공제조합이라는 이음새와 퇴직자노조에 대한 직업상담 등에 공제조합은 유효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승철 : 여기서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은 집중시키고 수렴시키는 마당이라면 네트워크는 동질적인 공동체를 혁신시켰던 느슨하고 비스듬한 관계망이며, 민주적이고 분산됨을 추구한다. 이에 대한 혼용을 경계하며, 동시에 구분이 필요해보인다.

박종찬 : 네이버/카카오 그룹과 같은 플랫폼 내에서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가 있다. 다시 말해서 플랫폼과 네트워크는 상호보완적이면서도 양극단에서 서로 의존하고 있다. 네트워크에 플랫폼 기능을 부여해서 집중성을 도모하는 것이나, 플랫폼에서 네트워크를 추구함으로써 분산성과 민주성을 추구하는 것 둘 다가 가능하다.

한영섭 : 한국노총이 만든 공제회는 단일모델이며 플랫폼이고 효율적인 관리모델이라면, 공제조합 풀빵은 연합체모델이고 네트워크 유형이다. 네트워킹을 통한 공제회 조직화를 통해서 대수의 법칙이나 규모의 경제에 대응할 방안을 찾고 있다. 풀빵은 다양한 네트워크 사이에 이음새 역할을 하는 아교라 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동기금에서는 협동조합 등의 사업체의 세 단위가 연합하면 비영리법인을 대표로 하여 공제를 허용하고 있으며, 개별조직과 임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열띤 논의는 2시간여 동안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우리가 말하지 못한 부분을 뒤로 한 채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향했다. 아쉬움은 우리의 몫인가 싶다. 공부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모임은 7월 24일 일요일 7시, 생태적지혜연구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주제는 “탈성장에서의 사회적 경제의 관계망 풍부화 전략”으로, 질문지는 한영섭 님이 작성하기로 했다.

故신승철

1971.7.20~2023.7.2 / 평생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마지막 4년 동안 사람들 속에서 '연결자'로 살다 가다. 스스로를 "지혜와 슬기, 뜻생명의 강밀도에 따라 춤추길 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락(共樂)하고자 합니다. 바람과 물, 생명이 전해주는 이야기구조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하는 글쟁이기도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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