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③ 작은 공동체단위가 연대체계를 형성하는 법

2022년 3월 20일 일요일 3시, 사회적 금융모임 세 번째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작은 공동체조직의 연대체조직의 전제조건, 규모의 문제와 가치와 의미라는 전제조건, 마음으로 향하는 협동 등이 논의되었다.

사회적 금융모임의 세 번째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작은 공동체조직의 연대체조직의 전제조건, 규모의 문제와 가치와 의미라는 전제조건, 마음으로 향하는 협동 등이 논의되었다.

패널 : 김영준(변호사), 박종찬(한살림펀딩), 신승철(생태적지혜연구소), 이무열(협동조합 살림), 이준용(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과정), 한영섭(청년신협), 홍승하(다람쥐회)

신승철 : 연합조직의 현실과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안 되고 있고, 연대조직 간의 연대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연합조직은 왜 필요하며 그 속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박종찬 : 한살림은 생산조직과 소비조직에서 각각 공동체 단위와 지역 생협이 생산연합과 소비자생협연합체단위로 연계되어있습니다. 이에 따른 한계와 문제점은 재원의 편중으로 인해 신용도 역시 치우쳐서, 큰 조직은 자금조달이 쉬운 반면 작은 조직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연합조직은 소속 조직들에게 물류나 매장지원, 구매, ERP1 등을 통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익도 있지만 이러한 수평적 수직적 구조가 상존하게 되면 조정이 필요합니다. 한 살림펀딩이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신용편중 및 자금조달의 불균형을 조율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등 지역단위에서의 현장중심적·민간자조적인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오민우 : 연합조직의 측면에서 대전의 한밭레츠는 의료사협과 품앗이생협과 함께 연대하고 있고, 활동가도 겹칩니다. 초기 자금조달이나 조합원 확충 같은 측면에서 연대와 협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업이 잘 되어야 이상의 자금이 조달되는 건데, 현재는 조합원 차입까지 활용하여 조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중에 떠맡을 비용이 되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일정 단계 이상에서 확장하려면 차입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홍승하 :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의료생협, 노느매기 등과 함께 움직였는데, 의료생협은 독립했고, 노느매기도 독립했습니다. 산선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멀티플랙스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도 발휘되었습니다. 협동조합 운영 자체의 어려움이 있고,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합조직의 긍정성은 공동체를 묶어내는 역할이고, 작은 공동체의 운영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공간 비용이 거의 안 든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가질 수 있죠. 인력의 안정성은 작은 조직에서는 여전히 문제입니다. 실무 2~3인의 기능과 역할을 통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규모가 너무 커지면 안 되고, 지역에 뿌리박고 운영을 통합하는 것 등이 문제점으로 남습니다. 다람쥐회가 풀빵의 준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상황으로 자조운동과 공제 사이에서 법적 근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란우산 공제는 자영업자의 공제회로서 25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고 있고 자영업자의 출자에 의해서 움직이는데요. 금융 협동조합이 공적 금융혜택을 받도록 만들고 출자까지 소득공제를 하는 것이 쟁점입니다.

한영섭 : 노란우산 공제회모델은 훌륭합니다. 다양한 세제 혜택과 자금적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풀빵은 정부의 공적 조직으로 등록되지 못해 세제 혜택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향성은 갖고 있습니다. 작은 조합원의 혜택을 연대체가 규모화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풀빵은 공제조합의 연합체이자, 노동자 공제회와 노조 등을 포괄하는 조직으로 미조직 노동자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산업적 변화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할이 큽니다. 자금 규모나 세제 혜택, 안정적인 금융 모델 등을 통한 공신력 확보가 핵심입니다. 작은 조직이 공신력을 얻기 어렵다면, 규모화된 조직은 공신력을 획득하여 작은 조직에게 혜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간, 동, 사람 등도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도 나눠서 하는 퀘벡의 연합조직을 상상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이무열 : 협동조합 간 협동에서 연합조직의 역할이 있습니다. 기초단위의 조직이 관리의 영역에서 등장합니다. 연합조직은 내·외부조정, 즉 거버넌스와 공공영역과의 교직점과 R&D로서의 사회적 사업기획과 시장에서의 사업기획 등의 역할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때 사람과 인력이 중요합니다. 제도와 체계 이전에 마음의 협동이 필요합니다. 조합원들의 이중협동조합 활동이 빈번하며, 인문적 토양의 확산이 필요합니다. 조직 간의 갈등에서는 마음과 인문학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사회적 경제의 교육과 훈련에서 의식과 인문학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입니다. 규모만을 생각했을 때는 자본주의에 포섭되기 마련인데,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문화와 삶의 양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준용 : 증여와 호혜의 공동체와 교환을 고민할 때, 협동조합의 활동가들이 헌신하는 과정에서 번 아웃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그런 점에서 감성적 공감을 넘어선 인지적 공감으로서의 명상과 마음수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준 : 제도와 체계의 문제는 공론장의 설립이 먼저 중요합니다. 공적 공간을 조직화하는 과정과 노력이 요구되는데요, 우리 모임 역시도 공론장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승철 : 원주에서 진행되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작동원리를 갖고 있는가요?

규모화보다는 협동조합의 목적의식과 가치가 지켜져야 한다. 
사진출처 : TheDigital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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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화보다는 협동조합의 목적의식과 가치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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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 : 한살림은 철학적인 시작이 원주에서 이뤄지며 신협의 태동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도 밝은신협과 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연대하고 있으며. 네트워크상의 공급망적 관계가 활성화가 되어 운영되어 협력이 잘 되고 있고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조금융적으로도 공동 금융이-비록 몇 천 만원일지라도- 확보되어 있고, 지자체와의 연결을 통해 규모화되고 민관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의 영역에서는 민간자금이 규모화되어 작은 조직이 함께 규모화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공동으로 쓰는 협동조합 건물의 사용이나 제도권과 자본시장에 맞선 지역자산화와 시민자산화의 과정에서 규모화된 민간자금이 필요합니다.

이무열 : 그 규모화가 문제입니다! 규모의 시스템에서 협동조합의 시스템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모의 함정에 주의해야 합니다. 수직적이고 전일적인 조직을 넘어선 수평적 조직화의 방향은 일반기업도 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협동조합 연합체는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하며 규모화의 함정에 빠지면 벗어나지 못합니다.

오민우 : 규모가 있는 사업장이 되는 것은 신용도와 연동됩니다. 소비자생협이 시장을 형성하고 자본을 형성하기 위해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덩치를 키우기를 강제받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의식이나 가치는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규모의 논리에 빠져 가공식품의 품목을 확장하는 생협의 모습은 우리에게 일상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규모 있는 사업이 되기 위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이무열 : 규모에 대한 다른 상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아이쿱이나 한살림 모두 고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 자본주의의 성장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규모와 사회적 경제는 서로 다시 내용을 정리하고 서로를 규정하는 상호적 연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성찰해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에 포섭되고 말 것입니다.

박종찬 : 급격한 성장의 과정에서 자체적 자본조달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적 금융의 가치명제와 달리 제도권 시스템은 효율적으로 규모의 문제만을 다루고 있지요. 가치의 문제가 한살림에서도 대두되고 있기에 공급망적인 내용의 속도전을 넘어 조직적인 점검으로서의 협의체 회의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자본시장의 작동에는 건전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수평적인 다양한 조직들은 규모의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돈보다는 사람이 더 필요하고, 인적 자산이 기반이 될 때야 비로소 기금도 만들어집니다. 시작점이 되고 구심점이 될 문제의식은 한살림의 물품공급라인 이외에도 조합의 운동과 교육이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합원의 활동은 사회공간에서의 매출이지만 매출로 환산되지 못합니다. 수평적 규모화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어요. 금융적 접근으로서의 자금조달과 함께 소비자들이 만드는 금융, 상호부조, 클라우드 펀딩 등의 자조적 금융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한영섭 : 자본주의 모델과 다른 규모화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를 사회적 금융이 견인할 수 있을까요? 대안적 규모화모델이 가능할까요? 연대가 필요하며, 절박함이 필요합니다. 절박함이 연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휘둘림 때문에 절박한 게 아니라, 존립의 문제부터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절박함을 사유해야 합니다. 대안은 사회적 금융을 통해서 자금을 나누는 것에 있을까 생각합니다. 마음의 협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금융조직 간의 연대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절박함이 필요하며, 그것이 현실적 조건이 되었을 때 마음의 협동과 단위조직의 존립이 가능합니다. 마음의 협동, 마음의 연대가 아닌 혜택 중심의 사업은 협동의 가치를 실천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게 합니다. 교육과 운동적인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박종찬 : 공동의 목적과 필요성이 요구됩니다. 현실적 작동에 있어서 사회적 금융은 상호부조와 리스크에 대한 공유가 필요할 것입니다. 한살림의 정신을 공유하는 1세대들은 이해관계를 떠나 손해를 함께 떠안습니다. 성장주의적 관점을 넘어서 상호부조의 후원과 호혜적인 플랫폼으로 연대체가 작동해야 하며, 동시에 손실에 대한 공동부담이라는 협동과 연대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①상호부조는, 신용 마일리지 등의 혜택을 통해서 신용이 교환되어 사회적 가치가 되는 전 과정에 대한 조감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②손실은 신용담보가 아닌 공동체담보를 통해서 십시일반의 정신을 살리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습니다.

홍승하 : ‘마음으로부터의 협동’에 대해서 동의합니다. 다람쥐회는 1969년 정식인가를 받았지만, 1979년 탄압에 의해서 인가를 상실하여 지금은 비인가신협입니다. 법적 테두리 밖에 있지만,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30억 모금을 하면서 부실이 커졌습니다. 운영은 출자금으로 이루어지고 적금과 대부 사업을 하고 있지만, 출자금운영의 형태에서 공제회로 갈 것인지, 신협으로 갈 것인지 갈림길에 서서 늘 수세적 입장에서 고민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무언가를 해야 할 텐데, 50년 넘은 조직이라 문제공유가 더딥니다.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해서 규모화하고 사회적 금융으로서의 역할을 할 때입니다. 그러나 현실 주체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문제의식의 나눔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한영섭 : 협동조합, 노동조합 둘 다 조합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조합의 이기주의는 연대주의를 가로막습니다. 물론 세련된 방식의 모델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불평등한 배치가 상존한다는 것입니다. 연대는 기술이나 방법론이 아닙니다. 연합체 조직의 체계화와 제도화 과정에서 단위조직들이 공제조합의 체계화와 학습과 R&D 등을 통해 함께 연대할 것입니다. 공제품목 결정부터 사실상 공제회의 단위조직 간의 공동의 품목결정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은행, 보험상품 등의 품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 이후에 품목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겁니다.

오민우 : 대안적인 공제조합의 출현이 플랫폼자본주의에 대한 대응방법입니다. 체계적 관점에서보다 사람의 관점에서 새로운 사람이 늘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눈에는 “저게 뭐하는 거냐”라는 식의 외면과 세대 간 소통두절이 있어요.

박종찬 : 한살림펀딩은 비조합원까지 포괄하며, 한살림조직에서 전사적으로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공제의 필요성에 있어 노란우산공제가 제공하는 세제적인 혜택대신 지정기부금단체에 공제기금을 모아 연말정산 세제혜택을 받고, 풀빵에 공제기금운영을 맡기는 부분의 가능성을 묻고자 합니다.

한영섭 : 풀빵은 보험과 대출사업 뿐 아니라 노동자복지사업 등을 통해서 규모화와 혜택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고, 이는 가치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의 응답입니다.

홍승하 : “우버에는 택시가 없고, 에어비엔비에는 호텔이 없다”는 얘기가 있어요. 플랫폼자본주의 하에서의 공제조합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한영섭 : 사회적 경제와 공제조합 간의 연대와 협동도 구상하게 됩니다.

열띤 논의는 2시간여 계속되었다. 규모화의 부분과 가치 부분은 영구적인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다음 모임부터는 1부와 2부를 나누어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모임은 4월 17일 일요일 3시이고, 1부는 “왜 청년들은 사회적 경제를 선택하지 않는가“를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1. ERP는 전사적 자원 관리를 의미하며 회사의 재무, 공급망, 운영, 상거래, 보고, 제조, 인적 자원 활동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참고 : What is ERP

故신승철

1971.7.20~2023.7.2 / 평생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마지막 4년 동안 사람들 속에서 '연결자'로 살다 가다. 스스로를 "지혜와 슬기, 뜻생명의 강밀도에 따라 춤추길 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락(共樂)하고자 합니다. 바람과 물, 생명이 전해주는 이야기구조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하는 글쟁이기도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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