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① 탈성장에서의 사회적 금융의 역할

2022년 1월 23일 일요일 오후 3시에 8명 구성원들이 사회적 금융 초동모임을 결성해서 첫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청년층의 탈성장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금융의 혁신성과 선도성에 대한 부분, 공동체신용이란 무엇인지 등이 논의되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인 사회적 금융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으로 매달 기획대담의 형식으로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하여 공유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모임에서는 청년층의 탈성장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금융의 혁신성과 선도성에 대한 부분, 공동체신용이란 무엇인지 등이 논의되었다.

패널 : 김영준(변호사), 박종찬(한살림펀딩), 오민우(한밭레츠), 신승철(생태적지혜연구소), 지음(빈고), 전병옥(기술마케팅연구소), 한영섭(청년신협), 홍승하(다람쥐회)

신승철 : 탈성장 상황에서 청년층의 새로운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비혼, 비건, 페미니즘, 필(必)환경 등으로 무장한 청년층의 새로운 탈성장 흐름과 사회적 금융의 대응에 대해서 한 말씀 하셨으면 합니다.

오민우 : 자발성 탈성장의 흐름이 감지됩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채식을 해야 한다는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채식인들의 자발적이고 향유적인 모습처럼 탈성장 역시도 새로운 저항, 향유, 자발성의 명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영섭 : 젊은층은 전혀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탈성장을 생활 속에서 쉽게 적용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념보다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자신에게 어떤 혜택과 풍요, 행복에 도움을 주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이념적 베이스는 아닌 셈이지요. 어떻게 보면 성장적 모습으로 오해될 여지도 있습니다.

박종찬 : 한살림의 경우, 조합원의 고령화와 아울러 생산자들의 고령화 과정에서 청년후계농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념형 조합원이 전 세대였다면 보다 실용적인 부분에 착목한 청년층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사회적 활동의 수요는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느냐는 실용적 목적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 방식은 조각투자처럼 좋은 일도 하면서 수익도 내는 것으로 현실에서 나타납니다. 한살림펀딩도 주요 고객층이 철학과 가치, 이념 중심의 50대 회원이 많으며, 청년층의 유입을 위한 상품개발 등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탈성장은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발전

전병옥 :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타트업기업 젊은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것인가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대별로 이념과 공공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전 세대와 개인의 자유와 성장을 생각하는 새로운 세대의 특징이 나누어집니다. 탈성장을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질적 발전(development)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오민우 : 저희 한밭레츠에도 새로운 회원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청년문제를 많이 생각합니다만, 구성원들 속에 새로운 젊은 층의 유입이 쉽지 않습니다.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전 세대들이 아름답게 늙어가면서 젊은 세대의 외곽에서 새로운 조직이 생성되기를 도모해 보는 상황입니다. 질서 있는 퇴각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자조적인 녹색채권은 탈성장 미래 사회에 맞는 투자환경을 만드는 대안적인 방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사진출처 : Dimitry Anikin https://unsplash.com/photos/OO1H55JsPUQ
자조적인 녹색채권은 탈성장 미래 사회에 맞는 투자환경을 만드는 대안적인 방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사진출처 : Dimitry Anikin

한영섭 : 청년과 사회적 금융, 탈성장을 연결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이념이 아니라, 실용을 생각하면서 자조금융을 이끈다는 것 역시도 결국 조합원들의 유입으로 나타나기 힘듭니다. 아마도 전 세대와 달리 청년세대에게 탈성장을 얘기한다면 반감이나 저항감만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오히려 담론의 부재 속에서 실용적인 조각투자와 같은 방법도 구사될 수 있을 것입니다. 탈성장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발전으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행복지수(GNH)처럼 삶의 양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승철 : 탈성장과 청년층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떤 대안적인 방법들이 있을까요?

박종찬 : 뱅카우와 같이 투자자들이 펀딩으로 한우를 사서 생산자가 키워 매각한 수익을 되돌려 주는 조각투자와 같은 사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일종의 계약재배와 위탁재배 형태로 소비자들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수매자금을 미리 주어 원재료를 사면 이를 농민은 생산해서 할인가격으로 공급하는 공급망적 관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농업클라우드펀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공급망적인 관점도 대안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병옥 : 공급망에 대한 아젠다는 지속가능발전이나 사회적 경제의 중심문제이기도 합니다. 공급망은 포화상태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이 막혔을 때 이를 흘러가게 만드는 것에 공공영역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는 방향이 일반적이었으며, 제도적 장치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급망에 대한 공적 영역에서의 전환이 아닌 민간영역에서의 전환으로서의 사회적 금융을 통한 해결 방법은 독특합니다.

신승철 : 공급망 문제에 있어서의 공제조합의 역할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제조합에서의 조직화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한영섭 :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하는 공제회가 800여개의 만들어졌습니다. 이 공제회가 노동자의 금융안전망 역할을 했습니다. 삶이 어려울수록 공제회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의 사회적 금융의 역할을 노동자공제회가 해낼 수 있습니다. 작은 조직들의 공제회는 연합체를 만들어 대수법칙이 적용되는 보험이나 금융이 작동할 만큼의 규모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메머드급 자본이 형성되기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제회들이 연합하고 자조금융들이 연대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다시 말해 200여 명이 1,000명이 되는 것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작은 조직간 연합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자본에서도 일종의 그룹핑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사회적 금융의 선한 영향력의 확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박종찬 : 생활협동조합연합회에서의 공제의 도입은 법적제한으로 어려운 편입니다. 그러나 공제에 대한 수요는 조직의 전체적인 필요에 기인합니다. 개인의 한계를 넘어 공동체, 기업 간의 관계에서의 유동성과 리스크를 계(契)모임과 같은 형태로 연결시켜서 규모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리스크 면에서는 개인들이나 기업들이 공동체담보를 통해서 공동의 리스크 관리를 해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개별기관들이 가지는 리스크와 유동성의 한계를 연대를 통한 규모화를 통해 적용해보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영섭 : 협동조합, 노동조합, 공제조합 세 가지 영역에서 실용을 강조하는 흐름에 말려들기 보다는 원론적인 담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수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보다는 연대와 협동의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한국노총의 경우 저희 공제조합 풀빵과 유사한 플랫폼공제회를 출범시켜 많은 혜택,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실리만 추구할 뿐 연대와 협동의 원론적 가치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원칙적인 담론에 대해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의 진입장벽이 낮아져야 다양한 대안금융이 꽃필 수 있어

홍승하 : 저희 다람쥐회는 노동자금고, 노동자의 신용협동조합으로 50여년을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공제조합에 대한 고민도 최근에 치열하게 논의되었고, 지금 공제조합 풀빵의 준회원으로도 가입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노동자의 자조금융이 어떤 형태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승철 : 최근 사회적 금융의 혁신성과 선도성에 대한 질문도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제도권 금융이 사회적 가치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금융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타트업 기업 젊은이들은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John Schnobrich 
https://unsplash.com/photos/2FPjlAyMQTA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타트업 기업 젊은이들은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John Schnobrich 

박종찬 : 사회적 금융의 해법은 금융의 진입장벽을 제거하면서 대안금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도권금융은 핀테크와 마이데이타 등의 기술력으로 혁신되고 있습니다. 제도권이 갖지 못한 신용한도, 리스크 관리, 현장 지향적인 금융상품, 맞춤형 자조금융의 재구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동산담보의 경우, 포괄담보의 적용을 하고 있는데, 기존의 동산자본의 원물재고만을 기초로 한 담보대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형적인 자산을 담보로 하여 대출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즉, 원물재고의 유동화를 매출채권과 연계하여 과거의 교환적인 가치가 아닌 만기까지의 담보물의 포괄적인 수익적 자산가치를 유지하여 담보물로 인정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사회적 금융에 적용할때 제도권 금융이 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적용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병옥 : 녹색기술과 클라우드펀딩을 하고 있는 제도권 금융의 영역에 시민영역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입니다. 너무 많은 금융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협동조합에 대한 공제와 운영자금 보증 등과 관련된 시민활동에 대한 응답은 보기 힘듭니다.

박종찬 : ESG채권 발행에 있어 자본시장영역에 협동조합이 진입하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한살림펀딩은 자조적 ESG채권 발행의 방법을 고심했습니다. 일반기업의 ESG채권발행 및 사후관리면에서 이용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ESG가 자본시장적 관점에 있으므로 협동조합에서 녹색채권 발행시 대출금리보다 높은 편이어서 사회적 경제 조직이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대기업과 달리 녹색산업을 직접 영위하는 한살림에서 녹색채권발행시 대출금리보다 오히려 높아서 편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금융을 통해 회원조직화에 따른 금전대여를 통한 자금마련과 녹색채권으로의 재대출로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자조적인 녹색채권의 시도였습니다.

한영섭 : ESG는 사회적 경제 영역이 시장영역으로까지 확장된 결과를 낳지만 그것이 잘 된다면 부정적이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동원되는 ESG를 바라보게 됩니다. 녹색채권 발행으로 사상 최대의 이윤을 은행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그것은 탈성장과는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금융 자체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제도권금융이 갖지 못한 사회적 금융의 원칙과 철학이 필요합니다. 그린워싱은 좋은 투자를 하면서 사상 최대의 이윤을 보장받는 기득권층과 나쁜 투자에 머무는 빈곤층을 분할합니다. 이 역시 사회적 금융이 아직 제도화되지 못한 측면 때문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도의 후진성의 한계 속에서 사회적 금융의 선도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박종찬 : 앞서 담보에 대해 부연하자면, 원물재고가 유동화되어 매출채권과 함께 만기까지 자산가치가 유지된다면 원물재고와 매출채권을 담보에 넣는 포괄담보 개념을 얘기했습니다. 여기서 포괄담보 형태로 4년간 약 270억 대출을 진행했으며, 연체, 부실은 아직 없습니다.

자조적 ESG채권 발행의 방법을 고심해야

오민우 : 저희는 기후화폐 실험을 통해서 기후커뮤니티로의 재조직화를 추구해 왔습니다. 질문이 있다면 사회적 채권이 개인에게는 소문, 평판에 기초한 공동체신용으로 볼 여지는 있는지요?

한영섭 : 평판, 소문에 기반한 공동체신용은 고민할 여지가 있습니다. 재도금융은 신뢰자산이라는 형태의 담보대출을 해주는 데 반해 가족, 친족, 공동체로 묶인 형태에서는 소문이나 역량, 느낌, 감(感) 등이라는 공동체신용에 기반합니다. 그런 형태가 신용평가체제에 있어서의 대안적인 평가체제이고, 공동체신용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을영역에서의 공동체신용을 생각하게 됩니다.

마지막 논의에서 나온 공동체신용, 마을신용이 평판, 소문 등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새로운 관점은 비선형적인 가치체계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었다. 그런 점에서 다음 모임의 주제는 “공동체신용과 사회적 금융의 관계 맺기의 방식”으로 정했으며,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구조의 설립을 기대해 본다.

故신승철

1971.7.20~2023.7.2 / 평생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마지막 4년 동안 사람들 속에서 '연결자'로 살다 가다. 스스로를 "지혜와 슬기, 뜻생명의 강밀도에 따라 춤추길 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락(共樂)하고자 합니다. 바람과 물, 생명이 전해주는 이야기구조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하는 글쟁이기도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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