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관계들을 이해하고, 서로 돌봄에 힘쓰는 것이 농사

눈에 보이지 않는 토양 속의 무수한 미생물들의 관계망이 있기에 눈에 보이는 생명체들이 뿌리내리고 살고 있다. 농사는 결국 도시적인 방법의 결과가 아니라 이런 생명체들의 관계를 돌보는 과정이고, 도시농부들의 실천은 결국 서로 돌봄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간다.

아메바는 가장 대중적인 미생물이다. 실제로는 박테리아가 아메바보다 더 작고 다양하며 생명의 근원이 되는 미생물로 역할이나 기능으로 봤을 때 아메바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사실상 지구에서 가장 오랜 동안 존재해왔던 생명체는 (고작 5억 년 정도 되는 눈에 보이는 동식물들이 아니라) 40억 년 가까이 지구에서 살아온 안 보이는 박테리아들이다.

제프 로웬펠스・웨인 루이스 저(시금치, 2010년)
제프 로웬펠스・웨인 루이스 저(시금치, 2010년)

최신 과학에서 생명을 분류하는 가장 상위 분류 기준은 원핵생물로써 세균과 고균, 그리고 진핵생물로 구분한다. 진핵생물에 동물, 식물, 버섯과 곰팡이, 해조류 그리고 아메바도 포함된다. 세균은 박테리아이다. 고균은 고세균이라고도 부르는데 100도가 넘는 고온이나 심해 등 생명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 산다. 이렇게 분류하고 보면 눈에 보이는 생명체는 전체 생명의 ⅓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다.

십 년 전쯤 『땡큐 아메바』라는 책이 번역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거의 이해되지 않았다. 토양미생물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것이 텃밭농사를 어떻게 지배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텃밭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두 번째 읽을 때 농사를 더 경험하고 공부하고 나서 읽으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최근에 다시 읽으니 토양과 미생물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된 책으로 읽혔다. 『땡큐 아메바』라는 제목의 책이지만, 아메바는 그저 미생물의 대명사일 뿐 실제 토양에서 중요도는 별로 없다.

정말로 좋은 흙 1g에는 미생물이 10억 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1억 마리만 있어도 1,000제곱미터(약 300평)의 표토(토심 12cm)에 살고 있는 미생물(주로 박테리아와 균류)의 전체 중량은 1톤에 달한다. 그러면 지렁이가 약 15kg, 두더지같은 작은 포유류가 250g정도 사는 토양이 된다. 생명활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복잡한 관계들로 얽혀있다. 토양은 단순히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지대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지상의 뭇 생명들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도시농업을 처음 접하고 든 생각은 간단했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농사쯤이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텃밭농사를 시작하려 하니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삽질하고 괭이질 하는 것뿐이었다. 도시농부학교 과정을 듣고 나서 약간의 방법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물주기, 거름주기, 때에 맞춰 씨뿌리고, 모종 심고, 풀 매주고, 벌레 잡고, 수확하는 것은 차츰 알게 되었지만 그게 농사의 전부는 아니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자고 하는 도시농부들의 실천은 결국 끊어진 관계들을 복원하는 것들이다. 
사진출처 : Markus Spiske
도시에서 농사를 짓자고 하는 도시농부들의 실천은 결국 끊어진 관계들을 복원하는 것들이다.
사진출처 : Markus Spiske

토양과 미생물에 대해, 벌레와 식물에 대해, 날씨와 병균들에 대해서도 양분과 퇴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으나 이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전보다 더 모르게 되었다. 조금 더 알면 알수록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기후위기와 농사, 토양과 탄소격리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15%는 매년 광합성에 의해 움직인다. 광합성으로 동화된 당(포도당)의 20~40%는 뿌리를 통해 토양으로 내려간다. 이를 통해 미생물들은 당을 얻는 대신 식물에게는 뿌리가 흡수할 수 없는 미네랄을 제공해준다.

탄소의 순환은 생명활동의 결과이다. 저 밤하늘의 별들을 이해하는 것보다 지구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이유는 지구상의 생명활동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관계와 순환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농사를 머리를 써서 이해하겠다는 것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것을 알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훌륭한 농부들은 정성을 다해 돌본다. 하지만 돌봄에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들도 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자고 하는 도시농부들의 실천은 결국 끊어진 관계들을 복원하는 것들이다. 화학비료와 농약, 비닐 없이 농사를 짓자고 하는 것은 더 자연과 관계를 살피면서 농사를 짓자고 하는 것이다. 학교텃밭을 통해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는 것은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서 가능하다. 작은 텃밭농사는 삶과 자연, 먹거리, 이웃들과의 관계들을 바꾸어준다. 새로운 관계들을 맺으며 서로를 돌보는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마트와 영수증으로 맺은 관계가 아니라 매일매일 찾아와보고 보살피며 채소를 얻다 보면, 이게 내가 한 일인지 자연이 한 일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자연도 나를 돌보고 있다.

은행의 지점장도, 고위직 공무원도,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직원도, 일용직 노동자도, 주부도, 텃밭에 오면 모두 그냥 도시농부이다. 텃밭에서의 관계는 그저 호박농사 잘 짓는 사람, 초보 농사꾼, 상추 나눔 잘 하는 사람으로 맺게 된다. 아무 생기는 것도 없이 가물 때는 물을 나눠주기도 하고 농사가 서툰 사람을 보면 가서 삽질을 도와주기도 한다. 괜히 텃밭에 오는 아이들에게 뭐라도 주고 싶고, 먹을 게 있으면 함께 나눠 먹고 싶어진다. 이렇게 나누면 자신이 더 풍부해진다.

도시에서 이런 경험을 아니 삶의 방식을 차곡차곡 쌓아가려고 하는 것이 도시농부들이 하는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관계들이 얼마나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착취하는 구조화된 것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뿐더러 대안적인 방식의 실천을 만들고 이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농사는 그 자체가 식물(채소)뿐만 아니라 자연과 대지를 돌보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농부들은 서로 돌봄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메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사실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걸 아시나요?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도 산소로 호흡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맛있는 것을 먹고 소화를 시킬 수 있는 것도 모두 보이지않는 미생물들 덕분이죠.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하나가 되고 싶은 아메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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