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명] ⑪극적인 발명

극적인 발명을 아이디어 발상법에서는 “극단적 결합(Radical Collaboration)”이라고 한다. 지역이 지향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낯선 결합을 시도해보자. 이럴 때 전에 없었던 새로운 지역의 발명이 탄생된다.

‘극적’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뜻하기도 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 해수욕장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2002년 파리 세느 강변에 모래사장과 야자수가 있는 해변이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파리 – 쁠라주”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파리 시내에서 자동차 통행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극적인 발명의 대표적 사례이다. 사업이 진행된 4주 동안 세느강 간선도로는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보행자들의 산책로로 이용되었다. 이렇게 극적인 발명을 아이디어 발상법에서는 “극단적 결합(Radical Collaboration)”이라고 한다. 극단적 결합은 지역을 매력적으로 탈바꿈하고 마을이 지향하는 모습을 발명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맥락적(Context) 사고’와 발상에 익숙하다. 도시와 빌딩, 어린이와 놀이터처럼 맥락적 사고는 서로 연관되거나 연상되는 두 가지 이상의 것들을 사슬을 이어가 듯 연결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가치 사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맥락적 사고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나 이미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빠르게 내용을 전달하고 수용할 수 있게 하는 점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정보와 아이디어가 지나치게 많이 제공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관심과 매력을 불러오기가 어렵다. 반면에 ‘초맥락’이라고 불리는 ‘극단적 결합’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관심과 흥미를 높여 지역에서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에 주민들을 참여시킬 수 있고 마을을 새롭게 발명할 수 있다.

초맥락’이라고 불리는 ‘극단적 결합’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낸다. by Sven Huls  출처: 
www.pexels.com/ko-kr/photo/3801347/
초맥락’이라고 불리는 ‘극단적 결합’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낸다.
사진 출처 : Sven Huls

도시와 빌딩 말고 도시와 논밭은 어떨까? 지치고 지루한 삶을 사는 어른들에게 마음껏 자기를 발산할 수 있는 어른들의 놀이터는 어떨까? 도시의 논밭은 소멸해가는 농촌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하고 매일 먹는 밥과 반찬이 오기까지의 과정을 함께하면서 생태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논농사가 가지는 일의 공동체성이 사람들의 관계를 다시 살려낼 수도 있다. 실제로 프랑스 낭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을 돕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내 유휴공간 25,000㎡에 텃밭을 만들어 과채류를 재배하고 이 곳에서 수확한 작물을 생활이 어려운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극단적 결합을 발명할 때는 자기의 경험과 지식을 기준으로 이래서 안 된다는 부정적인 판단을 내려놓고 긍정적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극단적 결합을 발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극단적 결합을 유도하기도 한다. 아래 그림에서 A는 지금까지 지역과 연관되지 않았지만 지역이 지향하는 목적과 전환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거나 대표적 사회적 경향들이다. B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문화다. A의 ‘빈칸’에 현재 지역이 가진 조건과 상황을 생각하지 말고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 무엇이라도 괜찮다.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파리-뽈라주’사업에서도 간선도로를 폐쇄하는 동안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예산 낭비 등을 초래해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거센 반격이 있었다. 하지만 관습에 따른 위기와 반대는 오히려 지역 발명의 극적 효과를 더 빛나게 한다.

생각지 못했던 극적인 발명이 되었다면 이제는 이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정리하고 준비해야한다. “스티키 스텝(Sticky Step) 워크숍”은 주민들이 극적으로 발명한 사업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일들을 찾아내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주민들 각자가 생각하는 극적인 발명의 실현을 위해 필요하거나 해결해야 할 일들을 3~5가지 정도를 찾아서 적어보고 각자 적은 내용을 놓고 전체가 협의해서 우선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한다. 실천 과정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늘어날 수도 있고 몇 번의 시도로 우아하게 일이 달성될 수도 있다. 실천에 장애가 되는 문제나 우아한 기회 모두가 혁신적인 발명의 과정이다.

지역이 지향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낯선 결합을 시도해보자. 이럴 때 전에 없었던 새로운 지역의 발명이 탄생된다.

살고 있는 지역이 생태도시를 지향한다면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 마을 발전과 먹거리 생산, 이동 등의 생활양식 전반을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 계획해보자. 대전 대덕구 ‘미호동 넷제로공판장’은 지역의 행정과 사회적 경제조직이 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에너지자립마을을 위해 태양광에너지보급과 주택에너지개선, 토종종자보급, 마을 공유 전기자동차, 천연세제 소프넛 식재, 마을 공방 등 생활양식 전반을 전환하는 ‘넷제로라이프스타일’ 실현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글은 2021년 발행예정인 책 『지역의 발명(가제)』(착한책가게)에 대한 출간 전 연재 시리즈입니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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