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⑨ 마을학교 꿈꾸기

마을은 삶터이자 배움터입니다. 비조마을에 살면서, 아이도 어른도 함께 배우고 자라는 마을학교를 꿈꾸게 된 이야기입니다.

마을은 삶터인데…

행정기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인구수를 살펴봤습니다. 2020년 2월 기준 칠조마을 474명, 율림마을 210명이니 만화리는 684명입니다. 2021.4월 기준 두동면은 4,162명, 2021년 4월 기준 울주군은 221,669명, 2021년 2월 기준 울산시는 1,150,329명입니다. 만화리의 인구수를 비율로 보면 두동면의 16.4%, 울주군의 0.3%, 울산시의 0.05%입니다.

두동면의 유일한 학교 두동초등학교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92명, 병설유치원에 14명이 다녀 106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두동에 살고 있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25명 정도이니 두동에 사는 아이들은 대략 130명입니다. 두동면 인구의 3%, 울주군 인구의 0.05%, 울산시의 0.01%가 됩니다.

대한민국 인구수는 51,821,669명, 수도권 26,338,307명. 숫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인구가 많은 지역은 더 많아지고 적은 지역은 더 적어집니다. 현재의 통계가 이런데 ‘지속가능한 지역’은 가능할까? 그런데 ‘지속가능한 지역’이란 뭘까? 어떻게 해야 될까? 하는 생각이 잇달아 일어납니다.

비조마을에 살며 우연히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게 되고, 아이를 키우니 자연히 학교와 이어져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되고, 이제는 아이도 어른도 함께 배우고 자라는 마을학교를 꿈꾸게 되어 고민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보는 이야기를 만화리 통신에서 전하려합니다.

마을은 그냥 배움터

2015년부터 유치원에 다닌 지우는 매일 아침 밤만디에서 학교버스를 기다립니다. 밤만디에 올라가면 어김없이 아침 산책을 나오신 밤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주머니에서 밤을 꺼내주셔서 밤할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5월 어느 날엔 지우를 데리고 집으로 가시더니 딸기를 주셨습니다. 늘 오가며 인사를 하고 맛있는 거 있으면 챙겨주는 마을어르신입니다. 그러다 학교갈 때 밤할아버지가 안 보입니다.

“밤할아버지 요즘 왜 안 나오셔?”

하고 지우가 묻습니다. 몸이 편찮으셔서 시내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얘기해줍니다. 얼마 뒤 밤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지우는 밤만디에서 밤을 건네주시던 밤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좌. 밤할아버지와 지우(2016.5.16.) / 우. 본동할머니와 지우(2017.3.6.)
좌. 밤할아버지와 지우(2016.5.16.) / 우. 본동할머니와 지우(2017.3.6.)

집을 나서 학교 가는 길에 또 자주 만나는 본동할머니는 깨밭에서 일을 하시니 인사를 합니다. 집에 오는 길에도 깨밭에 계시니 또 인사를 합니다.

“학교 갔다 오나? 볼 때마다 인사하네. 인사 잘 한다.”

하고 칭찬을 해주십니다. 1학년이 되던 해에는 축하한다고 용돈도 주셨습니다.

마을어른들과 함께 콩국수를 먹는 아이들.
마을어른들과 함께 콩국수를 먹는 아이들.

“내 니 보면 줄라고 내 여 댕깄다.”(늘 넣어 다녔다)

마을에서 콩국수를 해먹던 날은 밖에서 뛰어노느라 땀에 흠뻑 젖은 아이들도 할머니 옆에 앉아 같이 먹습니다.

마을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름을 불러줍니다. 아이들은 할머니·할아버지의 이름은 몰라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압니다.

마을을 그린다

비조마을 아이들과 마을지도를 그리던 날입니다. 그 모습을 비조마을 소식지를 만드는 어린이 기자단이 취재를 해서 쓴 기사입니다.

•누구: 혜원, 유진, 채원, 채은, 예진, 지우, 다현, 예지, 종혁
•일시: 2017년 7월 2일
•어디서: 비조마을
•한 일: 비조마을 탐방 및 지도그리기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이 모여서 마을탐방을 한다.
처음에는 다들 신난 듯 빠르게 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몇몇 남자아이들은 빠르게 뛰어가고 여자아이들은 주변모습을 보며 천천히 걸었다. 
길 양옆으로 있는 나무들을 보기도 하고 , 돌을 주워서 낙서를 하기도 하였다.
유치원 아이들과 초등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주변을 보며 걸었다.
아이들은 숲에서 신나는 게 많았는지 나뭇가지도 주워 놀고 돌도 주워 놀았다.
반쯤 가니 얼핏 땀을 흘리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직 팔팔해 보였다.
걸어가며 나뭇가지를 주워 칼등을 만들어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길을 하나 건너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길로 가니 전에 걷던 길보다는 여러 가지 집들이 많이 보였다. 
집들이라 그런지 주변에 키우는 꽃들이 많았는데 어떤 한 아이는 호박잎을 따서 모자로 쓰고 다니기도 하였다. 
그렇게 걸으니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중간에 벌이 많은 길도 있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회관에 도착했고, 회관에서 힘들지도 않은 듯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몇몇 아이들은 아주 힘들어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재밌게 놀았다.
그리고 마을 지도를 그렸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바닥에 둘러앉아서 다 같이 지도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이 난 듯 자기만의 방식으로 예쁜 그림들을 그렸다.
그렇게 완성된 지도는 아이들의 정성이 담겨있어 아주 예뻤다
아이들에게도 친구들과 함께 마을도 알아보며 산책을 하니 좋은 듯하였고 지도도 직접 그리니 뿌듯해 보였다

오늘 있던 행사는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듯하다. 
     
(취재 및 기사작성 : 김종혁, 이수인, 임혜지, 장다현)
(좌) 마을지도 그리는 아이들 (2017. 7. 2.)  /  (우) 아이들이 그린 마을지도
(좌) 마을지도 그리는 아이들 (2017. 7. 2.) / (우) 아이들이 그린 마을지도

아이들은 엄마와 친구와 같이 마을을 걷고 놀면서도 작은 꽃과 날아가는 새도 놓치지 않고 지도에 그렸습니다.

지방문화재 관리인 안찬홍 님 인터뷰 (2017. 9. 2.)
지방문화재 관리인 안찬홍 님 인터뷰 (2017. 9. 2.)

두 달 뒤 어린이 기자단은 옻밭마을에 있는 박제상유적지 치산서원의 지방문화재 관리인 안찬홍 님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안찬홍 님은 서원 대청마루에서 아이들에게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박제상 설화를 들려주며 치술령, 은을암, 비조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한 아이는, 국사 시간에 배웠던 삼국사기, 삼국유사 속 충렬공 박제상은 굉장히 먼 이야기였는데 우리 마을 이야기라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그보다 더 신기한 일은 안찬홍 님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학교 교가를 불러보라고 요청하셨을 때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이 교가를 부르자 같이 부르셨습니다. 여름 한낮, 서원은 고요하고 마룻바닥은 시원하고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맑고 가늘고 어른의 노랫소리는 낮아 모든 것이 어우러진 순간이었습니다.

서로 알고 서로 나누는 마을, 마을학교

마을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삶으로 스며드는 것도 있지만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을을 더 잘 알게 되고, 마을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지혜를 나눠줄 수 있다면 학교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을에서 배울 수 있는 마을학교가 되지 않을까요? 그 마을학교에는 아이만 배우는 게 아니라 어른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누구나 가르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좌) 태극권을 배우기 위해 치산서원에 모인 마을 사람들 
/ (우)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배우는 태극권 (2021. 5. 15.) by 김숙자
(좌) 태극권을 배우기 위해 치산서원에 모인 마을 사람들
/ (우)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배우는 태극권 (2021. 5. 15.) by 김숙자

그래서 올해에는 ‘두동마을학교’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봅니다. 다양한 연령의 마을사람이 함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태극권을 매주 합니다. 그 만남을 계기로 꿈꾸는 마을학교를 조금씩 자세히 그려갈 예정입니다.

결국 쓰고 보니 마을사람들이 모여 무얼 하고 싶은지, 우리 마을에는 뭐가 있는지, 어떤 사람이 있는지 더 깊이 알아보는 게 마을학교의 시작이군요.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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