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 ②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

『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2020, 도서출판 한 살림)에 담긴 특이점청년 이야기를 여러 편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는 인식을 넘어 실천이 시급한 생태위기를 맞이한 시점에, 이들이 품고 있는 생태적 감수성의 의미를 짚어본다.

생태적 전환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생태보다는 친환경이라는 개념이 보편적이었다. 이 당시 공동육아나 대안학교에 아이들을 보냈던 부모들이 원했던 건 아이들이 좋은 친환경 식품을 먹고, 자연 속에서 놀면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심각해진 기후변화는 여러 공동체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생태적 파국이 현실로 다가온 우리 시대 최고 비전은 ‘생태 사회로의 전환’이고, 모든 교육 내용이나 활동은 생태론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1 많은 대안교육 기관들은 생태교육 비중을 늘렸고, 교육 과정에 생태적 관점을 녹여내려는 노력도 늘어났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도 생태마을 운동은 있었지만, 영국의 ‘토트네스’로부터 영감을 받아 ‘전환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 전환 등을 실천하는, 더 생태적 마을을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도 들리기 시작했다. 국가가 해법을 제시하기 전에 마을과 공동체가 먼저 장기 계획을 세워, 석유나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마을로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2 이러한 취지로 2012년 4월부터는 서울시에서도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도 확대됐다. 이제 대안학교와 마을공동체에게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은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된 듯하다.

몸이 기억하는 생태교육

이렇게 자연 속에서 열심히 놀고 생태교육을 열심히 받은 아이들도,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밭에 나가는 것, 산에 오르는 것이 귀찮고 시들해진다. 자연보다는 자기 자신과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된다.

자연을 벗 삼아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금산간디학교 by 마고
자연을 벗 삼아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금산간디학교
사진 출처 : 마고

공동체 부모들 중 핸드폰, 게임, 화장, 아이돌에 빠져드는 자녀들을 보며 ‘어릴 때 그렇게 생태교육시켰던 게 다 부질없구나’ 하는 부모들도 있다. 도대체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일반 학교를 다닌 아이들과 뭐가 다른지 심각한 고민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릴 때 형성된 감수성은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배어버린 생활 습관도 있고, 진로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꽤 늦은 나이에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친구도 있으니, 몸에 새겨놓은 자연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성현구: 볍씨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지금 텀블러 쓰는 것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들이 ‘어디서 시작됐을까?’라고 그 근본을 찾다 보면 볍씨학교 경험이 있어요.

마고: 간디학교 다닐 때 산과 하늘과 별이 보이는 자연하고 붙어 있었던 게 가장 좋았어요. 자연 속에 있었던 기억들, 그런 게 행복했어요. (졸업 후) 대전에서 3년 살면서 정말 별의별 일 다 있었죠. 돈이 없으니까 술집거리에 살고, 옥탑방살이에 너무 지치는 거예요. 그래서 시골로 내려왔죠.

생태위기, 실천할 수 있을까?

2018년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계절을 가리지 않는 미세먼지 습격을 경험하며,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생태위기를 인식하고 우리 생활양식을 바꾸어가려는 노력보다는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추가 소비만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태위기 해결은 위기 인식만으로는 부족한 실천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를 인식하지만 실천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아무리 끔찍한 사진을 붙여놓아도 담배를 끊기가 어렵듯이, 생태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은 우리 행동을 촉발하기에는 약한 감정인 듯하다. 우리 앞에는 실업, 부동산 가격 등 생존을 위협하는 경제 문제가 언제나 놓여있으니 말이다.

대표적인 생태위기인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는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 너무 심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좌절에 빠지기 쉽다. 현재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정도 상승했다. 학자들의 예측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추세로는 지구 평균기온이 21세기 말 4℃까지 오를 거라 한다. 이는 인류 생존마저 위협하는 수치다. 이를 막기 위해선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소시켜야 하고, 2050년에는 순-제로 배출(인위적 배출량과 인위적 흡수량이 같아지는 것)이 되어야 한다.3 과연 가능할까? 지금 당장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45%를 줄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밖에 없는 지표인 듯 보인다.

사랑할수록 행동하고, 지혜로워

생태위기가 이렇게 해결 불가능해 보이기에 생태적 감수성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답이 잘 보이지 않는 미래 속에서도 우리를 행동하게 하는 에너지는 두려움이나 불안이 아닌 애정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좋았던, 행복했던 추억,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들과 관계 맺을 때의 충만한 느낌. 몸에 새겨진 이 기쁨의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는 나타나는 듯하다. 그런 좋은 것들을 지켜가고 싶은 마음이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실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다.

박푸른들: ‘아, 내가 농업이란 걸 어떤 당위로만 접근했구나.’ 농사를 짓는 자체에서, 식물을 바라보고 자연을 바라보는 데서 얻는 만족감, 행복감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는데 ‘어, 그런 것들을 많이 놓쳤던 것 같네. 사실은 이 작업이 정말 재밌는 작업인 건데… 그 재미를 누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자연 자체에 대한 것이던 그 안에서 꾸준히 일해 온 사람들이던, 애정은 이 젊은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신은 자연이라고 이야기했던 스피노자는 지식보다 지혜가 중요함을, 그리고 우리는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답이 잘 보이지 않는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희망, 또는 다가올 생태적 파국 안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결국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들의 지혜 속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1.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하여, 박복선, 오늘의 교육 4호

  2. 전환마을 토트네스에서 답을 찾다. 이유진. http://www.greenkorea.org/?p=9103

  3. 글로벌 기후변화 동향과 주요국 정당들의 대응, 민주연구원 기후변화포럼 공개토론회, 2018.11.1.

권희중, 이호찬, 신승철 공저 『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2020, 도서출판 한살림) 중 일부 발췌한 글입니다.

심순

타고난 과격한 성격을 고치고 착하게 살아보고자 심순(心淳)이라는 별명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도 수시로 버럭과 반성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호찬

미안해하지 말고 고마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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