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어디에 있는가? – 〈황우양씨 막막부인〉 독후기 이유진2024년 9월 3일조회 672 무가(巫歌)인 성주풀이는 수렵이동 문화에서 농경정주 문화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지금 여기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농경정주 문화와 지금 여기의 문화 사이의 불연속성 또한 드러내고 있다. 황우양씨 유형 성주풀이와 그것의 요약본인 〈황우양씨 막막부인〉 읽기는 텍스트로부터 문화 변동 자체를 재구성해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불연속성을 소화해내는 것을 체험하고 훈련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상상을 제약하는 관성적 사고를 들춰보다 -〈하늘못 백장군〉 독후기 이유진2024년 8월 11일조회 606 세상을 바꾸려는 운동이나 대안 추구에 있어서 방향을 정하여 줄 이념과 가치는 소중하다. 이에 더하여, 전체 비전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하고 주변적인 것으로 보이는 단순한 정보가, 운동의 방향에 미세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운동 과정에 끼어든 그 미세한 영향 때문에 운동의 결과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백두산 설화 읽기를 통하여 그와 같은 경우를 들여다보자. 관성 백두산 변화 설화
천지를 창조한 다음 법을 세우다-〈창세신화 천지왕본풀이〉 독후기 이유진2024년 8월 3일조회 766 제주의 무가인 〈천지왕본풀이〉는 함흥의 무가인 〈창세가〉 뒷부분을 잘라 주인공 이름 만 바꾼 느낌을 주는 노래다. 이 두 노래 속의 이야기들을 겹침 없도록 잘 다듬어 읽다보면, 개벽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인과응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한 번 더 읽다 보면, 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정리하여 보았다. 개벽 구분짓기 도덕 무가 인과응보
축제를 혼자 미완성으로 만들고 온 사람의 보고서- 故 신승철 소장 1주기 추모축제 참여 후기 이유진2024년 7월 11일조회 569 꽤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에게 장례가 축제로 치러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빈소에서 술을 마시며 화투를 쳤고, 고인의 넋을 달래서 잘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굿은 다양한 연희의 조합이었다. 그렇다면 제사는 어떠하였을까? 가까워야 하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모처럼 모여서 가까움을 확인하고 즐기는 날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집안의 제사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동제도 떠들썩한 축제였다. 그러니, 신승철 1주기가 축제로 치러진 것은, 제사의 그런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이상할 것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되기 신승철 연대 지금여기가까이 추모축제
작지만 중요한 것을 속삭이기 – 〈자청비와 문도령(세경본풀이)〉 독후기 이유진2024년 6월 26일조회 999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다. 예컨대, 반복을 한다든가, 크게 외친다든가 하는 방식들이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는 흔한 방식이다. 그렇지만 속삭임을 통하여 중요한 것이 전하여지고 보존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또한 이야기꾼들은 알고 있을 것 같다. 옛 이야기를 읽으며 그러한 속삭임을 찾아본다. 속삭임 신화 여성 자청비 종자
부끄러움을 아는 미성숙의 신 –〈칠성풀이〉 신화 독후기 이유진2024년 6월 18일조회 766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신격인 칠성님, 알게 모르게 지금의 한국인에게도 영향을 주었을지 모르는 이 신격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지금 여기의 현실 속에서 재해석할 점을 찾아보았다. 미성숙 부끄러움 전통신앙 체면 칠성신앙
엄마 찾아 삼만 리 너머로 보이는 것들 – 〈원천강 오늘이(원천강 본풀이)〉 독후기 이유진2024년 5월 26일조회 1.3K ‘엄마 찾아 삼만 리’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세계 여러 곳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진다. 제주도 무교 본풀이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원천강 본풀이의 일부분도 등장인물 오늘이가 부모를 찾아가는 부분이 따로 떼어져 각색된 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소재가 되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원천강 본풀이에는 엄마 찾아 삼만 리와 비슷한 면 말고도 눈 여겨 볼 만한 다른 면들이 있지 않을까? 주인공 이름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인 이 이야기를,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구복설화 민담 아이러니 유한성 제주설화
역설적인 이야기의 힘 – 무속신화 〈양이목사〉 독후기 이유진2024년 5월 11일조회 525 누군가는 사소한 불편도 전쟁 못지않은 비극으로 느끼고 좌절하며 살아간다. 〈양이목사〉 이야기를 읽으며 ‘역설적인 이야기의 힘’을 생각해 본다. 이야기의 역설에 직면하는 것은 현실의 역설에 직면하는 연습일 수 있으며, 그런 연습의 효과는 현실의 다양한 면모를 두루 살피고 닥쳐올 위험과 미래의 희망을 모두 살필 수 있는 균형 감각으로 나타날 것이다. 무속 역설 영토화 이재수의난 제주
백골은 어디에나 있다 – 〈송림동이 삼형제(황천혼시)〉 독후기 이유진2024년 5월 3일조회 520 옛부터 전하는 한국 이야기 속 주인공은 현세중심적이며 인간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 속 신격들까지도 그러하다. 그런데 좀 더 읽어들어가면 그들의 그런 사고에는 사람들이 잘 들춰보지 않은 다른 색깔의 사고가 겹쳐져 있다. 이를 현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아 보자. 무속 물적존재 설화 인간중심 현세
내면의 힘을 길어 올리는 ‘인내’의 신화 – 〈성조씨 안심국〉 독후기 이유진2024년 4월 18일조회 637 하늘과 땅의 결합을 통해 가택신(家宅神)인 성주신(城主神)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무가(巫歌) ‘성주풀이’는 〈성조씨 안심국〉이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주풀이라고 하면 흔히 가족의 기초인 부부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보고 가부장으로서의 ‘성주신’의 영웅서사에 주목해온 경향이 있으나, 이 글에서는 그동안 부차적으로 다뤄져온 혁신가로서의 한 인간의 인내와 주도면밀함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가부장 가족 무속 설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