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소비 기호 -미닝아웃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생활을 통해 개인의 욕망과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가격과 상관없이 제품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즐거움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나심비, 미닝아웃 등이 젊은층의 주류 소비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아는 단순한 구매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비 습관을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 이를 사회문제로 환기 시키는 것까지 연결한다. 그러나 소비자들 스스로 주관적인 만족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때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일부 제품들이 가치 소비의 높은 문턱이 되기도 한다.

소비자의 욕망(허위수요)을 생산해 내는 체계, 즉 ‘욕구의 체계가 생산체계의 산물’이라는 것이 보드리야르의 주장이다.
사진 출처: Laura Chouette

우리들은 풍요로운 사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풍요로운 사물에 둘러싸여 있다. 사물이 인간을 풍요로운 삶으로 안내하는 것 같지만, 역으로 사물의 생로병사 리듬을 가속화 하는 것은 인간의 소비 행위이다. 소비는 이제 인간의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적 소비에서 인간적인 생활이 유지되는 역기능적인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는 1970년에 이미 현대 사회를 소비의 사회로 규정하였다. 과학기술과 산업 설비의 발전으로 탄생하는 무수한 사물들이 인간 욕망과 결탁하면서 인간이 점차 더 많은 욕망의 충족을 위해 소비되도록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소비가 소비자의 욕망(허위 수요)을 생산해 냄으로써 자본주의를 확대 재생산해내는 도구가 되고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인간의 욕구를 차이에 대한 욕구로 해석하여 소비는 욕구의 체계를 만드는 생산 질서와 상품의 사회적 가치를 결정하는 의미작용의 질서에 지배받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견해를 따라가면 현대 사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생산물이 아니라 기호이며, 사람들이 욕망의 기호를 생산하고 그에 적합한 상품(사물)을 구입하고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는 기호적 장학력의 확대와 맥이 닿아 있다. 소비의 기호적 장학력은 문화, 섹슈얼리티, 인간관계, 심지어 환상과 개인적 욕망까지 지배하고 있다[1]. 개인적 특성을 중시하는 현대의 소비 사회에서 개인적 욕망은 타인과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이를 곧 자신만의 개성으로 만든다. 소비 흐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면서, 개성화를 더욱 중시하는 대표적 특정 연령집단은 MZ세대이다.

MZ세대란 1981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밀레니얼 세대+Z세대)이다. 이들은 모바일, 상거래, SNS, OTT, 배송문화 등을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2].

MZ세대는 생활의 편의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 안전과 제품 신뢰를 중요하게 여겨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삶을 편안하고 해준다면 비싼 가격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소비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심리는 ‘미코노미(Meconomy)’현상과 연계된다. 미코노미는 ‘미(me)’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자기중심적 소비를 일컫는다.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미코노미를 네트워크 환경의 발달로 인해 개인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경제 현상으로 정의했다[3]. 미코노미는 2010년대만 하더라도 ‘이유 불문하고 나를 위해 아낌없이 쓰는 소비행위’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었으나 최근 초고속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네트워크 환경이 개선되며 1인 미디어와 1인 가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점차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취미, 덕질 등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을 깊게 파고드는 디깅 소비를 가장 흔한 미코노미 현상으로 꼽고 있다. 한정판을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거나, 원하는 제품의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자금을 조달해주기도 한다. 꽃이나 신선한 식재료를 정기적으로 배달시키는 구독 서비스도 미코노미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제 미코노미는 자신을 위해 조금 더 투자하는 것,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는 것, 나의 취향에 따라 행복하게 사는 등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려는 자가 주체가 되는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나의 가치에 집중한다는 것은 나를 어떻게 드러내는가와 연결되어 있다. 사진 출처: Callie Morgan

MZ세대들은 ‘나의 만족’을 위해 경제 활동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품 서비스의 가격과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가감 없이 지갑을 여는 ‘나심비’를 추구하는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 소비생활을 통해 개인의 욕망과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비록 가격과 상관없이 제품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즐거움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나심비’는 젊은 층의 주류 소비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나심비는 ‘나’를 중심으로 삼는 소비활동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주관적인 만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나심비 소비의 기준은 소비 주체인 ‘자신’이 될 수 있다. 값이 저렴해서 상품의 질이 다소 떨어지는 물건이라도 스스로 만족한다면 조건 없이 구매하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물건이라도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한다, ‘우리’보다는 ‘나’의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에 집중한다는 것은 나를 어떻게 드러내는 가와 연결되어 있다. MZ세대의 가치 소비는 개인의 만족과 성장,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성세대가 중요시하였던 제품의 질과 가격, 브랜드 파워, 타인의 시선 등과는 확연히 다를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특히 패션이나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패션업계에서는 보편적이고 유명한 상품 대신 개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특별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종 디자이너, 뮤지션 등 수많은 대상과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만들어내며 ‘신선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최근 인플루언서나 세포마켓, 즉 SNS로 운영하는 1인 마켓 등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프로슈머들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MZ세대들은 소신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이를 통해 선한 변화를 끌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능력이 소비의 측면에서 표현된 것이 ‘미닝아웃(MeaningOut)’이다. 미닝아웃은 ‘Meaning’과 드러내기를 뜻하는 ‘Coming Out’의 합성어로. 소비 활동을 통해 개인의 취향이나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다.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자신의 소비 습관을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 이를 사회문제로 환기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소비패턴이다. 미닝아웃은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처음 소개되었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개성을 추구하고 자신의 신념이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데에 관심이 많은 특성 덕분에 미닝아웃트렌드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미닝아웃에는 SNS상의 해시태그 운동, 소비를 통해 표출하는 개념 소비, 슬로건 티셔츠와 같이 여러 형태가 있다. 미닝아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여부와 친환경이나 공정무역 실천 등을 확인하여 구매하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지 않는 비윤리적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포함한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2021년 7월 2일~7일까지 5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닝아웃 소비 행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가치, 정치적 신념을 고려해 소비하는 미닝아웃을 실천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63%였고, 그중 적극적으로 미닝아웃을 실천하는 집단은 전체의 35%로 확인되었다.[4]

‘나심비’, ‘미코노미’, ‘미닝아웃’등 MZ세대들의 소비를 표현하는 신조어들을 통해 소비의 성향이 점차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 자체에 대한 변화라기보다는 소비의 기호가 다르게 구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가의 소비재들이 가치에만 매몰되고, 소비자들 자신도 주관적인 만족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때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제품들이 가치 소비의 높은 문턱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의미 있는 일에 동참을 위해서 지나친 웃돈을 얹는다는 인상을 받는 순간 미닝아웃 소비의 개념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일회적인 소비 행동으로 자신의 철학과 사회적인 신념을 지켜냈다고 믿는 슬랙티비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로 제기되고 있다. 자원 순환을 위해 재활용된 의류를 비싼 값을 지불했다고 해서 폐기물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 정비, 사용과 폐기에 대한 시민의식 향상 등 사회 전반적인 정치적·시민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환경교육을 받아왔던 MZ세대들이 주도하는 친환경적 소비 트렌드로의 변화는 반갑게 받아들일 만하다. 그러나 친환경적 소비의 중심에 있는 텀블러나 에코백 등은 생산과정에서 일회용품에 비해 자원과 에너지 소비, 탄소배출이 압도적으로 많다.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자의 욕구가 생산의 질서와 상품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결정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소비의 패턴이 아닐까? 소비의 패턴이 변화되고 있지만 이는 의미작용의 질서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하기’에 머물러 있다. 소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정립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소비 또한 결국 타인의 기호와 사물에 현혹되어 목적 없이 보여주기식 구매를 하는 과시소비로 다시 환원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생각과 우선순위가 마케팅 트렌드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현시대에 소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를 기호화하고 사회적 차이를 만들고, 나와 타자를 구별 짓기 위해 한계가 없는 소비의 무한반복을 이끄는 ‘자기중심적 소비’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지구 자원 집약도의 산물인 사물의 생산-소비-폐기의 급박한 리듬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환경 안에서 고려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자기 주도적 소비’로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1. 슬렉티비즘slacktivism은 게으름뱅이(slacker)와 사회운동(activism)을 더한 복합어로, 노력이나 부담을 지지 않고 사회운동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 용어는 사회에 의미가 있는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사회에 좋은 활동을 했다고 생각하는 자기만족적 행위에 대해 경멸을 담아 사용된다.

*자료출처

[1] Baudrillard(1970). 소비의 사회-그 신화의 구조. 이상률 옯김, p 38.

[2] 박미령(2006). 명품브랜드 소비의 사회 경제 문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 –보드리야르의 소비사회이론을 중심으로-. 한국의류산업학회지, 8(2), p 183~190.

[3] 김시원(2023). MZ세대의 소비와 우리의 미래. 한국소비자원

[4] 이동환, 김태현(2021) 여론속의 여론, [기획] 미닝 아웃 소비자의 특징, 그리고 불매 운동에 미치는 영향. 한국리서치

고은경

대학원에서 아동학을 전공하였고, 기후 위기, 환경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에서 환경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지역 연구자들과 함께 환경교육 방향, 대상별 커리큘럼, 참여형 교수 학습법 등 환경교육 확장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실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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