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을 향한 비행, 세계를 ‘새’롭게 만들자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을 읽고

인간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음에도 그 사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현재의 모든 환경 문제를 미래의 과학이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는 무책임한 과학 맹신주의에 현혹되어 있다. 우리는 새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워 지구생태계와 문명을 살리는 행동을 개시해야 한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로 인하여 우리 주변에서는 환경에 가장 민감한 벌들이 먼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흔히 보던 새들도 점점 뜸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리 삶의 주변에서는 새들이 지저귐을 듣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해서인지 저자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우리의 지구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온난화, 환경파괴, 새의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중략) 살아 있는 존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는 걸까? 이는 생물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진화는 모든 생물의 탄생과 소멸을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 진화의 법칙을 뛰어난 지능과 신의 은총 덕분에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인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인 필리프 J.뒤비아는 조류학자이자 작가이며, 또 한 사람인 엘리즈 루소는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조류학자와 철학자의 공조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새들의 생태와 그로부터 우리가 배울만한 철학을 멋지게 소개하면서, 인간은 매우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우리는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음에도 그 사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방울새를 손안에 쥐고 있다. 새의 심장은 우리의 손가락 사이에 짓눌려 있다. 새는 다시 날 수 있기만을 바란다. 새가 비상할 수 있도록 손을 펼지, 아니면 더 꽉 쥘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인류의 생존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어

필리프 J.뒤부아, 엘리스 루소 저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다른, 2019)

하지만 우리 손 안에 있는 것은 새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 인류의 생존도 결국 우리 손안에 있는 셈이다. 우리는 현재의 모든 환경 문제를 미래의 과학이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는 무책임한 과학 맹신주의에 현혹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사건이다. 이것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무모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무모한 행동은 결국 인류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우리는 새들로부터 지구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먼저 새들의 털갈이를 통하여 소멸과 재생을 철학을 배울 수 있다. 새로운 멋진 깃털을 갖기 위해서는 낡은 털을 제거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털갈이를 하지 않지만 새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새들처럼 털갈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때때로 우리에게도 털갈이가 필요하다. 인생에서 어떤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을 때가 바로 그렇다. 실연, 죽음, 실업, 환경의 변화와 같은 묵직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우리에게는 비로소 새로운 살이 돋아나고 삶의 형태가 바뀐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아주 드물다. 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 안에서 무언가가 소멸하도록 놔둘 줄 알아야 한다. 새들처럼 말이다. 낡은 깃털을 건강하고 빛나는 새털로 바꾸기 위해 새들은 소멸을 받아들인다.”

또한 새들의 세계에서는 우두머리의 삶은 팍팍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자신의 권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항상 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명성을 얻고 권력을 쟁취하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위해 전력 질주를 하는 동안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차라리 꼭대기를 바라보지 않는 삶이 오히려 현명한 건 아닐까?

새로부터 금욕을 배워야

또 한 가지 동물들로부터 배워야 할 귀중한 것이 있다. 바로 ‘금욕’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알바트로스라는 새는 생후 처음 비행할 때 자신의 몸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서 먹은 것을 토해낸다고 한다. 무소유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하여 하나뿐인 지구는 지금 생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를 인류세라고 지칭하는데, 우리가 지구환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이 인류세에서는 지구생태계 파괴를 넘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혹은 인류 문명의 멸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새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워 행동을 개시해야 한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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