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과 떡볶이를 보다가 공장식 축산을 떠올리다

우리의 식탁에는 어떤 재료가, 어떤 에너지를 담고 올라와 있을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종종 점심시간을 아끼려고 아침 출근길에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사곤 한다. 그날도 단골 김밥집 문을 열고 들어가 주문을 했다.

“햄 빼고 김밥 한 줄만 주세요”

주문을 받은 아주머니는 김 한 장을 빠르게 펼쳐놓았다. 그때 가게 뒤쪽 주방에서 가스배달 문제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밥을 싸던 아주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주방을 오고 가며 화를 내고 있었다.

출근 시간이 임박해 와서 김밥을 서둘러 싸달라고 말을 하고서야 아주머니는 김밥을 다시 말기 시작했다. 단무지, 우엉, 시금치, 당근, 계란은 세차게 부대끼며 말리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화 난 기분은 김밥에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으며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자연스레 들었다. 내가 먹을 음식에 화풀이하지 말아 달라고, 음식은 행복이라고, 음식은 좋은 에너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아주머니의 화 난 마음으로 말아진 김밥을 들고 출근했다.

내가 먹을 음식에 화풀이하지 말아 달라고, 음식은 행복이라고, 음식은 좋은 에너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진출처 : Pixabay
내가 먹을 음식에 화풀이하지 말아 달라고, 음식은 행복이라고, 음식은 좋은 에너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진출처 : Pixabay

점심시간이 되어 아침의 그 김밥을 꺼냈다.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화난 마음이 담긴 그 김밥이 내 몸속으로 들어가 어떠한 긍정적 에너지도 발산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김밥을 먹으면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의 재료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나 분위기를 살피게 되었다. 다른 한 날은 퇴근 시간에 떡볶이를 포장하러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가게로 들어가 떡볶이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사람이 주방을 힐끗 쳐다보았다.

주방에 있던 요리사는 주문을 듣고 쾅쾅 큰 소리를 내며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준비된 재료들을 거칠게 냄비에 처넣는다는 표현이 어울리게 쏟아부었다. 아무래도 주문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아서 “폐점 시간에 주문했나 보네요. 주문 취소할까요?”라고 물었다. 주문을 받았던 사람은 이미 조리 중이라고 말했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사람은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거친 행동을 조금 줄였다.

화난 마음을 담은 그 김밥처럼, 화난 마음을 담은 떡볶이도 먹지 못할 것 같아서 음식이 조리되는 동안 가게 밖에서 기다렸다. 모르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0분쯤 뒤에 들어가 보니 완성된 떡볶이가 있었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사람은 이미 퇴근하고 없었다. 그날 떡볶이는 먹었지만 기분 탓인지 맛이 없었다.

음식과 관련한 두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음식의 재료, 음식을 만드는 과정,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 음식을 먹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건강함이 깃든 음식 재료, 정성이 담긴 마음으로 청결하게 만드는 과정, 감사하게 먹는 마음 세 가지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행복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편으로 공장식 축산으로 식탁에 오르는 소, 돼지, 닭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사회적이고 지능과 호기심이 높은 암퇘지를 예를 들면, 가로 2미터 세로 60센티미터의 작은 생식 우리에 갇혀 지내며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보통 다섯 번에서 열 번 정도 그런 주기를 반복한 뒤 도축된다고 한다. 사회적 동물인 암퇘지는 주변을 탐색하고, 다른 돼지들과 어울리고, 새끼 돼지와 유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채 생식 우리에 갇혀 극심한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며 살다가 도축되는 것이다.

유발하라리, 『호모데우스』, 김영사, pp.119~120, 2017.

좌절과 절망,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화난 마음을 간직한 암퇘지는 도축되어 우리 식탁에 오른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화 난 마음을 담은 김밥과 떡볶이를 보고 먹지 못했던 것은 음식의 영양소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변해서가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것이 행복하지 않아서이다. 좌절과 절망,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화 난 마음을 간직한 채 도축된 암퇘지를 목격한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공장식 축산이 동물권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는 동안에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저녁, 우리의 식탁에는 어떤 재료가, 어떤 에너지를 담고 올라와 있을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소박감자

소박하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오래 전부터 소박감자라고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원래 풀네임은 소박한 불량감자인데... 살면서 소박하게 산다는 것, 불량한 감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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