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픈 이유 – 함께 건강(원 헬스, One-Health)에 대하여

동물, 인간, 에코시스템 모두의 건강, 특히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점을 살피는 것은 ‘원 헬스(One health)’의 중요한 역할이다. 서식지 파괴가 야생동물에게 주는 영향 그리고 그것이 인류에게까지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알아본다.

지금 세계는 점점 복잡하고 바쁘게 연결된다. 환경은 파괴되고 사람과 야생은 경계를 넘어 정신없이 섞인다.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생태계는 파괴되고 야생동물과의 접촉은 늘어나면서 인간, 동물, 환경, 이 세 영역의 건강과 안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에 대해 이해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바로 ‘원 헬스’다. 이 세 영역이 모두 건강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다 학제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연결망이론(ANT, Actor-network theory)이 보여주듯이 이제 자연과 기술, 동물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며, 우리는 반드시 생태적 전환(Ecological Turn)을 이루어야 한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그들의 바이러스가 우리 인간의 몸으로 넘어와서(spill over)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킨다. 지금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코로나19도 박쥐를 거쳐 천산갑을 통해 인간으로 넘어왔다. 결국 야생동물과 인간이 만나는 접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동물, 인간, 에코시스템 모두의 건강, 특히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점을 살피는 것이 원헬스의 중요한 역할이다. 원헬스는 수의학, 의학, 미생물학, 사회학, 철학 등을 아우르는 융합적 분야다.

지난 100년간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지난 달 15일 인구는 80억을 지났고, 여기에 인류가 먹기 위해 키우는 가축까지 더해 지구는 이제 차고 넘친다. 현재 지구에 사는 전체 포유동물의 60%는 가축이고 36%는 인간, 나머지 4%가 야생동물이다. 오늘날 인류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지구 1.6개가 필요하며 한국처럼 소비하면 지구 3.3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도넬라 H. 메도즈(Donella H. Meadows)가 쓴 『성장의 한계』에서는 60억 정도의 인구가 지속가능한 지구의 한계라 보았다. 지금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고 2050년에는 인구가 100억이 될 것이라 한다. 인간의 면역이 감당할 수 없는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으로 넘어오는 것은 결국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점 지역이다. 코로나19의 경우도 그곳이 야생동물 시장이든 실험실이든간에 동물과 인간의 접촉지점에서 발생하여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주고 있다. 얼마전에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잠을 자던 80대 남성이 박쥐에 물려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검사 결과 박쥐는 광견병 양성이었다. 2019년 인간 광견병의 70%는 박쥐에서 유래했다. 기후변화로 열대지방에 살던 박쥐가 인구밀집지역인 북반구 온대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긴 탓이다. 또한 생물 다양성 감소로 포유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박쥐와 인간, 가축과의 접촉 확률이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야생동물과의 접점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서식지에 그들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야생조류들은 바이러스와 공진화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사진출처 : Aleksandar Pasaric
야생조류들은 바이러스와 공진화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사진출처 : Aleksandar Pasaric

우리가 매년 만나는 가장 빈번한 인수공통감염병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 AI)다. 매년 겨울이면 예외없이 철새들 몸에 실려 들어와 가축을 전염시킨다. H1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918년 5천만에서 1억명을 죽인 스페인 독감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1977년 홍콩의 닭 시장에서는 H5N1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닭에서 사람으로 건너가 6명이 사망했다. 매년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야생오리와 기러기 수백만 마리가 정기적인 이동을 위해 캐나다와 시베리아 호수에 집결한다. 이 집결지에서 바이러스들이 섞여 27종의 상이한 아형(sub type) 바이러스를 만들고, 철새들은 몸에 이 바이러스를 지니게 된다. 물론 야생조류들은 바이러스와 공진화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병(조류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인수공통감염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아형으로는 H1N1(스페인 독감), H2N2, H3N2, H5N1, H7N7, H3N3 등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 철새들에서는 H5N1, H5N8, H5N6등의 아형이 보고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이런 다양한 아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튀어나온 단백질 때문이다. 표면에 튀어나온 중요 단백질 H(헤마글루티닌), N(뉴라미데이즈)에 따라 H가 16종 N이 9종으로 표면 단백질 형으로만 144종류다.

10월 말부터 바이러스를 품고 날아오는 야생조류는 통제하기 어렵다. 다만 야생철새가 날아오는 한강하구, 시화호, 복하천 등 전국 10곳 정도를 매년 9월 말부터 모니터링 할 뿐이다. 작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로 가금류 4300만 마리를 살처분 했다. 강원대 법학대학원 함태성 교수는 인간에게 가축은 재산에 불과한 물건이며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질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동물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신중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겨울철 야생 철새들은 바이러스를 품고 어김없이 날아오고 농장 가금류들은 예외없이 매년 감염되고,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건강한 생명들은 속절없이 생매장 당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종을 뛰어넘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는 없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수공통으로 언제든 인간으로 넘어올 수 있다.

애머스트 대학교 생물학자 폴 이월드는 1918년 스페인 독감(H1N1) 대유행은 1차대전 당시 서부전선이라는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 주장한다. 지금은 밀집된 도시가 1차대전 당시 감염병을 퍼뜨렸던 참호 역할을 할 수 있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를 쓴 마이크 데이비스는 오늘날 슬럼 거주자가 10억 명으로, 2020년에는 그 수가 두 배로 늘어나고 대도시의 슬럼은 질병공장으로 언제든 스페인 독감과 같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불꽃을 기다리는 가솔린 호수 같은 곳이라고 그의 책 『조류독감』에서 말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엄청난 속도로 해마다 변종을 만들어내고 있다. 홍콩대 로버트 웹스트, 이관 같은 바이러스 전문 연구자들은 스페인 독감과 같은 변종 조류독감이 언제든 재앙적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탐욕적 자본이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 결과 동물의 바이러스가 종을 넘어 인간을 감염시키는 과정은 영화 《컨테이전》의 마지막 1분에 잘 나와 있다. ‘에임 앨드슨 사’라는 건설회사가 박쥐 서식지를 파괴하고, 서식지를 잃은 박쥐는 인근 돼지우리로 날아들어 천장에 매달려 오물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이것을 돼지가 먹는다. 이 돼지는 식당으로 팔려나가 인간과 돼지가 접촉하게 된다. 이 접촉지점에서 박쥐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으로 들어와 전 세계를 며칠 안에 재앙으로 몰아넣는다.

영화 《컨테이전》에서 돼지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박쥐로부터 전달받은 바이러스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사진 출처: Osvaldo Castillo
영화 《컨테이전》에서 돼지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박쥐로부터 전달받은 바이러스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사진 출처: Osvaldo Castillo

국립환경과학원 황주선 박사는 야생동물과의 거리두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한다.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작은 야산을 하나 허물 때도 이중, 삼중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연을 즐긴다고 나홀로 산에 들어가 집을 짓는 순간 수 ㎞의 야생동물 서식지는 파괴된다.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숲으로 길을 내지 마라”고 경고한다. 숲을 가로질러 길을 내는 것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이제 방송도 이런 부분의 방영을 자제하고 야생동물과 거리를 유지하며 야생동물과의 경계, 접점은 법으로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바이러스 동물실험 안전에도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코로나 19바이러스의 경우 BSL3(생물안전 3등급 고위험 생물재해)에 합당한 실험실 안전이 지켜지는지 철저히 실태를 파악하고 감독해야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실험실 밖으로 나오면 재앙이다.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사유하고 법과 개념을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목욕을 하고 나오는 노 철학자인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를 보면서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난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중심주의 시각을 벗어날 수 없음을 탄식한다. 동물에 대한 그의 사유는 『Demenageries, 데리다 이후의 동물사고』, 『The Animal That Therefore I Am, 따라서 나는 동물』 등의 책에 소개되고 있다. 동물실험을 할 때도 3R(Replacement, Refinement, Reduction, 대체, 개선, 축소) 원칙을 지켜야 한다.

서울대 수의학과 천명선 교수는 동물권이라는 말이 참 어려운 말이라고 한다. 우리가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리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은 ‘우리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이런, 이게 바로 나야, 더글라스 호프스태터, 다니엘 데닛/김동광 옮김, 사이언스 북스)에서 내가 아무리 박쥐가 되려고 해도 외삽(extrapolate)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천명선 교수는 아이들을 동물카페나 야생동물 사육장에 데려가서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보다 동물을 그냥 야생상태에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동물권이라 한다. 야생동물을 보고 싶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뒷산으로 가서 다람쥐나 청설모 노는 것을 보고 오면 된다. 또 가고 싶으면 또 가서 보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6년 대한인수공통전염병 학회가 생겼고, 2012년에는 서울대 수의학과,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농림수산식품부, 국립환경 과학원을 중심으로 원헬스 포럼 코리아가 발족 되었다. 2020년에는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 질병 관리원이 새롭게 업무를 시작했다.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사람, 동물,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 체계를 완성하고자 설립되었다.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카페 등 인간과의 접촉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법령을 정비하고 있다.

*참고문헌

  • 『동물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다고요?』, -이항, 천명선, 최태규, 황주선, (휴머니스트, 2021)
  • 『이기적인 방역, 살처분 백신 딜레마』 -김영수, 윤종웅, (무블출판사, 2021)
  • 함태성(2018).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동물법적 고찰」. 『공법연구』 46(4), 497-527
  • 〈생명을 묻다, 가축 살처분 실태와 쟁점 진단〉, 2018년 7월 9일, 국회 공청회
  •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 -아비가일 우즈, 강병철 옮김, (삶과 지식, 2011)
  • 『대멸종 연대기』, -피터 브래넌, 김미선 옮김, (흐름출판, 2019)
  • 『슬럼, 지구를 뒤덮다』, -마이크 데이비스, 김정아 옮김, (돌베개, 2007)
  • 『조류독감,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마이크 데이비스, 정병선 옮김, (돌베개, 2008)
  • 『성장의 한계, 2004년 개정판』, -도넬라 H 메도즈, 데니스 L 메도즈, 요르겐 랜더 스, 김병순 옮김, (갈라파고스, 2021)
  •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 아르네스 블록, 토르벤 엘고르 옌센, 황장진 옮김 (사월의 책, 2017)
  • 『생태발자국』, 마티스 웨커네이걸, 윌리엄 리스, 이유진, 류상윤 옮김 (이매진, 2006)
  • 『이런, 이게 바로 나야』, 더글라스 호프스태터, 다니엘 데닛, 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1)
  • 『demenageries: 데리다 이후의 동물사고』, 앤 앰마뉴엘 버거, 마르타 세가라
  • 『The Animal That Therefore I Am』, 자크 데리다, 마리 루이스 말렛, 데이비드 윌스,
  • 자크 데리다, 최성희, 문성원(2013), 「동물, 그러니까 나인 동물」, (문화과학(76), 299-378)

박기헌

치과의사로 30년 동안 환자를 보다 지금은 병원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주로 읽고 쓰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기후생태 위기와 감염병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