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이 아닙니다, 감옥입니다

프릭쇼와 동물원을 비교하며, 동물원의 비윤리성을 따져 보았다. 동물원은 존재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구경할 권리가 있는가?

기괴한 형상의 사람, 즉 ‘정상성’ 바깥의 존재는 괴물로 취급되며, 동시에 구경거리가 된다. 
사진출처 : BROTE studio
기괴한 형상의 사람, 즉 ‘정상성’ 바깥의 존재는 괴물로 취급되며, 동시에 구경거리가 된다.
사진출처 : BROTE studio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살림, 2010)이라는 책에는 피부가 파란 남자가 나온다. 신경이 쇠약한 그는 건강을 위해 약을 먹었다가 부작용으로 피부가 푸르게 변한다. 이후 그는 한 극단에 고용되어 사람들에게 ‘관람’ 된다. 사람들은 약간의 돈을 내고 그를 구경하며 소름끼쳐 한다.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보여지는 대상’, 즉 객체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쇼를 ‘프릭 쇼(Freak show)’라고 일컫는다.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닌, 형상 그 자체를 볼거리로 삼는 점이 특징이다. 기괴한 형상의 사람, 즉 ‘정상성’ 바깥의 존재는 괴물로 취급되며, 동시에 구경거리가 된다. 인권 의식이 발달하며 이런 쇼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 비슷한 것이 남아 있다. 동물원이다.

사람들은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비인간 동물을 ‘관람’ 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 신기하고 이국적인 동물이 눈앞에서 움직이고, 소리 내고,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환호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은 철저히 타자화되고 대상화된다. 동물을 구경하러 가는 이들에게 동물은 자신과 동등한 대상이 아니다. 그저 케이지 안의 놀라운 ‘솜뭉치’일 뿐이다. 비인간 동물의 자리에 인간을 대입해보자. 케이지 안에 작은 사람, 큰 사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사람, 신비한 털을 가진 사람이 들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맘 편히 구경할 수 있을까? 무리에서 낙오된 사람, 보살피는 이 없는 사람, 다치고 병들어 데려올 때 저항이 적은 사람을 골라 데려온 것임을 안다면, 이 비윤리적인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사람을 대입해보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어째서 비인간 동물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물 역시 ‘정상성’ 바깥의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현대에도 ‘프릭 쇼’의 볼거리가 된다. 불행히도 현대의 동물권 의식 수준은 매우 낮아서, 동물원에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적다. 그러나 사람을 가둔 창살 속 공간이 감옥이듯 동물을 가둔 창살 속 공간도 감옥이다.

동물은 사람과 같은 존재다. 그들은 느끼는 존재, 즉 주체이고 동물원에서 단지 보여지는 대상이자 객체로 전락해도 되는 이들이 아니다. 사진출처 : Tina Nord
동물은 사람과 같은 존재다. 그들은 느끼는 존재, 즉 주체이고 동물원에서 단지 보여지는 대상이자 객체로 전락해도 되는 이들이 아니다.
사진출처 : Tina Nord

혹자는 동물원의 순기능을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에는 멸종위기종 보존, 치료와 보호 따위가 있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을 보존하는 데 효과적인가? 만약 그렇다면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형 동물원’은 없어야 할 것이고, 그들이 거주하는 곳은 종의 생활환경에 알맞게 꾸며져 있어야 할 것이다. 종 보존이 목적이라면 국내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치료하여 다시 자연으로 방사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각종 신기한 동물을 데려와 전시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질문하고 싶다. 동물원의 순기능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또는 그 순기능이 ‘전시’를 제외한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가?

우리는 동물원이 감옥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동물을 납치해서, 그들의 자유를 빼앗고 우리 안에 가뒀음을 기억해야 한다. 동물은 사람과 같은 존재다. 그들은 느끼는 존재, 즉 주체이고 동물원에서 단지 보여지는 대상이자 객체로 전락해도 되는 이들이 아니다. ‘그래도 되는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에게 자유를 돌려줘야 한다. 우리가 강탈해간 바로 그 자유를.

김캐롤

싸우는 트랜스남성, 비건, 학교 밖 청소년, 아픈 사람, 퀴어 페미니스트.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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