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집을 선택하는 데 있어 사생활 보호와 보안이 중요해진 요즘, 판교의 테라스하우스와 강남의 보금자리단지를 설계한 일본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쓴 책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주택은 더 이상 삶의 보금자리가 아닌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품으로 전락해버렸다. 상품의 값어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보호와 보안, 그리고 방음 등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주택 내부의 사생활을 소중하게 여길수록 외부와의 관계가 희박해지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구리시 아파트단지 택배배달 거부’ 같은 이슈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 관계이다. 공동체의 의미가 변해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공동체를 잊고 살아가는 것인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를 위해서 ‘공동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 지역사회권 『마음을 연결하는 집』
‘야마모토 리켄’은 『마음을 연결하는 집』(안그라픽스, 2014)를 통해 내 집의 빗장을 풀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집, 상부상조하는 공동체 마을, 미래사회를 위한 새로운 생활방식인 ‘지역사회권’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아직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역사회권’을 어떤 체계로 만들어 나갈 것인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상세한 계획과 다양한 관점으로부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논의를 다루고 있다.
※ 참고 : 지역사회권 모형도 – 출처: Riken Yamamoto 홈페이지
‘1가구 1주택 시스템의 반대인 지역사회권’ 체계
- 가구1주택이 표준가족을 전제로 공급되는 것이라면, 지역사회권은 반드시 가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 가구1주택이 사생활과 보안을 중심원칙으로 공급되는 데 반해 지역사회권에서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전체의 상호관계를 중심원리로 삼는다.
- 1주택이 주변 환경, 주변 지역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성립된다면 지역사회권은 주변환경과 함께 계획된다.
- 가구1주택은 궁극적인 소비단위다. 그것을 전제로 국가적인 성장경제전략이 성립된다. 지역사회권은 단순한 소비단위가 아니다. 지역 내부에서 작은 경제권이 성립될 수 있게 계획한다.
- 가구1주택에 공급되는 에너지는 모두 외부로부터 온다. 따라서 주택은 단순히 에너지소비단위에 해당한다. 지역사회권은 그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따라서 단순한 소비단위가 아니다.
- 1가구 1주택을 전제로 삼는다. 공공교통이나 자가용이 그것이다. 지역사회권에서는 그 중간적인 교통기반시설을 구축한다.
- , 건강보험, 연금제도 같은 사회보장제도는 1가구1주택의 자조노력을 전제로 성립한다. 하지만 1가구1주택의 붕괴와 함께 막대한 사회보장비용이 필요해졌다. 지역사회권에서는 그것을 보완할 수 있게 전체적인 상부상조를 생각한다.
- . 분양을 통해 민간주택업자가 이윤을 올리는 현재의 공급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그것은 주택정책이라는 이름을 빌린 경제정책이다.
- 75~80퍼센트 정도다. 전용면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므로 가능하면 공용면적을 줄여 전용면적을 넓히려 한다. 지역사회권의 전용면적은 60퍼센트 정도다. 전용면적과 공용면적 비율을 바꾼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이라는 의식자체가 바뀐다.
- 가구1주택의 각 주택은 외부에 대해 매우 폐쇄적이다. 지역사회권의 주택에는 외부를 향한 개방공간이 마련된다.
– 「마음을 연결하는 집」 본문 26~29쪽
■’지역사회권’ 운영 방식
- 시설공유 : 작은 전용부분과 그것을 보완하는 커다란 공용부분으로 구성된다. 각 시설마다 다른 집단이 형성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항상 다른 집단과 관계를 맺는다.
- 용적임대 : 면적이 아닌 용적단위로 빌리기 때문에 같은 임대가격으로도 천장이 높은 집이나 바닥 면적이 넓은 집 등 다양한 형태의 집을 임대할 수 있다.
- 지역 내 일자리 : 자신의 집에 반드시 개방공간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이용해서 물건이나 음식을 판매하는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 생활편의시설 :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거나 서비스를 제외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서 서로가 서로를 돋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 에너지 절약과 쾌적한 환경 : 집의 절반을 옥외의 공용부분과 연결하는 방법으로 각 집에 바람의 흐름과 전체적인 통풍을 확보한다. 크고 작은 광장을 둘러싼 형태로 바람을 끌어들이고 건물 상부를 흐르는 바람과의 압력 차이를 이용해 바람이 수직공간을 빠져나가는 구조로 만든다.
- 조립식 주택 : 프레임과 패널을 조합하는 방식을 통해 작은 침실 공간에서부터 커다란 체육관 공간까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 공동이동수단 : 장거리나 중거리 이동은 전철이나 버스 등 공공교통을 이용하고 자동차는 주민들이 함께 사용함으로써 유지관리비용이나 주차장을 줄인다. 거주지역 내에서는 공동이동수단을 이용한다.
-「마음을 연결하는 집」 본문 60~73쪽
이 책을 통해 아직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고 우리에게 ‘공동체’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