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과연 기후위기의 진실을 알고 있을까? 혹은 알고도 외면하는 것일까?

『기후변화의 심리학』의 저자 조지 마셜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발견한 것은, 그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가 진실의 공유와 공론화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결국은 진실이 사람들을 움직일 것이라 생각한다.

출처 : pexels

2019년 8월의 일상

김사원 : 팀장님 휴가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이팀장 : 하이난이요.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들한테 해외여행 간다고 자랑을 해놔서 안 갈 수가 없었어요. 우리애는 거의 매년 해외여행을 간 것 같아요.

휴가철이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로 사무실에 돌아온 팀장님에게 휴가를 어디로 다녀왔는지 묻는 대화가 오고 갔다. 운동을 하러 가도 대화의 주제는 휴가였다. 같이 운동을 하던 분은 북유럽으로 휴가를 다녀온다고 했다. 운동 선생님은 요즘 저가 항공사 때문에 비행기 티켓이 얼마나 싼지, 지난번에 보라카이를 얼마나 싸게 다녀왔는지 이야기했다.

2019년 8월, 이 사회의 상류층이 아닌 평범한 시민인 나의 일상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여행이란 것은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내가 회원으로 있는 종교 단체에서는 1년에 두 번 신도들을 데리고 남아시아로 성지순례를 가고, 또 다른 국제단체에서는 2년에 한 번씩 각 나라를 돌며 대규모 컨퍼런스를 연다. 이 밖에도 해외에서 열리는 워크숍에 참가하는 지인들을 보면, 일 년이면 몇 차례 해외에 나가는 일도 그리 놀라운 풍경은 아니다. 나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1~2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가곤 했는데, 그게 그리 불편하거나 걱정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일상에 대한 관점이 바뀌게 된 것은 내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된 최근의 일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진실은 나로서는 충격적이었다. 내가 하는 행동, 이 사회가 하는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알지 못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책임감과 마음의 무거움을 가져왔다. 내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가 가장 먼저 이 세계의 약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은, 동시에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사막화, 물과 식량의 부족, 난민 문제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시리아 난민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학자들은 분석한다. 선진국에서 편안하고 화려한 삶을 위해 만들어내는 온실 가스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을 연결 지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을 분리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나에게 화두로 남게 되었다. 우리의 삶의 방식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시에 불편한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기후위기에 대해 침묵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매우 자주, 나는 침묵하거나 묵과하고, 때때로, 내가 아는 정보를 전달한다. 마음 한편에서는 상대방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기후 침묵 : 불편한 진실

조지 마셜 『기후변화의 심리학』(2018. 갈마바람)
조지 마셜 『기후변화의 심리학』(2018. 갈마바람)

흔히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 침묵’이라고 말한다. 멀리 볼 것 없이 나 자신이 기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볼 때 충분히 납득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가 기후 위기에 일정 정도는 영향을 끼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사실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조지 마셜은 그의 책 『기후변화의 심리학』(2018. 갈마바람)에서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외면하는 이유, 기후변화가 그토록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이러한 내용은 특별히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알지만, 지금 당장 자가용 이용을 멈추고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것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며, 차라리 기후변화에 대해 귀를 닫는 것이 속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셜은 우리의 머리가 가슴과 얼마나 멀리 있는지, 손과 발까지는 또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 설명한다.

이 책에는 기후변화 문제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리 절실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매우 많은 심리학적 설명이 담겨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고 싶은 부분은 오히려 기후변화 문제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전파되는가 하는 점이다. 또는 인류가 수많은 불평등과 부당함에 맞서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이유와 성공 사례이다. 물론 저자는 여러 가지 심리학적 실험 또는 과거 사례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그것을 피해 기후위기를 전달해야 한다고 결론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부제처럼 우리가 기후변화를 외면하는 이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기후변화를 외면하는 것에 대해 일종의 합리화가 이루어지는 면도 없잖아 있는 것 같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며, 지금 당장의 손실을 감당하면서까지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믿지 않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 인간의 심리라는 설명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 (Greta Thunberg)

나는 저자가 2018년 이후의 변화를 본 후라면 보다 긍정적인 내용의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등교 거부가 전 세계 청소년들의 참여로 이어졌고, 환경단체 ‘멸종저항’은 영국의 도로와 다리, 공항과 방송사를 대규모의 인원으로 점거하며 위기 사태를 알리고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SNS를 통한 확산은 전 세계로 뻗어가고 더 많은 이들이 이에 동참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 급격한 변화는 불과 일 년여 만에 이루어졌다.

진실을 말하기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는 무용하며,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나는 진실이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정도의 피상적인 정보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10년이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미래를 가져올 것이며,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 다음 세대에는 미래가 없다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야말로 사람들을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 포스터 (출처: 환경운동연합 http://kfem.or.kr/?p=201399)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 포스터
출처: 환경운동연합

비행기 이용이 기차에 비해 20배의 온실가스를 만들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3%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것을 선택한다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바는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우리가 만드는 기후온난화가 이 세계의 약자와 취약 계층들의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며, 1.6°C만큼의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이 예상되는 2030년에는 빙하가 없는 북극을 경험할 거라는 사실 역시 잘 모르고 있다. 그것을 잘 알았다면 적어도 SNS 상에 비행기 사진이나 여행 사진들이 훨씬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사람들에게는 기후 변화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도달하지 않았고, 언론은 충분히 기후 위기를 다루지 않는다.

얼마 전 나는 운동 선생님과 휴가 얘기를 나누다가, 일반인들이 하는 행위 중 새 집을 짓고 새 차를 사는 것 다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킨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운동 선생님은 전혀 몰랐다면서 흥미로워했다. 반감을 갖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반응에 나도 조금은 안도했고, 저가항공편의 증가로 인해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너무 많이 가는 것에 대한 걱정을 보다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는 한국인들이 행동과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불매운동이 그러하고, 몇 해 전의 촛불집회가 그러했다. 사람들은 진실과 위기 상황을 파악하면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은다. 다만 문제는 기후위기의 진실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데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며, 개개인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부와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향한 에너지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

문윤형

생태와 영성 그리고 마음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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