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숲과 나무를 보지 않는다-『오버스토리』를 읽고

자연은 수많은 공생 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것은 더 큰 부분에 포함되어 전체를 이룬다. 이러한 자연관에서는 그 어떤 것도 자율성을 가질 수 없으며,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미국의 자본에 종속되어 버린 원시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9명의 어느 미국인들의 삶을 다룬 것으로, 아무도 숲과 나무를 보지 않는 시대를 고발하는 생태 소설이다.

리처드 파워스 저 『오버스토리』(은행나무, 2020)
리처드 파워스 저 『오버스토리』(은행나무, 2020)

자연은 수많은 공생 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것은 더 큰 부분에 포함되어 전체를 이룬다. 이러한 자연관에서는 그 어떤 것도 자율성을 가질 수 없으며,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은 지구상에서 인간들보다 훨씬 일찍부터 자리 잡은 선배들이다. 또한 나무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산소를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자본 획득을 위하여 숲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자신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서슴없이 파괴하고 있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경종을 울리게 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미국의 자본에 종속되어 버린 원시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9명의 어느 미국인들의 삶을 다룬 것으로, 아무도 숲과 나무를 보지 않는 시대를 고발하는 생태 소설이다. 제목인 『오버스토리(overstory)』는 숲 상층부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생태계 붕괴로 인하여 이상 현상으로 수많은 지역에서 많이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 그 원인이 있다는 인지 하에 세계 각국에서는 지구환경 살리기를 위한 방편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림청에서는 탄소 흡수 기능이 약한 늙은 나무를 벌채하고 대신에 탄소흡수 기능 진작을 위한 갱신 조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하여 배우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인 생물학자는 숲속에 쓰러져 무질서하게 방치된 썩어가는 통나무는 살아 있는 나무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체의 집이 된다고 설명한다. 즉 죽은 나무는 숲속의 생명체들에게 무한한 호텔인 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숲속의 다양성을 제거하고 관리하기 쉽게 질서를 부여하려고만 한다. 또한 나무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나무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사진 출처 : OpenClipart-Vectors
“나무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사진 출처 : OpenClipart-Vectors

“상처 입은 나무들이 다른 나무들이 맡을 수 있는 경고 냄새를 보낸다. 그들은 허공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산림 수만 제곱미터를 건너서 면역 체계를 공유한다. (중략) 균뿌리 가닥들의 덩어리가 나무들을 연결해 수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하고 영리한 공동체로 만든다. 이들은 함께 물품, 서비스, 정보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숲은 지하의 시냅스를 통해서 서로를 고치고 형성한다.”

나무 역시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에 자신과 자신 동료를 스스로 지키려는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나무는 인간보다 하위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억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정점에 있는 생물종이 아니라는 것이야. 더 크고, 더 작고, 더 느리고, 더 오래되고, 더 강한 생물들이 지배하고, 공기를 만들고, 햇볕을 먹지. 그들이 없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야.”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이 인식하기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인간과 숲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며, 이는 결코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하여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을 고발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을 열심히 따라 하는 우리는 숲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숲을 단순히 자신의 힐링 장소로만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탄소중립과 자본 획득이라는 명목하에 숲의 나무들을 제거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댓글 2

  1. 글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산림청에서 하는 정책사업이나 제주도의 삼나무길의 벌목등 갑갑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마음에 걸려있던 참입니다. 좋은책을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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