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의 경계선, 티핑포인트 시리즈] ② 창백한 푸른 점

나날이 악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해 생태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복잡한 과학 용어와 비극적인 예측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상황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현 상황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개념인 ‘티핑 포인트’를 기준으로 현재의 상황과 미래 예측을 정리하는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저 작은 점을 다시 들여다 보십시오. 저 점이 이 곳, 우리 지구입니다. 저 점이 우리입니다. 저 작은 점 속에, 당신이 사랑하고 교류하고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살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개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이 작은 점에서 태어나고 일생을 꾸려 나갔습니다.”

칼 세이건 / 창백한 푸른 점: 광활한 우주 속에서 바라보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 1994

1990년 우주선 보이저 1호는 우리 태양계의 끝에 막 도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on) 박사는 NASA에 예정에 없던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우주선 앞에 달려있는 카메라로 지구의 모습을 찍자는 것입니다. 하나의 방향으로 맹렬히 날아가고 있는 우주선의 위치를 바꾸는 일이어서 모두가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세이건 박사의 설득이 통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6십억 킬로미터 밖의 공간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지금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 불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30년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현대 기술을 활용해 보정한 사진. 카메라에 산란되어 비친 태양 광선 중간에 빛나는 푸른 점이 지구. 사진 제공 : NASA
30년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현대 기술을 활용해 보정한 사진. 카메라에 산란되어 비친 태양 광선 중간에 빛나는 푸른 점이 지구. 사진 제공 : NASA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정도 되었고, 지금도 풍선처럼 팽창하고 있습니다. 우주에는 최소 2조 개의 은하가 서로 뒤엉켜 있고, 지구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약 4백만 개의 태양이 뭉쳐져 있는 것만큼 큰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은하의 변두리에 하나의 별이 8개의 행성과 자그마한 마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행성들 중 하나에 수없이 많은 생명체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살고 있습니다. 연약해 보이는 푸른 점에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러면, 지구 생태계를 조금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지구에서 숫자가 가장 많은 종은 무엇일까요? 이 해답은 2002년에 극적으로 바뀌었는데, 박테리아의 일종인 ‘펠라지박터 유비큐(Pelagibacter Ubique)’입니다. 주로 바다와 호수에서 서식하는데, 모두 합치면 1029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주에 있는 별의 숫자를 다 합쳐도 1022개 정도로 추산되니,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입니다. 동물과 식물을 비교해 보면, 전체 무게에서 식물은 82%를 차지합니다. 대략 3조 그루의 나무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류가 농사를 시작한 만년 전과 비교하면 약 46% 줄어든 숫자이기도 합니다. 동물은 어떨까요? 우리와 관계있는 포유류의 숫자를 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전체 포유류의 무게를 기준으로 보면, 인간과 소, 양, 돼지 그리고 말이 96%나 차지하는 것입니다. 인간과 관계있는 소수의 동물들이 지구를 뒤덮고 있는 셈입니다. 몸무게가 몇 톤이나 나가는 코끼리나 고래들, 넓은 사바나 지역의 야생 동물들,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인 설치류들을 모두 합해봐야 4%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변화는 모두 지난 200년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연약한 푸른 점에서 벌어진 생태계의 놀라운 이야기는 인간에 의해 완전히 다른 유형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지구 혹은 지구 생태계의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매우 강압적인 방식일 것입니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편한 일입니다. 지구를 조절하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이런 인간을 어떻게 판단할까요? 제거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황당한 상상같지만, 놀랍게도 지구는 이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교활하고 냉철한 베테랑입니다. 시간을 뒤로 돌려 5600만 년전으로 가 보겠습니다. 지표면을 가득 채웠던 다양한 동 식물들, 특히 공룡과 같은 거대 동물들은 이미 거의 멸종한 상태였습니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Paleocene-Eocene Thermal Maximum, PETM)’ 라고 부릅니다. 극열기라는 표현처럼 이 시기의 지구는 현재보다 약 8℃ 정도 평균온도가 높았습니다. 남극이나 북극에 얼음은 이미 사라졌고, 그로 인해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70미터 이상 높았습니다. 이런 기후 환경의 직접적인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바다 밑에 깔려있던 메테인 퇴적물(Methane Hydrates)들이 화산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왔거나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들이 점화되어 계속 발화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로 인해 평균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분명합니다. 이 시기의 생태계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멸종 (mass extinction)’.

이제 과학자들의 우려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실 것입니다. 최근 수십 년간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쌓여가고 있는데, 이는 극열기 시대와 매우 유사한 상황입니다. 해양이 산성화되는 속도는 극열기 시대보다 현재가 훨씬 더 빠른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대멸종은 단기간 내에 대부분의 생명체가 멸종되는 사건을 의미합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지난 6억년 동안 총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소행성 충돌이나 화산폭발 등이 배경 원인으로 의심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변화입니다. 기존의 생태계가 열심히 적응했던 기후 환경이 한순간에 변화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사라진 것입니다.

물론 대멸종은 완전 멸종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일부의 끈질긴 생명체들은 혹독한 기후 변화를 견디며 이후 경쟁자들이 사라진 새로운 세상의 주인으로 자리 잡기도 합니다. 마지막 대멸종 시기인 백악기 말에 공룡과 포유류의 운명이 이렇게 결정되었습니다. 당시 멸종한 공룡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덩치가 크고, 먹이 사슬이 단순하며, 어른이 되기까지 매우 긴 시간을 보낸다는 점입니다. 덩치의 차이만 제외하면, 현재 인간의 모습도 이와 같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생태계는 인간의 삶과 관계된 동물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이 동물들도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가 바뀌어 식생의 변화가 생기면 제대로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 –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 생태계의 급작스러운 붕괴

이런 연쇄과정이 현재 지구가 움직이는 방향입니다. 지구는 우주에서 보면 창백한 푸른 점이지만 우리에게는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백년도 못 사는 인간에게 지구의 변화는 너무 느려서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법입니다. 현재의 기후 환경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약 5만 년 정도 더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은 이 시기를 몇백 년으로 앞당겼습니다. 과학자들의 우려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환경의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편에서 관련 내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전병옥

기술마케팅연구소 소장. 고분자화학(석사)과 기술경영학(박사 수료)을 전공. 삼성전자(반도체 설계)에서 근무한 후 이스트만화학과 GE Plastic(SABIC)의 시장개발 APAC 책임자를 역임. 기술의 사회적ㆍ경제적 가치와 녹색기술의 사회적 확산 방법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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