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명] ⑮ 우리가 사는 보통의 마을이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강화도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유상용 대표 인터뷰

이 글은 2009년부터 강화도에 터를 잡고 ‘진강산마을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유상용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유상용 대표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서 공부하고 함께 일하고 나누고 사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야마기시즘생활실현지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현재는 지역 내 학부모 및 교사들과 함께 ‘진강산마을공동체’라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유상용 대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서 공부하고 함께 일하고 나누고 사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야마기시즘생활실현지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2009년부터 강화도에 터를 잡고 진강산마을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 질문: 이무열

Q. 강화도에서 진강산공동체를 시작한 배경과 어떤 분들이 어떻게 처음 시작하셨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진동(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의 줄임말, 이하 진동)은 강화군 양도면 지역에 있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의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만든 마을교육공동체입니다. 2016년에 임의 단체로 등록하여 출발하였는데, 2010년 양도초등학교에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하신 이00선생님의 교육방침과 인품에 공감한 도시지역의 부모들이 하나 둘 양도초 주변으로 이주하였고, 그 덕분에 폐교 위기에 있던 학교는 4년 만에 전교생 70명의 학교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교장선생님이 전근을 가게 되자, 부모들은 “흩어지지 말고 마을의 교육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뭉쳤고, 가까이 있는 산마을고등학교의 교육과 결합하면서 양도면 지역 내의 4개 학교(양도초, 조산초, 동광중, 산마을고) 학부모들의 연합인 ‘마을학교’를 거쳐 마을교육공동체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Q 진강산공동체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들을 해오고 계시지요, 진강산공동체 사업은 어떤 과정과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습니까?

진동의 약도. 사진 제공: 진강산마을공동체
진동의 약도. 사진 제공: 진강산마을공동체

단체로 등록한 2016년 이전에도 학부모들은 “아이들 교육도 있지만, 우선 부모들이 즐겁게 지내자”하면서 폐가를 함께 수리하여 사랑방을 만들고, 텃밭도 가꾸고 수요주점도 열고 했습니다. 단체로 되고서도 4년간은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은 운영진이 될 수 있었고, 월1회 정도 운영진 전원이 모여 사업방향도 논의하고 실무도 직접 하는 체제였습니다. 초대 대표를 맡은 산마을고 안00 교장이 교육적인 방향에 대한 제안을 많이 했고, 학부모들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부모들의 관계를 깊게 만들기 위한 대화모임 등을 진행했습니다.

작년에 제가 새로운 대표로 되어서는, 지금까지의 운영진 전원 회의 방식으로는 지속하기가 어려워, 일상적으로 사무와 운영을 맡아보는 5인의 사무국을 구성하였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300명 정도의 회원이 있는 밴드회원과 50명 정도의 정회원, 20명 정도의 운영진, 5명의 사무국으로 되어있고, 월1회 운영진회의에서 논의된 사안을 사무국에서 실행하거나 사무국에서 기안을 해서 운영진에 제안하기도 하면서 논의하고, 중요한 사안은 정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거나 밴드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할 때도 있습니다.

Q. 진강산공동체가 하고 있는 사업 중에서 모든 사업의 허브역할을 하는 핵심이라고 할만한 가장 중요한 사업은 무엇입니까? 그 사업과 다른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함께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진동’의 ‘송년 씨마켓(플리마켓) 축제’ 사진, 사진 제공: 진강산마을공동체
‘진동’의 ‘송년 씨마켓(플리마켓) 축제’ 사진, 사진 제공: 진강산마을공동체

진동의 사업은, 특별한 한 가지 사업보다는 마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빠뜨리지 않고 살펴서 배치하고 실행하는 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기별로 중점이 되는 것이 있는데, 작년부터는 교육부문과 마을부문으로 분류하여 활동을 해보고 있습니다. 초기 4년간 교육부문의 여러 프로그램을 잘 해왔지만, 앞으로의 과제는 지속가능한 마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해서 마을부문을 분류해낸 것입니다. 작년은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한 마을경제의 시도, 올해는 의식성장을 위한 마을인문학, 몸과 마음의 건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교육부문은 협동조합 마테(산마을고), 15살 인생여행(중등), 아빠축구-놀이(초등), 마을연찬회(학부모 대화), 음악회(큰나무 캠프힐) 등으로 공동체의 모든 세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쪽으로 해왔고, 특히 지역의 자람 도서관의 역할로 공동육아, 돌봄의 기능도 일부하고 있습니다.

마을부문은 2년 전부터 마을공유경제에 대한 준비를 해오다, 작년에 빵집, 밥집, 공방, 진동 사무실 등이 입주한 진동상회란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마을에는 좋은 길벗(아빠모임), 씨마켓(플리마켓, 축제), 음악밴드, 동네마음연구소, 산마을고 졸업생들의 움직임 등이 있습니다.

지역 전체에서 진동의 역할로 생각하는 중요한 점은 〈진동은 마을의 허브다〉라는 것입니다. 진동이 규모를 키우는 쪽보다는 지역의 여러 개인과 단체들이 진동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호혜적인 지역공동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거죠. 양도면 지역에는 아래와 같은 단위들이 있고, 점점 더 연결되고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양도초 , 조산초 , 화도초, 동광중, 산마을고, 양도포럼(양도면 초중고 교사포럼), 양도에서 지구살림(기후위기대응), 바람언덕공동체(주거 공동체), 큰나무캠프힐(장애우 공동체), 도장리풍물패(농업, 농촌문화), 친환경작목반 등등.

Q. 진강산공동체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입니까, 그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또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작년에 진동상회 건물을 짓고 입주하는 과정이 그 중 어려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전까지는 행사나 친목모임이 위주였지만, 경제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각자가 가진 경제관념, 소유의 문제, 토지와 경계 문제 등 기존 사회의 문제요소가 계속 튀어나오게 되었죠. 그럴 때 빠지기 쉬운 몇 가지 함정이 있더군요. “복잡하니까 그냥 따로 살아”, “일반적인 돈 관계가 오히려 깔끔해”, “기록 잘하고, 경계를 딱딱 잘 나누는 게 뒷말 안 나오고 좋아

실제 그런 심경으로 되기도 했고, 그렇게 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그런 경계지점이 몇 달간 몇 차례 있었지만, 우리가 그 경계를 넘어선 것은 각자 초심을 잃지 않았던 것과 지난 5년간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 나눌 수 있었던 대화모임 등의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과정을 넘고 나니, 각자 익숙했던 자기방식을 조금씩 양보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고, 작년에 형성한 기반이 순조롭게 성장하도록 힘을 쏟는 중입니다.

Q. 진강산공동체는 공동체 내외부의 분들을 모시고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동체와 인문학(마음)은 어떤 관계가 있고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사회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물질의 풍요 즉 경제가 필요하고, 그리고 사이좋은 가족과 이웃의 관계가 소중합니다. 그것들이 충족되어도 자신의 본성에 대한 추구는 또한 계속될 것 입니다. 실은 경제와 관계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마음공부 역시 공동체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정관념이 많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수 없는 마음상태는 경계가 많고 다툼이 많은 사회를 만들어내게 되고, 차별이 없고 모든 것의 이어짐을 아는 마음은 대립이 없고 순환이 원활한 공동체를 이루겠지요. 지금의 수직적 불평등사회는 인류역사의 어느 시기부터인가 자기중심적인 무리들이 주류가 되면서 생겨난 체제가 수천 년 지속되어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자신의 본성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평등한 공동체사회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사회가 올 것을 바라며, 진동에서도 그 바탕을 튼튼히 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해가려고 합니다.

Q. 진강산공동체가 진행했던 학습 프로그램 중에서 소개할 만한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어떻게 학습 프로그램을 결정하십니까? 또 진강산공동체에서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마을인문학(총14강)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자 도덕경 4회, 동학의 동경대전 4회, 빅히스토리 2회, ’바른 글쓰기 2회, 세계의 공동체마을 2회로 강사진은 모두 마을사람들로 이루어집니다.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 자급이라고 할까요? 혹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우선은 스스로의 힘을 확인해가는 것이죠. 진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고전 등 텍스트는 있지만 그것을 일상 속에서 해석하고 실천하는 길은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과 삶이 따로 있지 않고 일상에서 실천이 이루어지기 위해 마을인문학을 하고 있습니다. 또 혼자서는 지속하기 힘든 점도 있어서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죠. 기획된 강의가 끝나면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소모임을 구성해 공부가 계속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음공부와 대화모임의 중요성은 지난 몇 년간 절감했는데, 지금까지 해오던 대화모임이 약간 정체기를 맞아서 다른 방법도 모색하다가 고전 등 책을 통해 만나는 것 또한 사람들이 원하고 좋은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제가 제안하고 사무국에서 논의하여 기안하였습니다.

Q. 공동체는 관계가 중요한데 이에 반해 많은 공동체들이 구성원들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해체되는 일이 있습니다. 진강산공동체는 구성원들의 갈등을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고 계십니까? 공동체 시작부터 구성원들과 ‘연찬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찬회도 함께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진동에서는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해 인문학에 대한 학습뿐 아니라 마음공부 및 대화 모임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진강산마을공동체
진동에서는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해 인문학에 대한 학습뿐 아니라 마음공부 및 대화 모임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진강산마을공동체

연찬이란 고정관념이나 단정을 갖지 않고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 생각이 틀림없어!” 하고 버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어떤가 하고 듣고 싶어지는 마음의 상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6년 전 진동 초기의 마을 연찬회는 ‘마이라이프세미나’란 이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주에 한번 3시간 정도, 자신의 심경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내어놓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잘 듣는 가운데,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체험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4년 정도 계속하니까 더 이상 깊은 부분은 내어놓기도 처리하기도 힘든 지점이 왔습니다. 한 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더 나가기 어려운 곳에 도달한 것 같았고, 우리의 실력으로는 조금 쉬면서 방법적으로도 다른 길을 모색해봐야겠다 생각한 때에 코로나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뒤로는 여러 모임에서 실무적인 연찬은 하지만 깊은 마음을 다루는 기회는 갖지 못하고 인문학수업이 어느 정도 보완을 하는 중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의 의견을 듣는 기풍이 많이 생겨서인지, 큰 갈등이라고 할 만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가끔씩 새로 가입하여 회원으로 된 분들 가운데는, ‘회비도 내고 활동도 하고 있으니 내게는 이런 권리가 있다’하고 조금 강하게 나오시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규칙이나 정관상의 권리보다도 진동에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를 느껴서 주장을 버티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마 연찬회의 기운이 쌓여서 생긴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Q. 다른 공동체와 다른 진강산공동체만의 특이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진동은 의도적으로 결성한, 정신적 생활적으로 밀도 높은 공동체가 아니고, 한국사회 일반의 높은 교육열과 건전한 사회의식이 자연스럽게 모인 곳입니다. 이미 지역에 있었거나 새롭게 생긴 활동들이 잘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 보통의 마을공동체지요.

그런데, 그렇게 보통 사람들이 가진 바람들이 경계를 넘어서 서로 연결되어, 삶의 모든 요소를 갖춘 정말로 살만한 마을공동체로 점점 진화해가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것도 지속되고 쌓여가면 특별한 것이 된다고 할까요?

동학의 메시지처럼 ‘우리들 보통사람이 곧 하늘님’ 이듯이, 우리가 사는 보통의 마을이 이상적인 사회로 되는 길을 찾고 실현하고 싶은 것입니다.

Q. 오래 전부터 공동체 앱을 준비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동체와 디지털기술하면 먼저 ‘당근마켓’이 떠오르기는 합니다만 지역공동체에서는 아직 디지털기술이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앱을 기획하셨고 앱 개발이 끝나면 공동체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계십니까?

지역공동체용 앱은 제가 야마기시즘1 실현지라는 곳에서 살다가 나와서,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가 3년 전부터 IT기술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질적으로는 2020년 7월부터 5명의 청년개발자들과 함께 개발을 시작하여 1년 만에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앱의 이름은 ‘하나의 마을(하마)’로 정하였고, 생태, 영성, 문명전환 등의 가치를 갖고 실천하는 단위 공동체가 좀 더 폭을 넓혀 지역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려고 할 때 유용한 앱입니다. 앱의 기능은 마을 이야기, 마을행사 일정표, 물건과 재능의 나눔과 거래, 소모임방, 나의 이야기, 채팅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참여하는 공동체들 간의 교류기능도 있습니다.

앱을 사용하는 것을 통해 지역공동체 내의 경제적 순환이 원활해지고, 서로를 알고 함께 성장해가는 기회를 늘여서, 외부나 중앙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만한 지역공동체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더 진화해간다면 지금의 이기적 욕망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사회 구성의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진강산공동체는 앞으로 어떤 꿈을 가지고 있습니까?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를 넘어 날아오르듯이, 보통의 사람들의 공동체마을이 천천히 착실히 자라다가, 문득 물질과 제도와 정신이 고루 갖추어진 아름다운 이상사회가 되어있는 꿈을 꿉니다. 나비의 꿈이죠. ^^


  1. 자연과 인위의 조화를 도모하여, 풍부한 물자와 건강과, 사랑의 정으로 가득 찬 안정되고 쾌적한 사회를 목표로 하는 야마기시회가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이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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