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와 사회적 관계

일상화된 혐오와 차별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외부로 공격의 화살을 쏟아 보내며 자신과 다른 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고 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를 통해서 우리는 무너진 사회적 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계기로 사람 중심의 이해관계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관계로 새로이 배치되었으면 한다.

변종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전염 속도에 놀란 사회가 지나친 불안과 공포에 휩쓸리며 집단우울증 증세와 공황상태로 가는 듯하다. 하지만 인류가 진화하면서 바이러스 또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를 숙주로 공진화해왔다. 지금까지 인간과 바이러스는 마치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처럼 조화와 긴장의 경계를 가지고 함께 살아오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사스(SARS)와 메르스(MERS)에 이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등장과 확산은, 둘 사이의 비등한 경계가 무너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기후위기와 노령화 등과 함께 분명 인간사회가 약해진 어느 지점을 본 것이다. 그리고 면역력이 약해진 사회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중이다.

일상화된 혐오와 차별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외부로 공격의 화살을 쏟아 보내며 자신과 다른 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고 있다. by Macau Photo Agency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xrAADPPU4M
일상화된 혐오와 차별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외부로 공격의 화살을 쏟아 보내며 자신과 다른 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고 있다.
사진 by Macau Photo Agency

바이러스에게 틈을 보인 사회적 면역력은 무엇일까? 바이러스로 인한 역병을 막는 사회적 면역력은 사회적 관계다. 사람들을 연결하는 인정과 신뢰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너나 없는 돌봄을 만들어 주는 탄력적 관계 말이다. 이러한 탄력적인 사회적 관계가 경쟁과 낙오를 당연시하는 자유시장에 의해 전복되고 결국 심각한 불평등을 만들어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조화의 경계가 바이러스 쪽으로 기울어졌다.

돌아보면, 사회가 가져왔던 공감과 신뢰의 관계는 계약과 대응의 관계로 훼손되었고 인정과 조화는 상실된 채 낙인과 차별이 자리를 잡았다. 어느새 이성과 영성의 조화로 생겨나는 공감은 이제 물리적 이해관계가 전제된 일상의 계약관계로 바뀌었다. 일을 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의 판단 기준은, 이 일이, 저 사람이 ‘내게 얼마만큼의 이익을 줄까?’ 뿐이다. 이익이 모든 관계의 이유가 된다. 심지어 마음을 찾고 구원하는 종교조차도 죽어서까지 계속되는 이해관계 활동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신뢰 또한 자신의 생존과 안전욕구만이 우선되는 대응행동이 되었다. 실제로 집단감염이 일어난 청도대남병원은 신체와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신뢰하고 돌보는 것보다, 자기 주위에서 분리하고 격리한 무수히 많은 집단 대응활동 중 하나다.

일상화된 혐오와 차별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외부로 공격의 화살을 쏟아 보내며 자신과 다른 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고 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를 통해서 우리는 무너진 사회적 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흐트러진 마음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것은 결국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by Helena Lopes  출처: https://www.pexels.com/ko-kr/photo/697243/
흐트러진 마음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것은 결국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사진 by Helena Lopes

겪어보지 못한 위기와 아픔은 자신을 돌아볼 소중한 기회를 준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보건의료계는 이번 과정을 진단하면서 앞으로의 위기에 대비한 보건의료시스템 준비를 할 것이다. 이때 훼손된 사회적면연력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면역력이 되는 사회적 관계를 다시 만들고 다져 놓지 않으면 기후위기로 예견된 자연재해와 바이러스의 더 큰 위기 앞에 사회는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혼란은 위기를 더 크게 증폭시키는 진동자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생명이 가진 고유한 역동성은 다시 우리를 공감과 신뢰의 관계로 돌려놓을 수 있다. 흐트러진 마음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것은 결국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사람 중심의 이해관계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관계로 새로이 배치되었으면 좋겠다.

경험은 상처도 남기지만 희망도 심어준다. 그러니 이제 사람들을 만나 코로나19 사건에서 어떤 일이 나를 부끄럽게 하고 어떤 일이 나를 감동시켰는지 이야기를 꺼내 보자.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지 않고 격리한 시설이, 우한지역 등의 특정 집단을 문제시한, 옆 사람을 이유 없이 경계하고 손 내밀지 못한 태도가 나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대구로 달려간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광주와 대구의 달빛동맹이, 함께 힘내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를 울컥하게 하고 감동시키고 있다.

이렇게 감동이 주는 경험으로 사회적 면역력을 키워 나가자.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자.

괜찮다면 이제부터 ‘너를 위해’ 마스크 줄에서 한발 물러서자.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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