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장 인터뷰] ① 시민사회가 기술을 통제할 때, 지구가 식는다 – 전병옥 기술마케팅연구소 대표

탈성장 인터뷰 시리즈 첫 번째 인터뷰로 《기술마케팅연구소》 전병옥 대표를 만났다. 전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소형원자로, 핵융합, 에어로졸 솔루션과 같은 기술주의 해법은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민들의 자율혁신과 자율지성을 바탕으로 시민과학자들의 기술에 대해 통제된 가속주의만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신승철 : 오늘 《기술마케팅연구소》 전병옥 대표님을 모시고 ① 기후위기 대응 및 적응 기술, ② 기술과 생태민주주의, ③ 기술의 대안적인 여러 전략들과 관련하여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전병옥 대표님은 고분자물리화학을 공부하신 과학자이면서 기술경영학, 그중에서도 특히 탄소중립 기술혁신의 마케팅에 대해 연구하고 계시고, 최근에는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사이언스북스, 2022)를 번역하시기도 했습니다.

일단 첫 번째 얘기로 들어가 볼까요. 기후위기 가속화라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 기후붕괴까지 7년 후, 혹은 6년 후로 예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동시에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부분 또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올해 유럽의 상황들은 녹록치 않았는데요, 영국 경우에는 직장인조차도 씻지를 못하는 상황이,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수영장 폐쇄 조치까지 내려졌던 상황이, 또 이란 같은 경우 3년 동안 비가 거의 안 온 상황, 파키스탄에서 국토의 1/3이 잠긴 상황 등 나열하자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기술공학이 갖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에 대한 기술에 시민들도 굉장히 궁금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알려진 대응기술로서 탄소포집 기술이나, 황산염을 통한 인공화산재 기술이나, 심지어는 핵발전까지도 얘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핵발전이 그린택소노미로 분류된 사실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기술 혁신 중 어떤 해법이 과연 가능한지, 기술적인 차원에서 탈탄소화 방법만으로도 대응이 되는 건지 등 이런 것들이 걱정들과 함께 궁금증으로 다가옵니다.


◆전병옥 : 제 의견을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기술적인 해법만으로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보는 전문가들도 거의 없습니다. 기술에 대해서 매우 낙관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으로 100년, 200년과 같은 기술변동주기에 따라 기술적인 발전들을 도모하고 모색한다면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인류문명에게는 그만한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술과 조만간 상용화될 그런 기술들까지 다 포괄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해법만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기술적인 해법만으로 불가능

기후위기와 관련된 기술은 크게 보면 두 가지인데 기후위기라고 하는 게 결국 이산화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하고 있는 우리의 문명이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게끔 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어떻게든 포집을 해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모든 기술발전들은 이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탄소 중립까지 가서 증감의 넷으로 봤을 때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되지 않는 수준까지 가려고 한다면, 어떤 요인들이 대기 중으로 많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가라는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와 같은 분석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어떤 것이 중요원인인가’라는 연구를 통해 많이 진행되어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에서 이게 60%냐 61%냐와 같은 세부 결과는 발표하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어쨌든 간에 에너지 섹터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대략 한 4분의 3 다시 말해 한 75%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에너지 부분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장 큰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입니다. 여기서 현재의 에너지구조도 참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에너지 구조는 석유 그리고 석탄,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한 화석 연료가 있고 그 외에 우리가 보통 재생에너지라고 말하는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이 발전 방식이 있습니다. 신에너지라고 얘기를 해서 새로운 기술적 발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수소발전이나 핵발전 같은 경우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분류 체계, 즉 〈그린 텍소노미〉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요. 환경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만을 〈그린 텍소노미〉에 넣어서 집중투자 하자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또 한편에서는 그렇게 한다면 에너지의 전반적인 밸런스 즉, 에너지 믹스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신에너지라고 얘기되는 핵발전도 여기에 포함시키자, 또한 석유와 석탄이 화석연료 중에서 엄청나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금 더 청정하다고 생각되는 천연가스를 〈그린 텍스노미〉에 포함시키자 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모두 논란이 되고 있구요. 기술 혁신을 낙관적으로 사람들은 〈그린 텍소노미〉라는 분류 체계 안에 가용할 수 있는 기술들, 다시 말해 핵 그리고 천연가스까지 포함시켜 에너지원을 안정화시키려는 정책적 방향을 선호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 ‘탄소 중립을 2050년’까지 만들어 내는 걸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기준 대략 한 45%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켜야 되는데, 그런 로드맵을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재생에너지로 다 전환하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입니다. 그 판단이 최선이고, 정말 하다 하다가 안 돼서, 우리가 한 2030년쯤 돼서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라고 하면 정말 특단의 조치로 다른 방법도 떠올려보겠지만, 사실상 지금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들이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되어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답인 상황입니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모듈 같은 거 보시면 알겠지만, 모듈만 어디서 사와가지고 뚝딱뚝딱 하면 며칠 만에 즉각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근데 핵발전소 하나 새로 짓겠다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지금 어디다 새로 짓겠다라고 하면 비록 부지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저항이 무마되었다 하더라고 건설기간이 대략 5~6년 이상 걸리고요. 부지 마련까지 계산한다면 10년 정도의 기간이 부가적으로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핵발전은 적용하기 무척 힘든 프로젝트입니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한 선택사항이 아닌 셈이지요.


재생에너지를 대폭적으로 늘리고 거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만이 과학기술적으로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만 탄소 배출양을 우리가 원하는 로드맵에 맞춰서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탄소 배출에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들을 면밀히 검토한다면 에너지 부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의 유일한 솔루션이 재생에너지를 투자하는 것밖에 없다는 점은 명명백백한 현실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기술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원전은 불가능한 약속

또 한편으로 기존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것도 줄여야 하지 않을까 라고 하는 문제의식도 많이 진척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술도 만약에 진행이 빨리 된다면 탄소 중립에 도달하는 시간이 훨씬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술을 탄소 포집, 즉 〈탄소 포획, 저장 및 응용 기술〉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현재 탄소 포집에 대한 기술들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공장 굴뚝에서 배출하는 매연들부터 포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공장 근처에 간다고 하더라도 검은 매연이 나온다거나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은 국가들도 많지만,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들은 많이 개발된 상황입니다. 굴뚝이나 자동차 매연을 정화하여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아니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이 많이 개발이 되고 있는 반면, 포집되어 있는 탄소를 어떻게 써먹고, 저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여러 촉매기술들을 활용해서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재료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한 5년~10년 정도 이후에는 활성화될 거라고 판단됩니다. 배출하는 것도 줄이고, 배출되고 있는 탄소를 포획해 새로운 재료로 활용한다면 탄소 배출의 관계에서 기술적 해법이 탄소중립 로드맵 달성에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신승철 : 핵융합 에너지는 어떤가요? 최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핵융합 기술에 대한 축전과 보도자료를 전 세계에 타진했습니다. 최근에 상당히 가동 시간도 늘었으며, 상용화의 전단계에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핵융합에 대해 맹신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첨단농업, 스마트팜 하시는 분들이 핵융합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병옥 : 이것도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세대에 핵융합이 에너지 믹스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기술이 탄소중립 로드맵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우선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기술적인 것들을 자세하게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넘어야할 기술적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성공한다면 엄청난 혁신이기 때문에 계속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핵융합은 핵분열 혹은 핵붕괴에 의한 발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핵발전 혹은 원자력 발전 시스템은 굉장히 많은 방사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가 문제가 많습니다. 그런데 핵융합 기술은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핵융합 기술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인류는 에너지원에 대한 근심을 덜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 배출량의 4분의 3 정도가 에너지 분야에서 나온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 부분이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강력한 솔루션이 되기는 할 겁니다. 근데 갈 길이 멀고 전망은 뚜렷하지 않아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주 엄청난 기술혁신이 일어나서 새로운 기술적 도약 생기면 좋겠지만, 많은 과학기술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에 일치된 의견입니다.

핵융합은 먼, 아주 먼 미래에 있다

◇신승철 : 그레타 툰베리가 탄소 중립에서의 넷제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탄소제로로 가야된다고 선언을 한 바 있습니다. 탄소 중립이라는 구도는 탄소 순환까지 포함한 상쇄 요인까지 설정합니다. 그런데 그레타 툰베리 및 여러 기후 운동의 시니어들이 갑자기 탄소 중립으로는 더 이상 이 초유의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고 탄소제로로 가야 한다는 아젠다로 바꾸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동시에 도처에서 탄소 중립은 될 것 같은데 일단 그래도 탄소 제로로 가는 게 효과적이지 않겠나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병옥 :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탄소중립은, 탄소제로,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가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연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있으므로, 이 흡수량과 비슷한 정도로 배출량을 국한시키자는 개념입니다. 자연이 1년에 한 100만큼 흡수를 한다고 하면 우리도 100 정도는 배출해도 된다는 식의 발상이 탄소중립입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은 자연이 흡수하는 탄소 배출량이 과연 얼마인가라는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꼭 필요한 산업시설에서는 배출하자는 말이 가능한 것이 탄소 중립이 현재 개념인데, 그렇다면 자연이 흡수할 수 있는 양이 도대체 얼만인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 정도로 흡수를 지속할 것인가? 에 대해 계산해 봐야 합니다.

자연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다양할 것 같지만 딱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① 첫 번째는 식물이 흡수하는 겁니다. 식물은 광합성이라고 것을 통해서 탄소를 자기들 몸을 만드는데 씁니다. 그래서 탄소를 잘 흡수하는 식물들을 가지고 숲을 더 많이 만든다면 흡수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② 또 하나는 물이 흡수합니다. 바다가 일정한 양의 탄소를 흡수합니다. ③ 다른 하나는 탄산염암과 퇴적암이라고 불리는 광물들이 생성될 때에 여러 가지 미네랄들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포함하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흡수되는 양만 보면 광물들이 흡수하는 양이 압도적으로 많고, 바다가 흡수하는 양이 그 다음입니다. 광합성에 의해 식물들이 흡수하는 양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광물과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거의 한계치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라고 하는 점입니다.


오히려 광물이 흡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그동안 탄소를 몸에 가지고 있던 광물들이 기후 변화로 바뀐 생태계 조건들로 인해 거꾸로 탄소를 밖으로 배출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혀 새로운 이산화탄소 배출원이 생기는 거죠. 다른 하나는 바다도 지금 해양 산성화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산성화가 될 만큼 돼서 더 이상 이산화탄소 흡수 못하는 거 아닌가라고 하는 과학자들의 의문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다 밑바닥에 있는 탄소염암과 같이 바다 속 흡수나 육상의 퇴적암 형태의 바위가 흡수하는 것이나 기원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형태 모두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한계치에 온 것은 아닌가? 이미 포화 상태는 아닌가? 하는 의문들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숲은 의식적으로 조성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더 많은 숲을 조성하든가 아니면 현재 파괴되고 있는 숲의 양을 줄여가면서 뭔가 방법을 찾든가 등을 하지 않으면 그것도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양이 자연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자연이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에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량을 근본적으로 제로로 바꿔야지, 흡수량과 배출량의 절묘한 균형을 맞추겠다고 하는 탄소 중립은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품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조금 더 연구와 조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근본해법은 넷제로가 아닌 탄소제로


◇신승철 : 황산염 관련해서 묻겠습니다. 대기 중에 황산염을 뿌린다면 에어로졸 효과가 갑자기 유발되어, 생태계붕괴 형태로 나타난다는 설국열차의 배경이 되기도 했는데, 황산염이 어떤 작동과 양상을 보이기에 그런지에 대해서 얘기해 주십시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의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가능성을 높게 쳐주는 것이 황산염 공기 중 살포이지 않나요?

에어로졸 솔루션은 최후에 사용되어야 한다. 영화 설국열차처럼 인간의 기술이 생태계에 적용될 때, 그 결과를 인간은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다. 영화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포스터. 사진출처 : Jérôme Decq
에어로졸 솔루션은 최후에 사용되어야 한다. 영화 설국열차처럼 인간의 기술이 생태계에 적용될 때, 그 결과를 인간은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다. 영화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포스터. 사진출처 : Jérôme Decq


◆전병옥 : 에어로졸 솔루션이라고 하는데요, 그 솔루션은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 이렇게 비유하고 싶습니다. 중증 환자가 있으면 몰핀이나 안정제를 투여하기도 하는데 환자의 증세가 아주 심하지 않으면 적당한 양, 다시 말해 나이라든가 몸무게라든가를 고려해서 적당한 양을 투여합니다. 그런데, 환자가 죽기 바로 직전이라면 극한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지요. 일단 최대량을 주입하여 시간을 벌고 그 사이 다른 대책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황산염 혹은 황산철 등 황화합물을 활용한 기후 대책이 바로 그런 방법입니다. 〈탄소중립 2050〉 로드맵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2049년에 우리가 한번 고민해 볼 방법일 것입니다.

물론, 에어로졸 기술은 더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따져보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적당한 기술을 개발한 후 우리가 급해지면, 적용을 고민해 봐야겠지요. 그렇게 말씀드린 이유는 강제적으로 온실 효과를 줄이는 효과를 가진 화학물질을 써서 지구 평균 온도를 단기적으로 1도나 2도 정도 끌어내린다면, 다른 국면이 부상합니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현재의 지구 온난화도 몇 천만 년 몇 백만 년 이렇게 가야 되는 변화가 갑자기 몇 백 년 만에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데요. 이런 에어로졸의 방법은 몇 년 만에 그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 생태계에 궤멸적인 타격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말씀드린 것처럼 마지막 순간에 고민해 볼 방법입니다. 현재 여러 국가연구기관과 공공연구기관에서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런 기관들에 연구를 맡겨 놓고 우리는 좀 더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에어로졸은 최후의 솔루션

◇신승철 : 이번에는 한국 내 부분으로 좀 넘어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원전 같은 경우에도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냉각수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원전도 사실 대안이 될 수 없다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작년에 냉각수 10도 안전치 기준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5도로 높여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것은 사실 바닷물 온난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결국 원자력도 가동되기 어렵다라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시민단체들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판단에 대해서도 좀 수긍해 볼 만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병옥 : 원자력 발전은 사실 좀 여러 가지 고민해 봐야 될 사항들이 있습니다. 무조건 반대하면 제일 편하긴 한데 이제 갈등하게 하는 요소들이 있기는 있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만약에 〈탄소중립 2050〉 로드맵을 진행시키면, 2030년 즈음엔 일종의 중간평가를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로드맵을 우리가 못 맞추겠구나라고 하는 것이 명확해진다면, 핵발전이 강력한대안으로 떠오를 겁니다. 참고로 저는 원자력 발전이라기보다는 핵분열 발전이라는 말을 선호합니다.


지금도 이 산업에 계신 분들은 핵발전을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근데 저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힘을 얻을 거라고 봅니다. 불안한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되고 있고요. 그리고 실제로 핵발전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전문가들이 입장을 변경하고 있기도 합니다. 유럽에서 〈그린 텍소노미〉에 핵발전을 포함시킨 것도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핵발전 찬성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원료로 사용하는 우라늄은 비교적 풍부한 물질이고, 핵발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점입니다. 그 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핵발전 산업도 기술혁신에 있어서 놀고만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비록 핵을 보관하는 핵 저장소에 대한 방법은 아직 못 찾았지만, 방사선 방출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한 발전방법은 개발했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소형 모듈식 원자로 혹은 진행파 원자로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빌게이츠가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면서 각각의 정상들 만나 쿡쿡 쑤시고 있는 기술입니다. 빌게이츠가 투자한 미국의 〈테라바이트〉가 이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의 내용을 쭉 들여다보면 결과적으로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냉각수를 냉각시키는데 물을 쓰지 않아 굳이 바닷가에 지을 필요가 없으므로 내륙에 지울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이 기술을 활용해 재생 에너지가 미처 닿지 않는 곳에 설치하면 송전망의 안정을 추구할 수 있고, 탄소중립에 이르는 길이 빠를 것이다.’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의 요지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새로운 핵발전 기술은 기존의 핵발전소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 가동되고 있는 핵발전소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아무 의미가 없어요. 아까 우리 박사님 말씀해 주신 것처럼 냉각수를 어떻게 해야 된다 등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책과 연결점이 없구요. 따라서, 그런 것들은 귀담아 들으실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아예 무시하시는 게 낫고요. 새로운 원자로를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이 솔깃하게 들리지만, 기후위기의 티핑포인트가 몇 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어느 세월에 상용화하고, 기술혁신을 일으켜서 정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한 다음 전 세계에 짓고 하겠습니까. 근데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는 환경에 굉장히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는 시행착오일 텐데 그런 걸 감수할 만한 그런 지역 공동체나 국가가 과연 있을까요?

그런데, 핵기술 산업에서는 요새 한국이 화제입니다. 그런 것들을 감수할 만한 지역 공동체가 없는데, 한동안 중국이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가 미국이랑 사이가 틀어지는 바람에 무산되었거든요. 따라서, 이 산업의 관계자들은 조금 낙담하고 있었는데, 마침 가장 좋은 인프라 조건을 갖고 있으며, 핵발전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정치 지도자가 나타난 겁니다. 빌 게이츠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한국이 아주 천국처럼 보일 겁니다. 그렇게 추진하기 위한 노력들이나 투자를 대놓고 할지 아니면 뒤로 은밀하게 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정말 눈 부릅뜨고 한국의 시민사회가 감시해야 될 일 중에 하나입니다. 아마 분명히 시도는 할 것이고, 사실 이미 조짐이 보입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어느 세월에?

◇신승철 : 대응 부분은 어느 정도는 얘기가 된 것 같은데, 적응 부분은 어떤가요. 적응의 기술로서 라이프라인과 같은 부분이 핵심일 것 같습니다. 제3 세계 경우는 라이프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한국에서는 라이프라인 기술을 적응의 방법으로 수출하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라이프라인도 없는 상황인데도, 물 수집기나 물 포집기, 해수 담수화시설 등의 얘기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적응의 핵심부분인 물 부족에 대한 기술적인 출구전략은 없을까요?. 어떤 적응 기술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전병옥 : 적응 기술은 스케일 면에서 보았을 때, 아까 말씀드린 에너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스케일입니다. 적응 기술이야말로 시민사회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개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왜냐하면, 우리 동네의 문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 어떠한 적응 기술들이 있느냐, 굉장히 많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크게 보면 몇 가지가 범주로 나누어집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숲을 어떻게든 더 늘리거나 아니면 숲에 있는 작목들을 탄소 흡수력이 좀 높은 것들로 교환하거나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숲을 파헤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거기다 나무를 다 밀어버린 후, 돈이 되는 작물을 심으려고 그런 거잖아요. 대부분 농사하고 싶어서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하지 말고 농사와 더불어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을 해보자, 물론 다 갈아엎고 농사짓는 것보다는 수확량이 좀 작을 수는 있지만 아무튼 수확량도 일정하게 얻을 수 있으면서 녹지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많은 시도가 되고 있구요.

물 이용에 대해서도 많은 기술이 있습니다. 해수 담수화 기술도 어느 시점인가 필요할 거고 오히려 지금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것은 파키스탄 사태처럼 담수가 부족한 물 부족과 더불어 집중적인 폭우가 쏟아지기 때문에 기존에 관계 시설들이 기능 상실을 하는 경우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100년 만에 오는 비, 150년 만에 오는 비 등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이 매년 경신되고 있습니다. 그런 스케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관개시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라는 지점에서 이런 시설을 대폭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또 실시간으로 현재 구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고 이 구름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 및 예측을 할 수 있는 빅데이터와 AI 기술들도 많이 개발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큰 스케일로 벌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그리고 해류 같은 경우에도 지금 드론이 하늘만 나는 드론이 있는 게 아니라 잠수함처럼 바다를 가는 드론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런 드론들을 가지고 현재 지금 바닷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런 것들도 관측하려고 하는 연구조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봐서 이제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감시합니다.

최근에는 식량 문제가 또 하나의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가장 눈여겨볼 만한 식량 기술은 배양육입니다. 인간이 고기를 – 물론 고기를 안 드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 안 먹겠다는 방향으로, 과연 포기할까라고 생각한다면 일부는 포기하겠지만, 대부분은 집착할 텐데, 퇴로로서의 대안적인 것들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런 대안적인 것들 중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해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등심 따로 삼겹살 따로 이런 식으로 고기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구요. 특별히 이제 도축을 하거나 가축을 기르거나 그런 과정이 없기 때문에 훨씬 더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평가는 대부분 좋은 것 같아요. 먹어봤더니 괜찮더라, 내가 알던 고기 맛이더라고 얘기들을 많이 해서 그런 쪽으로도 육식과 같은 먹거리에 대한 욕망도 많이 개선이 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소를 많이 키우는 이유 중에 하나가 우유 제품들의 생활화 때문인데 귀리와 같은 곡물을 활용한 대체 우유 기술들이 상용화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귀리를 키우면 식물들이 탄소를 흡수할 수도 있고, 또 우유 같은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이런 공급원이 되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 회사가 많습니다.

아무튼 제가 자료를 정리하면서도 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기술들이 지역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대규모로 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 지역에 최적화되어 있는 그런 기술이 무엇일까를 고민하시면서 많이 진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논의가 활발한 곳들을 보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와 거버넌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지방 정부들 간의 활발한 논의구조가 생성되면서 더 좋은 방향을 찾으려고 하는 시도들이 많아질 겁니다. 민주적인 성숙도가 높은 곳일수록 이러한 지역 단위의 적정 기술과 대응 기술들이 적극적으로 모색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런 부분이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될 것 같습니다.

라이프라인 구축에 시민사회단체가 역할을 해야

◇신승철 : 예전에 지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시민과학 혹은 과학상점 운동에 대해서 혹시 아시는 부분이 있으십니까?


◆전병옥 : 잘은 모르겠는데 한국도 그런 시도들이 여러 번 있었던 걸로 제가 압니다. 제가 끝까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시민과학이 시작되는 논의의 장에 참여한 경험도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 우리 동네에 맞는 최적의 과학기술적인 해법이 뭔가라고 하는 것들을 과학자들한테 맡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오히려 시민사회단체와 과학자들이 같이 만나서 솔루션을 도출해내고 지역에서 꼭 필요한 것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라이프라인의 구축은 시민사회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때 가능할 것이다. 시민사회가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가져야 한다. 사진출처 : UNICEF Ethiopia
라이프라인의 구축은 시민사회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때 가능할 것이다. 시민사회가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가져야 한다.
사진출처 : UNICEF Ethiopia

기업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든가 아니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거나, 시민들 간에 또 아주 작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관련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거나 물물 교환 형식으로 교환하는 아이디어들의 활동의 형태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굉장히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런 것들이 더 발전을 하면 암스테르담과 같은 도시처럼 시민사회단체들이 역량을 확보하면서 아예 도시 정책 일부를 시민협의기구에 의해 직접적으로 제안하거나 아니면 도시 정책하는 과정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이런 걸로까지 발전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어느 순간 갑자기 누구누구 모여라라고 해서 우리 도시 정책에 뭘 해라라고 하면 역량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명망가 위주로 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선례들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과학 상점이나 시민과학 등은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들을 통해 역량을 쌓아가고 그런 것들이 이제 자연스럽게 정책화되거나 혹은 산업화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겠죠.


◇신승철 : 사실 생태적지혜연구소도 과학상점에 대해서 열망이 있어서 지역에서 과학상점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으로도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아직 과학기술에 대한 판을 벌일 수 있을 만큼 혁신적 마인드나 기술적 솔루션을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에는 그러한 상상력을 연결시킬 네트워킹을 통해 뭔가를 이루어 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어떨까요? 생태적지혜연구소에 과학상점을 장착한다면?


◆전병옥 : 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꺼번에 많은 것을 초반에 이루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하나하나 제시 가능한 것들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한다면, 기존에 나와 있는 여러 아이디어들도 많기 때문에 유의미한 일이 될 것입니다. 과학기술 연구소에 대신 맡겨서 진행하더라도 그 솔루션을 잘 적용하는 것 또한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단위 문제해결, 시민과학 운동


◇신승철 : 기술과 민주주의 관련한 질문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오늘날 생태민주주의는 사실상 기술과 화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기본적인 메카니즘으로 간주되고 있는데요. 가속주의는 MMT(Modern Monetary Theory)를 통한 화폐의 가속주의와 닉 서르닉의 기술의 가속주의 그리고 자본과 권력이라는 봉건제 잔재를 분쇄하는 민주주의 가속주의라는 3가지 가속주의가 있습니다. 화폐의 가속주의인 MMT는 부채 화폐를 양적 완화의 형태로 돈을 찍는 것이 아니라, 주권화폐를 기반으로 시민의 살림과 기본소득을 위해서 돈을 찍는 것이라고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가속주의는 닉 서르닉에 따르면 기술 발전이 자본주의를 주파하게끔 만드는 그런 가속주의입니다. 기술 발전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의 방법론이 문재인 정부 때도 좀 적용이 됐었는데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포용사회라는 세 가지 방법론으로 작동했지요, 가속주의가 민주주의를 자본주의를 넘어설 만큼 가속할 수 있는가가 열쇠라고 한다면, 성장주의의 혐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느냐 이런 어떤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병옥 : 저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먼저 기술 가속주의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AI와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알고리즘 중심의 기술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점점 더 시간이 많이 지나면 일정한 부분에서 특이점을 넘어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는 부정적인 형태의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기술 가속의 상황과, 그게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플랫폼 중심의 어떤 일들이 벌어진다거나, 아니면 빅데이터라든가 이런 분석 중심의 작업들이 훨씬 더 활발하게 진행이 되면서 과거에는 한 10명 정도가 하던 일들을 지금은 한 3명 정도면 충분하게 할 수가 있고 불과 몇 년 후면 그것도 1명 정도로 줄 것입니다. 그렇게 줄어든 일자리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일자리가 있는가 하면, 물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제가 보기에는 부정적입니다. 노동력은 경제 구조의 핵심 위치를 조만간 잃게 될 것입니다. 내 주변에서는 그렇지 않던데 라고 안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만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지 사람이 필요치 않는 상황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제3세계로 넘어가면 그런 현상들이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기술의 가속주의라고 하는 측면은 우리가 통제를 할 수 있든 아니면 통제 영역을 벗어나든 간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관점은 이러한 기술 관련한 내용들이 실제로 우리가 예상한 범위대로 진행될 것인가 라고 하는 것에 많은 걱정을 하게 됩니다. 항상 그래왔지만 우리는 이 쥐라기 공원처럼 이러저러한 생물학적 기술들이 개발되어서 그 기술들을 가지고 우리 통제 영역 내에 완벽하게 제어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어도, 아무리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예상 밖의 부작용은 언제나 발생하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과연 우리가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기술 가속주의에 의해 파생되는 현실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시민사회단체나 시민들의 참여에 의해 이 부분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 방식을 사전에 확보해야 합니다.

◇신승철 : 사실 기술 가속주의 같은 경우에서도 그린 뉴딜과 녹색 성장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 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됩니다. 그건 좀 폐부를 찌르는 질문인데 그런 질문들에 대해서도 대답을 잘 못했던 점들 이런 것들을 보더라도 사실 기술 가속주의가 그렇게 해서 크게 성장주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또는 아까 일자리 소멸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했지만 빅데이터가 쌓이고 누적되어 사람을 대체할 최적의 기계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빅데이터의 누적과 딥 러닝을 통한 분석과 알고리즘을 통한 통제 등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술에 대해서 대강 알더라도 금방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전병옥 : 예전에 우리 생태적지혜연구소에서 진행했던 어떤 강의 프로그램에서도 말씀을 드린 기억이 있는데 기술만을 중시하는 그런 기술적 관료주의와 독재자가 만나면 최악일 겁니다. 기술의 민주화는 시민이 제어권과 통제권을 기술에 대해서 행사할 때 가능합니다. 독재권력이 작동시키는 기술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지배 시스템이 될 것이고, 지금 중국에서 슬금슬금 보여지는 모습들처럼 사람의 얼굴을 빅 데이터 형태로 모두 확보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프로파일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으로 통제를 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납니다. 그것은 주민등록증 사진과는 차원이 다르고, 곳곳에 CCTV가 전국에 퍼져 있고, 그 정보를 분류 작업을 하겠다는 의도와 같습니다.
이미 그런 통제와 감시 기술은 상당 부분 진행이 됐을 거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도 서울 시내에서 끝에서 끝까지 자동차 타고 가면 대략 CCTV를 천 번쯤 거치게 된다고 합니다. 한국의 CCTV는 권력이 그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하지는 않는다고 우리는 철썩 같이 믿고 있지만 그것도 모르는 거죠. 기술이 가속화되는 건 개인적으로는 우리 과학자처럼 과학을 공부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척 신나는 일이긴 해요. 과거에는 생각만 했던 일들이 실제 벌어지면 어떻게 되나라는 것을 목도할 수 있으니까 흥미롭고 호기심이 많아지고 신나는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술이 그냥 고삐 풀린 망아지를 넘어서 고삐 풀린 무슨 무슨 미사일 같은 것이 되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것을 반드시 누군가가 통제하고 있어야 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 단체에 의한 숙의민주주의와 통제권 확보가 중요합니다.

시민사회의 통제 없는 기술은 통제사회의 도구

◇신승철 : 사실 기술의 가속주의는 어찌 보면 약간 좌파적 동화 같은 그런 느낌도 많이 들어요. 오히려 민주주의 가속화는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됩니다. 민주주의를 가속해서 정말 권력을 분산하고 어떤 민주화하는 것들이 필요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술의 가속화는 오히려 ‘관료주의=기능주의=자동주의’의 폐해를 남긴다는 점은 대부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회의감을 그대로 갖고 있고 독재 권력이 발생한다면, 기후마오저뚱주의 혹은 생태 권위주의가 대두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생태민주주의를 전략으로 하고 생태 권위주의를 전술로 하자라는 논의조차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프랑스나 퀘벡주 같은 경우는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전술적으로 보이면서 목욕 금지, 수영장 사용 금지, 와인 한병 이상 금지 이런 식으로 규제와 통제를 또 하더라고요 그래서 근데 사람들이 또 재미있다고 하면서 그 재미있다는 반응 하에서 이달고 파리시장이나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정부가 정책을 현실화하고 있고, 정부 발표에 대해서 대부분 따르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규제는 시민들이 민주적 역량을 통해서 생태 권위주의적인 발언을 전술적으로 따르면서 구체화할 수 있다는 재밌는 현상이 또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략을 생태민주주의로, 전술을 생태 권위주의로” 이런 최근의 현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전병옥 : 글쎄요. 제가 깊게 생각해 본 부분은 아닌데요. 저는 생태 권위주의라고 하는 것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태 권위주의라고 하는 게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현재의 생태계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독재적 방식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기후 마우쩌둥주의의 기대와는 달리 정치인들이 기술 가속주의라고 하는 매우 효율적인 기술을 통해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아까 가속주의가 3개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민주주의, 화폐, 기술이 그것이지요. 그런데 민주주의와 화폐는 뭔가 합의점이 있고 서로 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진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기술은 그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알게 모르는 사이에 휙 가버린 상황이 돼버려 이미 아주 높은 수준의 기술들이 많이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이지요. 기술에 대해 어떤 새로운 정책을 펼 때 조금이라도 독재적인 혹은 독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면 처음에는 위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술도 더 막강해질 거고 그런 과정에서 이제 세대를 거듭하면서 좀 자기한테 주어지는 권한을 권리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정말 기술적으로 통제 가능한 쥬라기 공원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죠. 저는 그렇게 봅니다.

◇신승철 : 민주주의의 가속주의와 화폐적 가속주의와는 달리 기술에서는 약간 오히려 맹목적인 어떤 충동과도 같은 그런 어떤 자동주의적인 가속주의가 있다고 전병옥 님께서는 보시는 거죠. 저도 그런 입장에 대해서는 긍정합니다. 기술 가속주의가 시민들의 통제권에 있는 것이 있고, 시민들의 통제권에 없는 것도 있다고 생각랍니다. 근데 좀 그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제 좀 시간이 허락한다면 탈성장과 같은 대안에 대해서도 얘기하면 좋겠습니다. 탈성장과 관련된 기술적 대안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전병옥 : 탈성장 관련해서 우리가 이제 전기를 좀 덜 쓰고 이런 것들에 해법을 찾아보자, 다시 말해 그동안 에너지를 쓴 부분이 100이라고 하면 97, 96, 95 이 정도 조금만 양보해서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는 거지 전기 자체가 없는 촛불을 키는 삶으로 가자는 것이 탈성장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조금만 양보하고 양해하는 수준도 사실은 비대칭적입니다. 그래서 제1세계가 현재의 기후위기에 직접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고, 한국도 여기에 포함돼야 되고요 이런 1세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탈성장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된다면, 제2세계 제3세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탈성장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녹색 성장이라고 하는 부분에 조금 더 중점을 둬야 되는 이런 식으로 여러 상황이 좀 비대칭적으로 진행이 돼야 된다고 보는 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아주 이상적인 경우고 사실은 탈성장을 얘기했을 때 과연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살라고 했을 때 그걸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여러 가지 이제 현실적인 걱정들은 많이 있지만 그런 현실적인 걱정들을 뭐랄까요. 좀 보완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저는 기술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탈성장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술들 그래서 우리가 인터넷을 유튜브를 혹은 인터넷을 하루에 5시간을 쓰는데 5시간을 써야 돼서 내가 얻어야 되는 만족도가 있다면 그거를 여러 가지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서 4시간만 써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것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거나 혹은 각자 개인화되어 있는 여러 가지 특히 스마트 기술들이 발달해가지고 똑같은 에너지를 쓰지만 혹은 그전보다 적은 에너지를 쓰지만 현재 누려볼 수 있는 정보의 양이라든가 혹은 문화적인 욕구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충족이 된다면 가능하잖아요. 내가 탈성장하는지도 모르면서 은근히 탈성장할 수 있는 이런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이 이루어져야 될 거고요 그런 것들이 좀 더 중첩이 될 수 있는 그런 상황들이 저는 탈성장이 조금 더 우리 사회에 좀 빨리 적응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승철 : 사실 그 플랫폼도 잘 활용을 하면 사실 커먼즈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 당근마켓 같은 커먼즈잖아요. 거의 그 기술 적용에서 그런 어떤 궤도로 이행이 가능하고 어떻게 플랫폼으로만 머물지 않는 기술로 이행할지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이 됩니다.


◆전병옥 : 네, 지금까지 여러 말씀들을 쭉 드렸지만, 이런저런 상황들을 추진해야 될 사람들은 결국 시민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제가 착목하는 건 집단지성, 자율지성, 그것밖에는 없습니다. 조금 더 활발하게 우리가 방금 맞게 말씀을 해 주셨지만 그런 이제 플랫폼들을 조금 더 활용을 하고, 그리고 시민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엄청난 혁신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러 소소한 혁신들이 이루어진다면, 과학상점과 같은 것도 그런 측면에서 상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의 어떤 자율혁신과 자율지성이 유일하게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에 저는 확신합니다.


◇신승철 : 자율지성, 자율혁신 등은 커먼즈경제에 대한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창안과 발명을 일으키는 지역에서의 과학상점 운동을 상상하게 합니다. 전병옥 대표님, 오늘 귀중한 자리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인터뷰는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2S1A5A2A03055235)

故신승철

1971.7.20~2023.7.2 / 평생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마지막 4년 동안 사람들 속에서 '연결자'로 살다 가다. 스스로를 "지혜와 슬기, 뜻생명의 강밀도에 따라 춤추길 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락(共樂)하고자 합니다. 바람과 물, 생명이 전해주는 이야기구조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하는 글쟁이기도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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