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장토론회 특집] ⑤ 탈성장 전환에서의 생태헌법 정신 – 주민주권, 지구법, 생태조례

국민주권, 즉 자치권은 땅의 권리의 핵심이다. 지구법은 지구를 법적 주체로 보고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제정되고 있다. 환경친화적 실천을 촉진하고 법적 주체로서 지구를 보호하는 생태 조례는 지구를 지키는 토대가 될 것이다.

I. 문제제기

본 연구는 주민주권 개념을 살펴본 뒤, 그 실현의 구체적 내용으로 지구법을 살펴본다. 지구법의 내용을 살펴본 뒤에는, 그 현실적 실현 가능성으로서의 생태조례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서 주민주권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구법의 개념을 살펴본다. 그리고나서 지구법 개념을 바탕으로 생태조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주민주권과 지구법

1. 주민주권

주민주권 개념은 주권 개념의 새로운 시대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박경철(2006)에 의하면 “정치공동체의 조직원리로서 주권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전제로 하므로 일정한 가치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이유로 주권론은 항상 일정한 가치와 관련하여 나타난다. 군주주권 혹은 국민주권 등과 같은 주권론은 시대의 변천과 역사의 발전에 따라 그때마다 새로이 형성되는 일정한 가치를 실현하면서 정치공동체의 통일적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통치질서의 조직원리이자 이런 가치에 봉사하는 통치권을 정당화하고 통제하는 원리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다.” 즉, 다양성에서 통일성으로 이행하기 위하여 사용했던 주권 개념은 다시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그 축이 이동하고 있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주권 개념으로서 주민주권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이를 김찬동(2022)은 ‘자치입법’으로 개념하고 있고1, 곽현근(2020)은 “주민주권론은 국민들로 하여금 지역단위의 관심과 필요 및 여건에 맞는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결정을 국가보다 작은 규모를 가진 지역단위로 분권,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국민주권론을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2고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박채정, 최태현(2021)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주하는 의미를 강조하며, 땅과 사람 간의 계약이자 관계를 말하고 있다. “땅은 국민주권의 영토와 같이 인간 활동의 객체가 아니라 인간 활동을 틀지우는 공존적 주체이다. 공동 주체로서 땅의 권리는 물론 인간에 의해 역사적으로 규정될 것”3이라고 하면서 땅의 권리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땅의 권리가 생태신학자 토마스 배리가 주창하고, 남미와 뉴질랜드, 미국 등의 일부 국가가 실정법으로 입법화하고 있는 지구법 또는 지구법학이다.

2. 주민주권의 구체적 실현 내용으로서의 지구법

지구법은 법적 주체의 문제이다. 법적 주체로 근대법은 자연인과 법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정신과 물질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데카르트주의의 산물이다. 정신은 법적 권리주체이고, 물질은 법적 권리객체이다. 사유 속성을 가진 권리주체는 존재이고(cogito ergo sum), 연장 속성을 가진 권리 객체는 권리 주체의 소유물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들이 생겨난다. 바로 회사, 국가 등 단체를 어떻게 법적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법학자들이 만들어낸 개념이 법인이다. 법인은 법적 인간 혹은 법적으로 의제된 인간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실재 인간은 아니지만 법에서 인간, 즉 권리주체로 보겠다는 것을 말한다. 회사는 동인도회사가 그 시원이어서 약 500년 정도 전에 만들어진 법개념이다. 근대국가 역시 그와 유사한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역시 만들어진 것이다. 근대적 개인의 발명과 동시에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단체를 법적으로 처리할 필요성이 생겼는데 그때 사용되는 법개념이 법인인 것이다.

지구법은 지구를 법적 주체로 보는 것이다. 박채정, 최태현(2021)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땅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땅이 없는 인간 존재는 불가능하다. 사유 속성만을 가진 법적 권리주체로서의 자연인은 불가능한 것이다. 즉, 위와 같은 데카르트적인 맥락에서만, 물질을 배제한 정신의 측면에서 사고한다면 땅을 배제한 인간을 상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먹고,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식물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다. 이러한 공존적 주체에 법적으로 권리주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지구법 또는 지구법학이다.

그리고 이것이 입법화되기 시작했다. 2008년 에콰도르가 헌법에 이를 입법하였고, 미국에서는 피츠버그 시(2010)와 산타모니카 시(2013)가 조례로 이를 입법화하였으며, 2011년에는 볼리비아가 법률로 입법하였다. 2017년에는 뉴질랜드가 이를 역시 법률로 입법하였다.

III. 생태조례

이처럼 지구법 또는 지구법학은 다양한 법형식인 헌법, 법률, 조례 등으로 구체화되었지만, 위에서 제시한 주민주권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자면 조례가 적합한 법형식일 것이다.

1. 타 지방자치단체의 사례

대한민국에도 입법된 조례 중에서 ‘생태도시’라는 개념을 사용한 조례들이 있다. 과천시 생태도시 촉진 및 자연환경 보전에 관한 조례 제2조 제1호를 보면 생태도시는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자연생태계가 가진 속성인 다양성, 자립성, 순환성, 안정성에 가깝도록 계획되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생할 수 있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의 유기체’라는 개념이 위에서 말한 공존적 주체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땅에 거주한다는 인간의 속성을 바탕으로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2. 대전시의 정체성

이에 대전시에서 주민발의로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자 한다. 대전은 과학도시라고 불리운다. 생태학자 유진 오덤의 생태학 책의 부제는 ‘과학과 사회의 연결(다리)’이다.4 과학을 표방하는 대전은, 대전시로 관념할 때에는 사회도 포함되기 때문에, 과학과 사회에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생태도시로서도 충분히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러한 유기체로서의 생태도시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를 위해서는 프리초프 카프라 같은 버클리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에서의 양자혁명이 영국과 독일의 낭만주의 운동에서 생겨났다고 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5 아름다움은 경계를 넘어서는 힘이 있기 때문에 공공예술을 통해 위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2023년 아르코 공공예술 사업에 응모하였고 1차 심사를 통과하고 2차 발표를 12월 15일에 해서 12월 20일에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최초로 자연의 권리 조례를 대전시에 제정하고자 한다.

3. 공공예술

위에서 말한 물리학자 카프라와 법학자 마테이가 저술한 『최후의 전환』을 인용해보자. “영국과 독일 낭만주의자들은 철학과 예술,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대화는 시에서 생물학, 미학, 역사학, 인류학 등으로 쉽게 넘나들었다. 생물학에서 그들의 중심 주제는 유기체의 본성에 관한 것이었다. 괴테는 이 운동의 주요 인물이었는데, 그는 자연을 ‘하나의 위대하고 조화로운 전체’로 보는 낭만주의적 견해를 제시했다… 생명의 시스템적 개념을 사회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것은 생명의 기본 패턴과 조직원리, 곧 생명 네트워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사회의 실제에 적용한다는 뜻이다…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의사소통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피드백이 이루어지며, 이는 결국 문화로 알려진, 믿음과 설명, 가치의 공유 체계를 생산해내고, 추가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이러한 문화를 통해 개인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성원으로서 정체성을 획득하고, 네트워크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기의 고유한 경계를 생성하는 것이다.”6

위 서술에서 말한 것처럼 아름다움은 경계를 넘는다.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의 연결을 시도하였고, 유교에서도 예와 악을 중시하였는데, 예는 사회적 규범이고 악은 사회를 통합하는 예술의 원리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예라는 사회적 규범은 미약하게나마 존재하지만, 사회를 통합하는 악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통합의 원리가 위축되어 있는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의 논의 중에서 공공예술을 주목해 본다.

공공예술은 단순히 도시의 외관을 보기 좋고 깨끗하게 디자인하거나 조각품 등이 공공공간에 놓여 다수의 사람이 누리게 하는 것 정도의 기존 인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 매체의 전통적 경계 구분을 개의치 않는 예술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장르 공공예술’ 개념을 사용한 일군의 작가들은 다양한 공동체 문화 속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공공장소에서, 공공적 관심을 가진 예술로서, 즉 대중들에게 말을 거는 벽화로부터 폭력, 보건, 생태, 환경, 에이즈 등의 이슈에 대한 사회적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에서의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는 공공예술의 활동이 사회분석과 민주화 과정에까지 밀접한 연관 고리를 가지면서 공동체 구성원의 내적, 외적인 전환에 예술가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공동체 구성원인 주민은 공공예술을 통해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자신의 문제와 과제를 인지하고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하고,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권리나 규범 등에 대해 다름과 차이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받았다.7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공공예술은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을 연결시키는 통합의 작용이다. 위에서 말한 과학과 사회라는 측면에서 말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생태학이라는 과학은 우리가 물질, 에너지, 정보의 측면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사회의 측면은, 이처럼 서로 연결되는 공동체, 공공예술, 법, 커먼즈의 측면을 말한다. 이러한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것이 본 연구가 시도하는 바이다.

4. 주민발의

주민주권의 내용이 위에서 살펴본 지구법이라면, 그 형식적, 법적 실현은 주민발의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2021년 10월에 제정되어 2022년 1월에 시행되어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새로운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이 법 제2조에 보면, “18세 이상의 주민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거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경우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에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 또는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발안과 주민발의는 유사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발안은 토의에 부칠 안건을 내어 놓는 것이고, 발의는 회의에서 심의할 의안을 내놓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의회의 경우, 일반적으로 의원발의와 집행부발의가 있다. 여기에 위 법률에 따라 청구된 조례안을 주민발의라고 실무적으로 사용하면 주민발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될 것 같고, 주민발안은 지방의회의 안건 자체를 주민이 내놓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의원발의, 집행부와 대비되는 측면에서 주민발의라고 개념해도 상관 없을 듯하다.

순천시의 경우에도 〈순천시 생태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조례〉를 주민발의로 제정한 경우가 있다.

IV. 결론 및 함의

이와 같이 대전시에서 주민발의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조례를 공공예술의 관점에서 사례화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위 연결지점들에 대해 실질적 사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 곽현근, 자치분권 원리로서 ‘주민주권’의 이론적 토대 정립을 위한 시론, 한국행정연구, 2020.
  • 김찬동, 주민주권에 입각한 지방의회의 구성과 방향모색,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발표논문집, 2022.
  • 손경년, 문화예술로 여는 사람 중심의 도시, 『저성장시대 도시정책: 더 좋은 도시, 더 행복한 시민』, 한울아카데미, 2013.
  • 박경철, 보댕, 홉스, 루소의 주권이론과 주권론, 강원법학, 23, 2006, 73-104.
  • 박채정, 최태현, 땅과 사람의 관계로서 주민주권 개념과 제도의 모색, 행정논총, 2021.
  • 프리초프 카프라, 우고 마테이 저, 박태현, 김영준 번역, 『최후의 전환』, 경희대학교 출판부, 2021.
  • Rene Descartes, Ronald Rubin trans., 『Meditations of First Philosophy』, Arete Press, 1986.
  • Eugene Odum, 『Ecology: A Bridge between Science and Society』, Sinauer Associates, 1997.

  1. 주민주권에 입각한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자기입법과 자기통치, 그리고 자기복종을 의미한다. 주민주권에 입각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원리로서 자치구역의 구성원들을 규율할 수 있는 법을 스스로 만드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찬동, 주민주권에 입각한 지방의회의 구성과 방향모색,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발표논문집, 2022.

  2. 곽현근, 자치분권 원리로서 ‘주민주권’의 이론적 토대 정립을 위한 시론, 한국행정연구, 2020.

  3. 박채정, 최태현, 땅과 사람의 관계로서 주민주권 개념과 제도의 모색, 행정논총, 2021.

  4. Eugene Odum, 『Ecology: A Bridge between Science and Society』, Sinauer Associates, 1997.

  5. 프리초프 카프라, 우고마테이 저, 박태현, 김영준 번역, 『최후의 전환』, 경희대학교 출판부, 2019, p.128.

  6. 위의 책. p. 128, 140, 141.

  7. 손경년, 문화예술로 여는 사람 중심의 도시, 『저성장시대 도시정책: 더 좋은 도시, 더 행복한 시민』, 한울아카데미, 2013.

김영준

법학, 생태학,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를 엮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